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시제·어촌…이방인들에 비친 남도의 맥락
전남미술관, 한·불수교 140주년 특별 전시
‘두 도시, 하나의 불꽃’ 주제 11월 8일까지
16점 출품 "세계 진출 ‘플랫폼’ 구축 노력"
국내 작가 4명, 9월 파리 레지던시서 활동
입력 : 2026. 08. 04(화)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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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토냉 하코 대형 설치 ‘익스플로러 전라남도’ 전시 모습.
전남 여수의 선거 풍경을 기록한 영상 ‘파랑대잔치’와 거리에서 수집한 후보자 명함을 활용한 설치 ‘색상견본표’를 출품한 조한나 작가 작품 전시 모습.
샤를로트 자니스 작 설치 ‘이슬 ROT POT’ 전시 모습.
전남미술관은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파리의 예술가 공동체 르원더(Le Wonder)와 공동 기획한 국제교류 특별전을 4일부터 11월 8일까지 ‘두 도시, 하나의 불꽃’이라는 타이틀로 진행한다. 사진은 전시 전경.
프랑스에서 이미 버섯을 공부했다. 버섯의 균사체를 뽑아 먹이나 황토에 섞어 천연 자연이 만나는 실험을 수행하는 동시에 버섯 혹은 균사체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종국에는 이들 작품 재료들을 활용해 한 권의 책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여정을 가지고 있어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는 프랑스 참여작가인 샤를로트 자니스의 설치작품 ‘이슬 ROT POT’의 스토리다. 이처럼 상상도 못할 예술적 시도가 투영된 작품들이 즐비하다. 무뎌진 감성은 물론이고 모처럼 상상력을 일깨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이 그것이다. 단순한 국제교류전이 아니라, 2년여 전부터 전남미술관과 예술공동체 간 기획해 온 장기 국제협력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실로, 프랑스 작가들이 지난 7월 순차적으로 전남에 도착해 한 달여 간 지역에 머물며 창작 활동까지 펼쳤다. 이들이 전남의 오일장과 전통시장, 해남 녹우당의 시제, 여수의 바다와 어촌 풍경, 지역 주민들의 일상 등을 직접 경험하고 기록한 결과물을 작품에 녹여냈다. 이들은 남도의 시장에서 식재료 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그리고 시제 같은 곳에서는 남도의 전통을 봤을 것이고, 여수 어촌 같은 곳에서는 남도의 자연과 서민들의 삶의 속살을 봤을 터다. 이들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에서 남도의 맥락을 읽을 수 있을 전망이다.

5일 전남미술관(관장 이지호)에 따르면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파리의 예술가 공동체 르원더(Le Wonder)와 공동 기획한 국제교류 특별전을 지난 4일 개막, 11월 8일까지 ‘두 도시, 하나의 불꽃’(2 FEUX 2 FLAMMES)이라는 타이틀로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양 기관의 상호 레지던시와 공동 전시를 기반으로 지역의 문화를 경험하는 새로운 국제교류 모델 구축 가능성을 입증해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일회성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 한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예술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애초 목적에 근접했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프랑스 문화원의 해외예술확산 지원사업(PIDA, Programme International de Diffusion Artistique)에 선정돼 국제적 공공성과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전시에는 국내 작가 4명, 프랑스 작가 5명 등 총 9명이 참가, 총 16점이 출품했다. 전남·광주에서는 고영찬, 박인혁, 정혜성, 조한나씨, 프랑스에서는 앙토냉 하코(Antonin Hako), 샬를로트 자니스(Charlotte Janis), 넬슨 페르니스코(Nelson Pernisco), 피에르 게냐르(Pierre Gu?nard), 발랑틴 가르디에네(Valentine Gardiennet) 등이 참여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상호 레지던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전남미술관 전시 공간에서 설치와 회화, 영상, 조각 작업을 현장 제작하며 지역과 긴밀하게 호흡하는 과정이 중요한 키포인트로 읽힌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이 동일한 장소를 경험하는 한편, 각기 다른 감각과 조형 언어로 풀어낸 결과물들이어서 국제 교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국내 작가들은 전남의 풍경과 사회, 개인의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지역의 삶을 출발점으로 하면서도 동시대 미술의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세계와의 소통을 시도한다.

먼저 고영찬 작가는 파리 지하 카타콤브를 탐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꺄따: 본 데상트’와 ‘유령도 빛이 필요하지’를, 박인혁 작가는 몸의 움직임과 감정의 흐름을 색과 붓질로 옮긴 대형 회화 ‘풍경-공명’과 ‘풍경-합류’를, 정혜성 작가는 라이프니츠의 ‘모나드’(Monad) 개념에서 출발한 소형 회화 연작 ‘나의 모나드’와 관람객이 잠시 머물며 사유할 수 있는 설치 ‘사이의 공간’을, 조한나 작가는 전남 여수의 선거 풍경을 기록한 영상 ‘파랑대잔치’와 거리에서 수집한 후보자 명함을 활용한 설치 ‘색상견본표’를 선보이고 있다.

개막식은 지난 4일 오후 3시 전남미술관에서 참여 작가들과 함께 진행됐다.식후 기념촬영에 나선 작가와 미술계 인사 및 관람객들.
이어 프랑스 작가들은 주로 전남·광주지역에서의 경험을 투영했다. 앙토냉 하코는 시장과 거리에서 관찰한 장면을 회화로 기록한 ‘모노티포-피폴리소’와 회전하는 대형 설치 ‘익스플로러 전라남도’를, 샬를로트 자니스는 직접 제작한 한지와 지역 농가에서 구한 표고버섯 균사체를 결합한 유기적 설치 ‘이슬 ROT POT’을, 넬슨 페르니스코는 지역에서 기증받은 가구와 신문지, 박스를 활용한 미로형 설치 ‘벅벅 씻어내, 벌레는 안녕!’을 각각 출품했다. 이외에 피에르 게냐르는 지역 전통시장에서 수집한 식재료를 냉동한 설치 ‘불고기 서브제로’와 산업 자재 및 3D 프린팅을 결합한 대형 조각 ‘즈블 아토미크’를, 발랑틴 가르디에네는 인형극 아카이브에서 착안한 대형 드로잉 ‘푸른 밤’과 목재 부조 형식의 벽면 설치 ‘다시 만나요’를 각각 출품, 선보인다.

이번 교류는 전시 외에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국내 작가 4명이 프랑스 파리 르원더 레지던시에 참여해 9월 한 달 동안 머무르며 활동을 펼친다.

이지호 관장은 "‘두 도시, 하나의 불꽃’은 서로 다른 도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같은 시간을 살아가며 지역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예술로 전환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전시로 구현한 프로젝트"라면서, "앞으로도 해외 문화예술기관과의 장기적인 협력을 통해 전남미술관이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국제교류의 거점이자 지역 예술가들이 세계로 나아가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개막식은 4일 오후 3시 전남미술관에서 참여 작가들과 함께 진행됐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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