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발위] 문화예술 중심 ‘창작·관람’ 전 과정 접근성 반영
문화예술계에 부는 무장애(배리어프리) 바람…누구나 즐길 권리 아직 멀었다
<2회> 국내사례
<2회> 국내사례
입력 : 2026. 07. 29(수)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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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예술극장 전경.

모두미술공간 입구.
·서울 도심 한복판 소재 기존 공간 활용 ‘눈길’
·장벽 낮춰 장애 유형별 접근 서비스 제공 수월
서울에는 장애예술을 복지의 영역이 아닌 동시대 예술의 한 축으로 다루는 전문 문화공간이 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모두예술극장과 모두미술공간이다.
서울 대학로 한복판에 자리잡아 방문이 수월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장애인문화예술 진흥사업과 장애인문화예술센터(이음센터) 위탁 운영을 위해 2015년 3월 설립됐다. 2021년 장애예술인지원법에 따라 전담 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성화, 역량 강화, 문화예술향유 기회 확대 등을 위한 지원사업과 정책 개발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23년 국내 첫 장애예술 전문 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문을 열었다.
서대문구 충정로 구세군빌딩에 자리한 모두예술극장은 장애인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장애예술인과 장애 관객이 창작과 관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설계·운영되고 있다. 기존 공연장이 대체로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일부 시설을 보완하는 방식이었다면, 모두예술극장은 처음부터 장애예술인과 장애 관객의 이동, 창작, 공연, 관람 과정을 기준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단차 없는 이동 동선, 전 층 엘리베이터 접근, 장애 유형을 고려한 편의시설 등이 기본값으로 반영됐다.
공연장은 최대 250석 규모의 가변형 블랙박스로 조성됐다. 무대와 객석의 형태를 작품에 따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휠체어석도 특정 구역에 고정되지 않는다. 휠체어 관객이 늘 맨 앞이나 가장자리에서만 공연을 봐야 하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공연 형식에 맞춰 다양한 위치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장애예술인을 위한 백스테이지 환경도 세밀하게 설계됐다. 분장실 안에는 샤워기를 갖춘 화장실이 마련돼 있고, 1층 분장실에서 2층 무대 뒤편까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출연자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동선이 조성됐다. 기술조정실은 휠체어 접근이 가능해 장애가 있는 연출·기술 스태프의 활동을 고려했다.
지난 달 13일 모두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HEAR’ with 뷰티풀데이 앙상블은 이 공간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무대에 올라 클래식과 영화음악, 팝송 등을 함께 연주했고, 시각장애인 가수 김민지가 특별출연해 무대에 깊은 울림을 더했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기보다 서로 다른 연주자들이 하나의 공연을 완성해가는 장면 자체가 모두예술극장의 의미를 드러냈다.
모두예술극장은 기획 단계부터 작품의 성격과 관객의 장애 유형을 함께 검토해 수어통역, 문자통역, 음성해설, 터치투어, 릴렉스드 퍼포먼스 등을 적용한다. 공연기획, 무대감독, 홍보담당자, 하우스매니저가 함께 접근성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접근성이 하나의 운영 원칙으로 작동하고 있다.

모두미술공간 1전시실에서 열린 김현우 개인전 ‘픽셀의 지도’ 전경.

서울 대학로에 자리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시각예술 분야에서는 모두미술공간이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역의 상징인 서울스퀘어 별관에 2024년 12월 개관한 모두미술공간은 장애예술인의 창작과 발표를 지원하는 시각예술 전문공간이다.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장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장애 유형의 관람객이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달 12일 전시장을 찾았을 당시 모두미술공간 1전시실에서는 김현우 개인전 ‘픽셀의 지도’가 열렸고, 2전시실에서는 제9회 최용선 개인전 ‘Twelve moons’가 이어졌다. 각기 다른 감각과 시선으로 구축된 작품들은 장애예술을 극복의 서사가 아닌 독자적인 미술 언어로 바라보게 했다.
전시장에는 휠체어 관람자를 고려한 작품 설치와 이동 동선이 마련됐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수어 해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이 제공된다. 입구의 접근성 테이블에는 닷패드, 필담노트, 색약 보정 안경, 쉬운 말 리플렛 등이 비치돼 있다.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해 관람객에게 일대일 안내를 제공하는 점도 특징이다. 장애인 화장실과 심신안정실, 전동휠체어 충전기 등도 갖췄다.
모두미술공간이 강조하는 것은 장애예술을 동정이나 극복의 서사로 보지 않는 태도다. 장애예술인을 장애를 이겨낸 작가가 아닌 한 예술가로 바라보고, 장애 경험과 다른 감각이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동시대 미술로 다룬다. 전시 기획 과정에서 장애 당사자와 전문가 자문, 장애인 모니터링단, 관람객 만족도 조사 등을 반영해 공간 운영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최지아 전시장운영부장은 “모두미술공간은 장애예술인의 창작과 발표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장애 유형별 접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된 시각예술 전문공간”이라며 “장애예술인을 장애를 극복한 서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예술가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송하종 기자 hajong2@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