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주제만 새겨…역발상 통한 ‘여백의 미학’
■개막 한달 앞둔 ‘2026 광주비엔날레’ 가보니
본전시장 외벽에 대형 현수막 부착 흰바탕 중앙부 ‘비움’
가로 29.5m×세로 15.8m 달해…'핵심 알리기'에 주력
획일 답안보다 관람객 사유 선택…작품 운송 하역 분주
입력 : 2026. 08. 04(화)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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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찍은 대형 현수막. 명칭과 주제를 빼고 하얀 여백으로 비워져 있다.
대형 운송 트럭 위 하역을 기다리는 작품.
☆제1전시장 입구에 작품 운송 차량이 하역을 기다리고 있는 등 작품 설치를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2026 제 16회 명칭과 주제가 명기된 대형 현수막이 본전시관 외벽에 부착된 광주비엔날레 전경
‘2026 제16회 광주비엔날레’(예술감독 호추니엔 Ho Tzu Nyen)가 이제 개막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비엔날레 주전시동에서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열리게 되며, 주전시와 함께 진행돼 왔던 파빌리온프로젝트(국가관)는 30여곳 규모로 광주시 일원에서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점차 개막을 향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런 가운데 개막 한달(5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광주비엔날레를 앞두고 둘러봤다. 광주비엔날레의 분위기를 현장에서 가장 느낄 수 있는 것은 대형 현수막 부착이다. 크기는 가로 29.5m×세로 15.8m, 이 정도 크기의 현수막은 광주시내에서 흔하게 볼 수 없다. 초대형이어서다. 이 초대형 현수막은 광주비엔날레 매 전시를 한달여 앞두고 본전시장 외벽에 부착돼 전시가 끝날 때까지 관람객들의 눈을 붙잡게 된다.

특히 광장에 운집한 관람객들의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올해는 대형 현수막 중앙이 비어 있다. 흰색 바탕 위쪽에는 몇번째 비엔날레인가를 알리기 위한 명칭이 새겨졌고, 아래쪽에는 주제 만이 새겨졌다.

그리고 빈 상태로 내걸렸다. 누가 보더라도 복잡하지 않고 비어 있어서 단출한 맛은 있다. 그런데 초대형 현수막은 너무 큰 여백으로 부착돼 있어 오가는 사람들이 “이게 뭐지”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헐겁게 현수막을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측이 거두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 있을 터다. 바로 ‘여백의 미학’이었다.

그 저의가 궁금해서 윤범모 대표를 찾아 이를 묻자 “무슨 규격을 넣어두고 변화하라고 하면 변화가 되겠냐”고 답했다. 그의 행간에서 ‘여백의 미학’을 직감할 수 있었다. 윤 대표는 대형 현수막과 관련,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밝혔다.

윤 대표는 “원래 현수막 시안은 이런 저런 다양한 안이 제작돼 제게 가져왔는데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변화가 주제인데 구체적인 문장이나 이미지를 넣게 되면 어떤 규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뭘 변화하라는 거냐. 차라리 여백을 두는 게 의미나 상징성이 클 것 같았다”면서 “결국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 제목만 새겼고 흰 천에는 그거밖에 없다. 그냥 핵심만 알려주는 것으로 해서 현수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무엇을 많이 집어넣으려고 시안을 만들었는데 그게 오히려 변화라는 주제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서 차라리 이럴 때는 역발상으로 가보는 것이 변화라는 생각을 했다는 반응이다. 역발상을 발현했기에 원색톤의 강렬한 이미지나 활자 등 많은 내용보다는 비움으로 현수막을 제작하는데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관람객들에게 작품 감상의 추를 넘긴 셈이다. 어떤 규격 혹은 획일적 답안 제시를 하기보다는 관람객들 스스로 자신만의 사유로 예술작품에 대한 접근과 이해를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울러 개막 때까지 비가 오고 전혀 생각못한 태풍 등 자연현상에 의해 여백이 지저분해질 수 있지만, 자연이 하는 일이라서 그대로 놔둘 생각이라고도 밝혀 이번 현수막의 저의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윤 대표는 “(홍보효과를 떠나서) 오히려 색채가 없는 것, 문장이 없는 것이 하나의 정통 방법일 수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다만 윤 대표는 지금 중동 전쟁 때문에 일정이 자꾸 차질이 생기고 운송비가 많이 드는 등 애초 계획하고 자꾸 어긋나는 것들이 생긴다며 걱정의 한 단면을 내비쳤다.

대형 현수막과 함께 작품 운송 차량들이 1전시장 입구에 모여 있냐, 그렇지 않느냐로 임박한 분위기를 유추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방문했던 날에도 대형 운송 차량 3대에서 작품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지게차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빈 전시장이 점점 들어차고 있는 느낌이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전시 공간의 파티션과 도색 작업이 끝났고, 큰 설치들이 시작되는 등 한증막 더위 속 서막을 향해 서서히 잰걸음을 옮기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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