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조선인에 국방헌금 걷어 전쟁 물자 확보
해군협회 조선본부 설치…역사왜곡·사상 강요
친일파에 사업권·자녀 진학 특혜·감사장 수여
입력 : 2026. 06. 24(수)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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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지도위원이자 식민지역사박물관 명예관장인 심정섭씨가 24일 일제강점기 당시 발급된 일본 해군협회 회원증과 해군대신 감사장 등 자료 3점을 공개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일제, 조선인에 국방헌금 걷어 전쟁 물자 확보

해군협회 조선본부 설치…역사왜곡·사상 강요

친일파에 사업권·자녀 진학 특혜·감사장 수여



일제강점기 일본이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수행을 위해 조선인에게 국방헌금을 강요하고, 친일 세력에게는 각종 특혜를 제공했던 실상이 담긴 자료가 공개됐다. 반면 대다수 조선인들은 식량 수탈과 강제 동원, 기근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족문제연구소 지도위원이자 식민지역사박물관 명예관장인 심정섭 사백(83·광주 북구)은 24일 일제강점기 당시 발급된 일본 해군협회 회원증과 해군대신 감사장 등 자료 3점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는 일본이 조선을 전쟁 수행 체제에 편입시키기 위해 군국주의 사상을 조직적으로 주입하고, 친일 세력을 관리·육성했던 정황이 담겼다.

당시 일본 해군협회는 1933년 국제연맹 탈퇴 이후 해군 군비 확대와 대륙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초대 회장은 해군대장 출신이자 조선총독을 지낸 사이토 마코토가 맡았다.

일본은 이후 조선총독부와 연계해 1935년 4월 해군협회 조선본부를 설치했다. 본부장은 정무총감, 부본부장은 내무국장과 통상국장이 맡았으며 경성제국대 총장과 진해요항부 사령관 등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해군협회 조선본부 발회식은 1935년 4월 금융조합연합회에서 열렸으며, 군 수뇌부와 조선총독부 관리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후 각 지역 지부를 조직하며 회원 확대 운동에 나섰고, 1943년까지 회원 3만명 확보를 목표로 조선인 가입을 적극 추진했다.

심 사백이 공개한 자료 가운데 하나는 1941년 6월1일 발급된 해군협회 회원증이다. 당시 총재는 쇼와 천황의 동생인 박공왕, 회장은 일본 해군 수뇌부 인사인 유길충이 맡았다.

회원은 특별회원과 통상회원(보통회원)으로 구분됐다.

특별회원은 황족·왕족·귀족·고위 관료 등 극소수 상류층 중심으로 운영됐으며, 상당수는 친일 지주와 거액 헌금자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만원 이상 국방헌금을 납부해야 특별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었는데, 현재 가치로는 약 1억원 이상에 달하는 거액으로 추정된다.

이들에게는 만주 지역 대두 사업권과 광산 운영권 등 각종 경제적 특혜가 제공됐다. 자녀들의 경성제국대학 입학 우대와 일본 유학 시 도황증 발급 편의 등 사회적 특권도 뒤따랐다.

반면 일반 일본인이나 친일 조선인 상당수는 통상회원으로 분류됐다.

공개된 감사장에는 1938년 일본 해군대신 미내광정이 고흥 지역 인사 김동선과 송희정에게 중일전쟁 국방헌금 납부 공로를 이유로 감사장을 수여한 내용이 담겼다.

당시 고흥은 어업과 해상 물류가 발달한 지역으로, 일본은 지역 유지와 선주층을 중심으로 전쟁 협력 체계를 확대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납부한 국방헌금 규모는 1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일제는 이 같은 거액 헌금자들에게 일본 현대식 어선 구매 권한과 각종 사업상 편의를 제공하며 전쟁 협력을 유도했다.

반면 대부분 조선인들의 삶은 참혹했다.

일제는 전쟁 수행을 위해 조선의 쌀과 금속 자원, 생필품까지 강제로 수탈했다. 농촌은 극심한 빈곤과 식량난에 시달렸고, 청년들은 징병과 징용으로 전쟁터와 군수공장으로 끌려갔다.

학교 교육과 언론, 각종 단체를 통해 군국주의 사상도 강요했다. 1924년 일본 문부성(교육부)이 발행한 국정교과서 ‘고등소학국사’에는 임나일본부설과 신공황후의 신라 정벌 등 왜곡된 역사관이 담겼다.

또 1935년 발간된 일본인 송본일웅의 저서 ‘일본지리’를 통해 일본 해군을 세계 3대 해군 강국으로 소개하며 조선 진해를 주요 군항으로 설명하는 등 제국주의 팽창 논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심정섭 사백은 “일본은 해군력을 앞세워 대륙 침략을 확대했고, 조선인들에게도 해군 사상을 주입하기 위해 해군협회를 조직적으로 운영했다”며 “친일 세력은 국방헌금 모금과 군국주의 선전에 협력했고 그 대가로 각종 특혜를 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대다수 조선인은 식민 지배 아래에서 굶주림과 수탈, 강제 동원에 시달려야 했다”며 “이번 자료는 친일 세력과 일본 제국주의가 어떻게 전쟁 체제를 유지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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