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바다가 보이는 마음쉼터 '치유의 사찰'
[완도 신흥사]
천년사찰 세계 명상 관광 공모 선정…체류형 관광 활성화 기대
완도 해양치유·바보 템플스테이 등 휴식·치유 결합 프로 ‘다채’
와선·108배 등 수행…장보고 학교·도예 공방 등 문화활동도
입력 : 2026. 05. 20(수)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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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 남망산 중턱에 자리한 신흥사가 천년사찰의 전통 수행문화와 완도의 해양치유 자원을 결합한 체류형 웰니스 관광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완도 신흥사 전경.
바다를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느려질 때가 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앞에서는 복잡했던 생각들이 잠시 멈추고,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머릿속을 채운다. 전남 완도 남망산 중턱에 자리한 신흥사는 바로 그런 시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완도읍에서 차로 몇 분이면 닿지만 절에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멀어진다. 산사의 고요함과 청정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이곳이 왜 수행과 치유의 공간으로 사랑받아 왔는지 짐작하게 한다.

최근 전남도가 추진하는 ‘2026 천년사찰 세계 명상 관광’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면서 신흥사는 또 한 번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천년사찰의 전통 수행문화와 완도의 해양치유 자원을 결합한 체류형 웰니스 관광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심 가까이 있지만 속세는 멀어진 곳

신흥사는 완도군 완도읍 성내리 남망산 중턱에 위치한다. 1932년 김성렬 스님이 불로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으며 이후 신흥사로 이름을 바꿨다.

절에 오르는 길은 길지 않다. 계단을 올라 대웅전 앞마당에 서는 순간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완도항과 시가지, 다도해의 섬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맑은 날이면 신지와 대둔산 능선까지 조망되고, 새벽에는 검붉은 태양이 바다 위로 떠오른다. 밤이면 완도 시가지 불빛과 바다의 어둠이 어우러진 야경이 펼쳐진다.

신흥사는 단순히 경치 좋은 절이 아니다. 오랜 세월 수행자들이 머문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 백양사 방장인 수산 지종 큰스님 역시 이곳에서 수행했다. 산과 바다를 함께 품은 독특한 입지 덕분에 예부터 수행처로 이름이 높았다.



△천년사찰과 해양치유가 만나다

이번 공모 선정으로 완도군은 바다조망이 우수한 신흥사를 중심으로 해양치유와 사찰 명상을 결합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전남 천년사찰이 지닌 고유의 문화자산에 명상 콘텐츠를 접목, 국내외 관광객에게 쉼과 치유의 경험을 제공하려는 취지다. 전남형 명상관광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하는 웰니스 관광 프로젝트다.

주요 프로그램은 와선 명상과 108배 좌선 등 전통 사찰 수행 등이다. 신지 명사십리해변과 명사갯길을 걸으며 포행 명상도 진행한다. 포행은 걷기를 통한 수행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참가자들은 국내 최초 해양치유 시설인 완도해양치유센터로 이동해 해양기후와 해수, 해조류 등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을 예정이다.

특히 ‘해양치유와 사찰 명상 통합 관광코스’를 운영해 체류형 관광을 강화한다. 1일차에는 신흥사에서 템플스테이와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2일차에는 해양치유센터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완도 신흥사 전경.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연등이 걸린 모습.
△휴식형·선명상 템플스테이

신흥사는 다양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바다가 보이는 신흥사의 매력을 살린 휴식형 프로그램 ‘바보(바다가 보이는 신흥사) 템플스테이’가 있다. 일상에 지친 이들이 완도 앞바다를 바라보며 몸과 마음을 쉬어가는 프로그램이다.

보다 긴 호흡의 치유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장기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한 달 살기 장기 치유 템플스테이’는 30박 일정으로 운영되며, ‘장기 휴식 치유 템플스테이’는 15일 동안 산사에 머물며 생활의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데 초점을 둔다. 이와 함께 2박 3일 과정의 ‘있는 그대로 선명상 템플스테이’도 운영돼 명상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신흥사 주지 법주스님은 명상의 중요성으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에너지 회복’을 꼽았다.

법주 스님은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려면 먼저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지만 대부분은 결과와 욕심에 매몰돼 있다”며 “명상은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일이다. 잠시 멈춰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까지가 내 그릇인지 돌아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현대 사회를 ‘번아웃의 시대’라고 진단하기도 헸다.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지 못한 채 달려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법주 스님은 “불교에서 108은 인간이 가진 번뇌를 상징한다. 눈·귀·코·혀·몸·의식이 외부 세계를 분별하며 만들어내는 집착과 욕망이 번뇌가 된다는 의미”라며 “108배를 하면 자연스럽게 호흡이 깊어지고 몸이 움직이는 동시에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타인을 존중하는하심(下心)을 배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환경도 결국 내가 만들어 온 삶의 결과다. 그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비로소 변화가 시작되기에 108배 수행은 신흥사 명상 프로그램의 중요한 축”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공간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매년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장보고 학교’를 운영하며 해양문화와 역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주민들을 위한 도예공방을 열어 문화예술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절, 마음을 비우는 풍경

최근 웰니스 관광은 전 세계적인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신흥사의 매력은 최신 유행이나 화려한 시설에 있지 않다.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걷고,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에 있다.

절집 뒤편 숲길에서는 새소리가 들리고, 앞마당에서는 다도해가 펼쳐진다. 바람은 끊임없이 불어오고 파도는 묵묵히 해안을 두드린다.

신흥사가 품고 있는 것은 결국 풍경이 아니라 시간이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번아웃을 내려놓고, 누군가는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한다. 또 누군가는 그저 조용히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군 관계자는 “신흥사는 확 트인 바다와 산, 그리고 동심이 공존하는 웰니스 공간”이라며 “이번 공모사업으로 산사명상과 해양치유와의 특별한 콘텐츠를 통해 ‘해양치유의 섬 완도’ 의 체류형 관광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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