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어느 날엔가, 어떤 글을 읽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칫솔이 당신이 죽은 후 몇 백 년 더 세상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생각 없이 읽다가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나는 이 세상에 사라지고 없는데 내가 남긴 쓰레기가 이 땅에서 썩어간다고 상상하니 꽤 께름칙했다. 그날 집에 돌아가, 서랍장 구석에 있던 대나무 칫솔을 꺼내 놓았다. 오래 전 선물 받은 것인데 사용하지 않고 묻어뒀던 것이다. 대나무 칫솔의 본체는 대나무로, 칫솔모는 식물에서 유래된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다 쓰고 버리더라도 본래 나고 자랐던 ‘땅’으로 돌아가 아름답게 분해될 것이다.

최근 지구환경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주혁신도시에 제로웨이스트 숍인 ‘지구상점’을 운영하는 부부다. 동네에 제로웨이스트 숍이 생긴 게 반가워서 얼른 들어가 앉았는데, 또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플라스틱은 완전히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부부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것을 누가 본적이 있느냐?”는 합리적 의심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플라스틱은 세상에 나온 지 50여 년 정도 밖에 안됐다. 그러니 입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설사 진짜로 500년이 걸린다고 해도, 잠깐의 ‘편의’를 위한 대가로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친환경’ 삶의 패턴을 따르는 것은 꽤 불편한 일이다. 플라스틱 자체가 편하자고 만들어진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실제 대나무 칫솔은 습기에 약해서 사용한 뒤 잘 말려줘야 곰팡이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천연 수세미 또한 부드러운 재질의 소재가 아니라, 좁은 컵 등을 닦을 때는 꽤나 힘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클리셰 구성을 따를 수밖에 없다. 부부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이 환경운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0.5도만 기온이 더 높아진다면, ‘손 쓸 수 없는 지경’이 될 거라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상 속 작은 습관들을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다. 환경운동을 위해 이곳저곳을 발로 뛸 수 없다면, 또 머리에 띠를 두를 수 없다면. 매일 사용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보는 데 동참해보면 어떨까. 덧붙여 대나무 칫솔은 환경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강력 추천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