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수묵 고유의 특성 살린 '추상의 세계'
허달용 개인전 ‘공명-마주보기’ 주제
26일부터 서울 인사동 G&J갤러리서
"지나온 삶 되돌아보는 명상의 과정
26일부터 서울 인사동 G&J갤러리서
"지나온 삶 되돌아보는 명상의 과정
입력 : 2026. 08. 20(목)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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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마주보기’

‘공명-마주보기’

‘공명-마주보기’
시대를 향한 외침이자, 먹의 거친 질감과 수묵의 깊이, 그리고 비워냄의 미학을 구현해가고 있는 작가의 회화적 폼을 대면할 수 있을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현대적 재료로 모방할 수 없는 전통 수묵 고유의 특성에 집중하고 있는 작가적 태도와 실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깊고 짙은 먹빛의 농담, 화면 위를 거침없이 가르는 먹의 번짐과 파편적인 흔적들은 날 선 긴장감과 깊은 고요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아울러 작가는 화면 속 공간을 채우는 것보다 ‘비워내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민중미술에서 추상으로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면, 이중 ‘가자지구-소녀 얼굴’ 작품은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작품 속 얼굴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지만, 화면 전체는 이미 상당 부분 추상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먹이 번지고 스며든 배경, 형태가 해체되는 후드의 공간, 비어 있는 검은 면, 거칠게 남겨진 붓의 흔적 등의 요소들로 인해 인물을 설명하기보다는 감정을 공간으로 확장한다.
화면 하단의 넓고 검은 여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을 머금은 공간으로, 관람객은 얼굴보다 오히려 이 침묵의 공간에서 오래 머물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재현은 추상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는 풀이다. 이전 작업에서 보였던 구체적인 모티브를 과감히 지워내고 구축한 ‘여백’은 단순한 빈공간이 아닌, 근원적인 ‘공허함’이자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또 물 위의 그림자는 자신을 비추는 ‘창’(Window)이 된다. 최근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시각적 메타포는 잔잔한 수면 위에 비친 ‘물 위의 그림자’와 ‘투영’의 이미지로, 작품 중심부에 자리한 사각형의 구조는 단순한 조형적 틀을 넘어 내부와 외부를 매개하는 ‘창’이자, 관객이 스스로의 삶을 비춰 보는 ‘거울’로 작용한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에서 사람의 얼굴은 공명을 위한 얼굴이자 재현을 넘어 감응이자, 언제나 개인을 넘어 시대를 담는 매개였다. 이번 작업 역시 그 연장선에 있지만 이전보다 감정의 밀도를 훨씬 절제하고 있다. 분노보다 침묵이 깊고, 고발보다 응시가 강하며, 서사보다 공명이 앞선다. 이는 오랜 시간 수묵을 다루면서 얻어진 절제라고 볼 수 있다.
전통 회화의 정신성을 지키면서도 이를 현대적 추상 형식으로 과감하게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작가의 이번 전시는, 작품으로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는 대신, 그저 끝까지 마주보게 만든다. 공명은 같은 감정을 갖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는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화면은 조용히 말하고 있다.
허달용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나에게 작업은 지나온 삶을 고요히 되돌아보는 명상의 과정이다. 화폭 위에 깊은 먹의 울림이 관객들에게 단순한 시각적 감상을 넘어, 스스로의 내면과 온전히 마주하는 ‘공명’의 순간을 선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