[기고] 남도 의병 역사박물관, 동학 의병·대동 세상 정신 담아야
신민호 전남도의원
입력 : 2025. 07. 09(수) 14:52
신민호 전남도의원
국민주권 정부를 슬로건으로 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윤석열의 내란으로 인해 커다란 위기에 처했던 대한민국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고 있다. 하지만 광복 80주년이 지난 현재, 친일 잔재 척결을 소홀히 하는 사이 교묘히 암약하던 친일=내란 세력이 준동하여 하마터면 공화국이 붕괴될 뻔한 위기로 새삼 교훈을 얻었다. 이재명 정부는 ‘친일’, ‘내란’ 세력의 뿌리를 척결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한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건설” 곧 ‘대동 세상’ 건설을 중요한 아젠다로 제시하였다. 일찍이 ‘동학’에서 표방한 대동 세상 건설은, 내란 세력이 첨예화시킨 분열과 갈등을 극복할 시대의 화두이다.

전남도는 오는 12월 ‘의향’ 전남의 정체성을 담을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이하 ‘의병박물관’)의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병 박물관 전시기획안을 보면서, 과연 의병박물관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사조(思潮)를 잘 담아내고 있는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의병박물관은, 임진 의병과 한말 의병 전시실의 두 개의 축으로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다. 임진 의병과 한말 의병 전시실을 연결하는 ‘연결 전시 공간’에 병인양요와 신미양요가 있다. 척사운동을 연결고리로 삼아 한말 의병을 설명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위정척사’는 성리학적 질서, 곧 양반 체제를 지키려 했던 보수적 관념을 바탕에 둔 사상이다. 일부 교과서에서는 위정척사 사상을 ‘외세에 맞선 자주 의식의 표출’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그들이 지향한 목표가 “양반 중심의 성리학적 질서”라는 점은 빠져 있다.

1894년 가을, 많은 전라도인은, 제2차 동학농민전쟁에 ‘농민군’으로 참전하여 일본군과 50차례 이상 전투를 치르며 쓰러졌다. 이들이 흘린 피가 전남의 산하를 적셨다.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쓰러진 이들이야말로, 일본군과 전면전을 치렀던 독립군이었다. 이들 동학농민군은, ‘동학의병’을 자처했다. 이들이 1907년 ‘무명 의병’이 중심이 되었던 후기 의병으로 발전하였다.

남도 의병이 한말 의병 전쟁의 전국 의병의 50% 넘을 정도로 치열하게 활동할 때인 1908년부터 1909년 2년 동안은, 이른바 후기 의병(정미의병) 시기였다. 이 시기에 전남 의병들이 일본군과 치른 전투만 400여 회 가까이 되었다. ‘독립전쟁’으로 치러진 후기 의병의 주역은, 이름 없는 전남의 민초(民草)였다. 그런데도 남도의병역사박물관 전시기획안 그 어디에도 이들의 공간이 없다. 위정척사를 강조하는 의병박물관에, ‘무명 의병’이 들어설 자리가 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일 것이다.

‘의병’이란 국가의 부름을 받아서가 아니라 민중 스스로 일어나 나라를 지키는 이들을 뜻한다. 그러므로 ‘동학 의병’은 당연히 ‘의병’으로 포함하여 전시실에 넣어야 하나, 전시 공간에는 ‘동학’은 없었다. 필자가 1년 넘게 외치니 연결공간을 구성한 병인, 신미양요 곁에 조금 끼워놓았을 따름이다. 자문회의에 참석한 자문위원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이들도, 동학군 스스로 “동학의병”이라 칭했고, 전봉준 또한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의병”이라고 분명히 밝힌 만큼 당연히 ‘동학실’을 별도로 구성하는 것이 남도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동학농민군의 꿈은 모든 이가 더불어 사는 대동 세상 건설에 있었다. 이 정신은, 한말 의병전쟁, 3.1운동, 학생운동, 농민·노동운동, 그리고 광주 민중항쟁을 거쳐 지난 4월 4일 윤석열 탄핵으로 이어졌다. 헌법 전문에 나오는 ‘대한 국민’은 대동 세상을 염원한 민중을 대변하는 ‘성스러운’ 단어이다. 윤석열 파면 결정문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기 때문이라고 파면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빛의 혁명’의 뿌리는, ‘대동 정신’이다.

전남도가 5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건립하는 의병박물관에는, 반드시 ‘동학의병’의 역사와 민중의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 ‘무명 의병’ 공간도 만들지 않고, ‘동학 의병’을 ‘동비(東匪)’라 하여 배제하고 기득권을 지키고자 한 일부 의병들의 사상과 활동을 중심축으로 삼아 전시 공간을 구성한다면, ‘대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리는 역사적인 슬픈 사례가 될 것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기고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