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넋 위로하는 '영혼의 혼례' 무대서 되살린다
‘2026 굿음악축제’ 4-6일 국립남도국악원 일원서
지역별 무속의례·학술회의·사주·타로체험 등 '다채'
입력 : 2026. 06. 03(수)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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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은 제2회 국악의 날을 기념해 4일부터 6일까지 국립남도국악원 일원에서 ‘2026 굿음악축제’를 선보인다. 진도씻김굿보존회 ‘저승혼사굿’. 사진 제공=국립남도국악원
동해안별신굿보존회의 ‘망자혼례굿’. 사진 제공=국립남도국악원
생전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저승에서라도 맺어주고자 했던 사람들. 죽음으로 끊긴 인연을 이어주고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행해졌던 전통 무속 의례가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다.

국립남도국악원(원장 박정경)은 제2회 국악의 날을 기념해 4일부터 오는 6일까지 국립남도국악원 일원에서 ‘2026 굿음악축제’를 선보인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저승혼사굿-외로운 영혼을 위한 축제’다.

이번 축제는 전승이 거의 끊긴 영혼결혼식 문화를 공연예술로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무속에서 저승혼사굿은 생전에 혼인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영혼들의 혼례를 치러주는 의례다. 과거에는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로 전승됐지만 산업화와 사회 변화 속에서 점차 자취를 감췄다.

국립남도국악원은 이같은 전통 의례를 단순한 민속문화가 아닌 음악과 춤, 서사와 공동체 정신이 결합된 종합예술로 바라보고 무대예술로 재구성했다. 진도와 동해안, 제주 등 지역별 특색을 조망할 수 있도록 저승혼사굿을 한 자리에서 감상가능하게 구성한 것이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4일 오후 7시에는 국가무형유산 진도씻김굿보존회가 ‘저승혼사굿’을 선보인다. 진도씻김굿은 망자의 한을 풀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대표적인 남도 무속 의례로 꼽힌다. 공연에서는 혼인을 이루지 못한 영혼을 위한 혼례 절차와 씻김 의식이 펼쳐진다.

이어 5일 오후 7시에는 동해안별신굿보존회의 ‘망자혼례굿’이 무대를 채운다. 동해안 특유의 역동적인 장단과 소통 중심의 의례 구조를 바탕으로 죽은 이들의 혼례를 재현한다.

축제 마지막 날인 6일에는 제주큰굿보존회의 ‘제주혼사굿’이 대미를 장식한다. 제주 무속만의 독특한 신관과 상징체계를 담은 공연으로, 같은 영혼결혼식이라도 지역마다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전승돼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포스터 제공=국립남도국악원
제주큰굿보존회의 ‘제주혼사굿’. 사진 제공=국립남도국악원
진도씻김굿보존회의 ‘저승혼사굿’. 사진 제공=국립남도국악원
공연뿐 아니라 굿음악의 학술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조명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4일과 5일 양일간 열리는 학술회의에서는 ‘저승혼사굿’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 발표가 진행된다. 나경수 명예교수(전남대)가 ‘저승혼사굿 현황과 활용사례’를 주제로 기조발표를 맡고, 이경엽 교수(목포대)의 ‘호남의 저승혼사굿’, 김헌선 교수(경기대)의 ‘혼인여탐굿과 사혼굿의 비교 연구’, 구수정 민속음악 연구자의 ‘저승혼사굿 의례와 음악’ 발표가 이어진다. 둘째 날에는 허용호 객원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와 이용식 교수(전남대)가 저승혼사굿의 물질문화와 음악의 해외 사례를 발표한다.

5일 오전에는 진도와 동해안, 제주 지역 굿보존회 예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대담 프로그램도 열린다. 각 지역 영혼결혼식 문화의 특징과 전승 과정, 무속음악의 의미 등을 관객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관람객을 위한 체험행사도 다채롭게 준비된다.

축제 기간 동안 국립남도국악원에서는 사주·타로 체험과 싱잉볼 명상 프로그램, 인생네컷 촬영 등이 운영된다. 진도 특산물 시식·판매 행사와 커피트럭도 마련돼 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올해는 진도군 문화도시센터와 협력해 ‘굿데이(Good Day: 오늘, 가장 좋은 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6일 오후 4시부터 진도읍 철마공원 광장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전통 굿음악과 민속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야간형 체험축제다.

진도 민속공연과 국립남도국악원 공연을 비롯해 청소년 댄스, LED 퍼포먼스, 야광놀이, 공예체험, 플리마켓, 먹거리 장터 등이 어우러져 세대와 장르를 넘는 참여형 문화행사로 꾸며진다.

박정경 원장은 “이번 굿음악축제는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 무속음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외로운 영혼을 위로하는 상생의 의미를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많은 국민이 무속의 본고장 진도를 찾아 굿음악이 지닌 생명력과 예술성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026 굿음악축제’는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별도 사전 예약 없이 현장에서 참여할 수 있다. 축제 참여 인증사진을 SNS에 게시하면 추첨을 통해 모바일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함께 운영된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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