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빈칸 채우는 작업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입력 : 2026. 03. 27(금)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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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제목부터 묘하다. 왕이 된 남자도 아니고, 왕을 이긴 남자도 아니다. 그저 왕과 ‘사는’ 남자다. 승리도, 정복도 아닌 ‘공존’의 자리. 이 애매한 위치는 곧 이 영화가 바라보는 세계의 방향을 드러낸다.
우리는 오랫동안 승리자의 서사에 익숙해왔다. 권력을 쟁취하고, 적을 제압하고, 끝내 정상에 오르는 이야기. 역사는 늘 승자의 기록으로 남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반대편에서 질문을 던진다. 왕과 함께 살아야 했던, 살아남아야 했던 이들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영화 속 인물들은 역사의 중심에 서 있지 않다. 그들은 권력을 쥐지 못했고, 상황을 바꿀 힘도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들을 단순한 실패자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선택과 망설임, 흔들림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끌어올린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주목한다. 무엇을 이뤘는지가 아닌, 그 과정에서 무엇을 지키려 했는가다. 영화 속 인물들이 끝내 승리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끝까지 붙잡고 있던 윤리와 관계,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끝내 이름을 남기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는 더 깊은 울림을 만드는 이유다.
이 시선을 문화예술로 돌리면 어떨까. 기록되지 못한 목소리를 끌어올리고, 주목받지 못한 개인의 기억, 사라질 뻔한 이야기를 붙잡는 일. 이는 곧 역사의 빈칸을 채우는 작업일 것이다.
광주의 문화예술은 이 흐름과 유독 맞닿아 있다. 이 도시는 1980년 5월을 겪으며 오래전부터 결과보다 과정을, 승리보다 기억을 다루는 방식을 선택해왔다. 광주에서 만들어지는 전시, 공연,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역시 이 흐름을 공유한다. 거대한 영웅 서사보다 개인의 기억과 감정, 경험의 층위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이는 단순한 예술적 선택이 아니다. 도시가 축적해온 서사의 방식이다. 수많은 개인의 이야기를 잊지 않으려는 태도, 기록되지 못한 삶을 끝까지 불러내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것이 광주가 앞으로도 꾸준히 추구해야할 문화예술의 방향이자 힘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승리자의 서사에 익숙해왔다. 권력을 쟁취하고, 적을 제압하고, 끝내 정상에 오르는 이야기. 역사는 늘 승자의 기록으로 남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반대편에서 질문을 던진다. 왕과 함께 살아야 했던, 살아남아야 했던 이들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영화 속 인물들은 역사의 중심에 서 있지 않다. 그들은 권력을 쥐지 못했고, 상황을 바꿀 힘도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들을 단순한 실패자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선택과 망설임, 흔들림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끌어올린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주목한다. 무엇을 이뤘는지가 아닌, 그 과정에서 무엇을 지키려 했는가다. 영화 속 인물들이 끝내 승리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끝까지 붙잡고 있던 윤리와 관계,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끝내 이름을 남기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는 더 깊은 울림을 만드는 이유다.
이 시선을 문화예술로 돌리면 어떨까. 기록되지 못한 목소리를 끌어올리고, 주목받지 못한 개인의 기억, 사라질 뻔한 이야기를 붙잡는 일. 이는 곧 역사의 빈칸을 채우는 작업일 것이다.
광주의 문화예술은 이 흐름과 유독 맞닿아 있다. 이 도시는 1980년 5월을 겪으며 오래전부터 결과보다 과정을, 승리보다 기억을 다루는 방식을 선택해왔다. 광주에서 만들어지는 전시, 공연,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역시 이 흐름을 공유한다. 거대한 영웅 서사보다 개인의 기억과 감정, 경험의 층위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이는 단순한 예술적 선택이 아니다. 도시가 축적해온 서사의 방식이다. 수많은 개인의 이야기를 잊지 않으려는 태도, 기록되지 못한 삶을 끝까지 불러내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것이 광주가 앞으로도 꾸준히 추구해야할 문화예술의 방향이자 힘이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