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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작은 날갯짓이 세상 바꿨으면"
29명의 설월여고생들 엽서 500장 제작해 팔아
수익금 세월호 유가족 · 위안부 할머니에 전달

2018. 03.13. 19:36:14

광주 설월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급비를 사용해 제작·판매한 엽서를 들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민·송은경·양서영·이가은 양.

광주 설월여고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엽서를 축제 때 팔기 위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광주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급비로 엽서를 제작,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유가족단체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광주 설월여자고등학교 2학년생인 김선결, 김수황, 김영민, 김예림, 김은서, 김초은, 노유리, 박다슬, 박소연, 박수완, 박유안, 선가은, 송은경, 양서영, 양시우, 양은서, 양혜륜, 윤정빈, 이가은, 이선미, 이현민, 장시은, 장지현, 정회은, 조아영, 최서원, 최지원, 최지훈, 하지영 등 29명의 여고생들.

이들의 선행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학년 7반 같은 반 학생이었던 이들은 학급회의 시간, 학급비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을 했고 누군가가 ‘얼마 되지 않지만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학급비는 학급자치활동에 사용하는 용도로 1년에 20만 원이 각 학급에 지원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 의견에 만장일치로 찬성했고 사회 현상에 대한 배지를 제작해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캠페인을 벌이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결정은 하지 못했다.

이후 수시로 머리를 맞댔으나 모두 공감할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12월 1일 학교 축제 때 무엇인가를 하자는 의견만 결정됐다.

시간이 흘러 2학기 중반으로 접어든 11월.

학생들은 엽서를 제작해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세월호 유가족 단체와 위안부 할머니들께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서영 양은 “막연한 슬픔과 분노에 그치지 않고 학생 신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밝혔다.

평소 그림 실력이 좋은 송은경 양이 세월호와 관련된 그림을, 이가은 양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이현민·양서영·양은서 양은 발품을 팔아 엽서 제작을 의뢰할 업체를 수소문하고 전체적인 진행 상황을 살폈다. 나머지 친구들은 그림에 대한 피드백과 아이디어를 귀띔해 주며 물심양면 도왔다.

수십 장의 그림을 그리고 지우는 일을 반복하다 축제 2주를 남기고 세월호 그림 1장, 위안부 할머니 그림 2장을 완성, 한 업체에 500장을 주문했다.

광주 설월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엽서를 제작·판매해 얻은 수익금을 세월호 유가족 단체와 위안부 할머니들께 전달했다. 사진은 3·1절 99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이 들고있는 엽서.
송은경·이가은 양은 “창작의 고통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학교 수업 등에 지장이 없게 짬짬이 진행하다 보니 힘들었지만 반 친구들이 큰 힘이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천신만고 끝에 제작된 500장은 12월 1일 축제 때 한쪽에 마련된 부스에서 1장 당 500원에 300여 장이 판매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나머지는 가족들과 성당 등에서 판매했다.

이현민 양은 이렇게 모은 25만 원 중 일부를 지난 1월 15일 목포 신항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에 반 대표로 찾아 전달하고 나머지 금액은 지난 1일 3·1절 99주년 기념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집회에 참석해 전달했다.

이들의 선행에는 학교의 교육 방침도 영향이 컸다.

이현민 양은 “학교 국어 수업 과제로 한 달에 두 개씩 신문 스크랩 수행평가를 실시한다. 이 스크랩 북을 친구들과 돌려보며 ‘친구의 의견’을 적어 내면 선생님께서 피드백을 해 주신다”며 “신문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신문을 읽게 되니 사회적 현상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제 2학년에 진학해 다른 반이 된 이들은 더 큰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각자의 반 친구들을 설득해 2학년 전체 학급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이같은 의미있는 활동을 진행하려 한다.

이현민·양서영·송은경·이가은 양은 “학급비를 학급자치활동에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캠페인을 통해 더욱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할 수 있게 각자의 반 친구들을 설득하기로 했다”면서 “우리의 작은 날갯짓이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기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윤자민 기자 yjm3070@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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