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대’…320만 뭉쳐야 미래 100년 있다
7월 1일 ‘전남광주특별시’ 출범…‘서울시급’ 조직체계 윤곽
미래차·인공지능·재생에너지 연계…산업·교통망 재편 속도
수도권 일극체제 대응 기대 속 광주 쏠림·조직 간 갈등 우려
입력 : 2026. 05. 21(목)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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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통합 특별시와 함께 하겠습니다” 광남일보가 창사 31주년을 맞아 힘차게 새로운 도약을 시작합니다. 어려운 지방언론의 현실속에서도 광남일보는 사회적 약자들을 감싸 안으며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항상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자세로 언론의 사명을 다해왔습니다. 마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고환율·고유가·고금리 시대를 맞아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전남·광주 통합 특별시민들과 함께 동행하며 경제 살리기와 지역민의 행복,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1일 광주 광산구청 시민광장에서 리라어린이집(원장 오경자)원생들과 시민·공직자들이 새롭게 출범하는 전남·광주 통합 특별시를 축하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오는 7월 1일 광주시와 전남도가 하나로 합쳐진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공식 출범한다. 1986년 광주가 전남에서 분리된 지 40년 만이다. 인구 320만명, 서울의 20배 면적을 가진 전국 첫 초광역 통합 지방정부다.

이번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이 동시에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방이 살아남기 위해 꺼내든 생존 전략에 가깝다. 그동안 광주와 전남은 생활권과 경제권을 공유하면서도 산업 정책과 교통망, 공항 이전, 에너지 전략을 별도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저성장과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더 이상 따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지역 안팎에서 커졌다.

광주는 인공지능(AI)과 미래차, 에너지 산업 등 첨단산업 기반은 갖췄지만 도시 확장 공간이 부족했다. 반면 전남은 전국 최대 수준의 재생에너지 잠재력과 산업 부지를 보유하고도 기업과 청년 인구 유출 문제를 겪어야 했다. 광주의 기술·연구 역량과 전남의 산업·에너지 기반을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통합 논의의 배경이 됐다.

통합 이후 가장 먼저 달라지는 건 산업 지형이다. 광주는 AI·미래차·에너지 신산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고, 전남은 재생에너지와 석유화학, 철강·소재 산업을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를 키워왔다. 그러나 연구개발과 생산, 기업 유치 기능이 행정 경계를 기준으로 분절되면서 산업 확장에도 한계가 반복됐다. 통합특별시는 광주 도심의 연구개발(R&D) 기능과 전남의 생산·물류 기반을 연결해 하나의 첨단 산업벨트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래차와 자율주행 산업은 광주 빛그린국가산단과 전남의 부품·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연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AI 산업 역시 광주의 국가AI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성장한 기술 역량이 전남 제조업 기반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통합 효과가 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 서남권을 중심으로 한 해상풍력과 대규모 태양광 자원은 전국 최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광주의 에너지 신산업 정책과 기업 지원 체계가 결합하면 대규모 RE100 산업단지 조성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기업들이 ‘값싼 전기’보다 ‘재생에너지 공급 여부’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하면서 전남의 전력 생산 능력이 새로운 산업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군공항 이전 문제 역시 통합 이후 가장 큰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광주시와 전남도는 이전 후보지와 지원 방식을 두고 수년째 갈등을 반복해 왔다. 광주는 군공항 이전 없이는 도시 확장이 어렵다는 입장이었고, 전남에서는 소음과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이어졌다. 하지만 통합 이후에는 광주와 전남이 별개의 행정 주체가 아니라 하나의 지방정부 체계 안에서 사업을 조정하게 된다. 단순한 지역 갈등 문제가 아니라 통합특별시 전체의 개발 전략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광역교통망 구축도 메가시티 완성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재 광주와 나주, 화순, 장성, 함평은 출퇴근과 통학, 소비 활동이 긴밀하게 연결된 사실상 동일 생활권이다. 그러나 행정구역이 나뉘어 있는 탓에 교통 정책은 각각 운영돼 왔다. 광주 도시철도와 전남권 철도·버스 체계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도로망 확충 역시 지자체별 이해관계에 따라 속도 차이를 보였다.

통합특별시는 이런 구조를 하나의 광역 생활권 체계로 재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역철도와 간선도로망, 대중교통 노선을 단일 도시계획 안에서 설계할 수 있게 되면서 출퇴근 시간과 물류 이동 구조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광주에서 나주 혁신도시, 장성 첨단산단, 함평 미래차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산업축 구축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 역시 통합특별시에 기존 광역단체보다 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통합특별시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조직 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가장 큰 특징은 기획 기능 강화다. 정책기획 분야에는 국가직 고위공무원단 배치가 가능해진다. 대형 국책사업과 예산 확보, 중앙정부 협의를 전담할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지금처럼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각 중앙부처를 찾아다니며 예산을 요청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크다.

재난 대응 체계도 달라진다. 통합특별시는 도시뿐 아니라 해안과 섬, 산림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태풍과 집중호우, 산불, 해양사고 등 재난 유형도 훨씬 다양해진다. 이에 따라 재난안전 조직과 소방 지휘 체계 역시 기존보다 한 단계 격상된다. 정부는 재난안전 책임자의 직급을 높이고 소방본부장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농업 정책 역시 통합특별시를 이끌 핵심 분야로 꼽힌다. 기존 광역시 중심 행정 모델과 달리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전국 최대 수준의 농업·농촌 지역을 함께 포함한다.

이에 따라 농업기술원과 농촌지도 기능도 유지·강화될 전망이다. 스마트농업과 로컬푸드, 농산물 유통체계, 공익형 직불 정책 등을 광주 소비시장과 연계하는 방식의 정책 변화도 예상된다. 도시 소비시장과 농촌 생산기지를 하나의 체계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가장 큰 변수는 통합 이후 ‘광주 중심 쏠림’ 현상이다. 행정기관과 주요 의사결정 기능이 광주에 집중될 경우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공공기관 이전과 예산 배분, 대형 SOC 사업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 가능성은 통합 이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조직 통합 과정에서의 내부 충돌도 변수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조직 문화와 인사 체계, 행정 방식이 다르다. 같은 업무를 두고도 기준과 절차가 달라 인사 재배치와 직급 조정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행정 규모가 커지는 만큼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현재 조직·예산·전산망·자치법규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측은 2400여건에 달하는 조례와 규칙을 전면 정비하고 행정 시스템 일원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정부 역시 범정부 지원단을 구성해 통합특별시 출범을 지원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단순히 광주와 전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 속에서 지방이 어떤 방식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시험하는 전국 첫 사례다. 성공하면 대전·충남, 대구·경북 등 다른 지역의 초광역 통합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지방 행정체제 개편 논의 자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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