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징용피해 규명…‘미발표 종장 원고’ 발굴
마쓰다 도키코의 ‘땅밑의 사람들’ 종장 日 현지
김 교수 "가해 역사 성찰·직시…심경 담겨 주목"
김 교수 "가해 역사 성찰·직시…심경 담겨 주목"
입력 : 2026. 03. 16(월)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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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다 도키코
조선인·중국인 징용 피해의 진상 규명에 평생을 바친 일본 작가 마쓰다 도키코(1905∼2004)의 대표작 ‘땅밑의 사람들’의 미발표 종장 원고가 일본 현지에서 발굴돼 화제다.
이 소식은 ‘마쓰다 도키코 회’가 새로운 체제를 갖춰 재출발하면서 발행한 ‘마쓰다 도키코 뉴스’ 제1호(회보)에 발굴 경위와 구체적 내용이 상세히 소개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내용을 에자키 준 마쓰다 도키코 대표가 최근 김정훈 교수(전남과학대)에게 직접 보내오면서, 종장 발굴 소식이 국내에 처음 알려지게 된 것.
종장 발굴의 직접적인 계기는 오쿠무라 하나코 야마가타대학교 특임 연구원의 집요한 자료 조사였다. 오쿠무라 연구원은 지난해 5월 광주에서 열린 마쓰다 도키코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한 일본의 유일한 청취자로, 문병란 시인 묘지 참배에도 동참했다.
그녀는 광주 심포지엄 참가 후 아키타 현립도서관과 마쓰다 도키코 문학 기념실을 꾸준히 방문하며 자료를 탐색해 오다가 기념실에서 마침내 ‘땅밑의 사람들 종장’ 원고를 발견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촬영 복사본을 에자키 준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쿠무라 연구원이 확인한 원고는 본문 45매와 창작 메모 등이다. 원고 표지에는 ‘땅밑의 사람들 종장’이라 적혀 있으며, 1951년 7월 1일 하나오카 광산 희생자 중국인 416위 위령제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 기존 작품이 1945년 7월 1일 봉기한 중국인 노동자들이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학살당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것과 달리 종장은 그로부터 6년 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희생자 추도와 전쟁 책임 문제를 더욱 분명한 언어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땅밑의 사람들’(범우사)을 2011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이는 김정훈 교수. 김 교수는 마쓰다 도키코 장녀를 비롯해 일본 현지인들과 교류하며 일본 동북 지방 사투리로 점철된 소설 문장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번역한 바 있다.
이후 한·일을 왕래하며 15주년 기념강연회에 초청받아 강연하고, 5년마다 열린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석하며 관련 번역서와 평론집을 출간하는 등 꾸준히 활동해 왔다.

이번에 확인된 원고는 작품 본문 45매와 창작 메모 등 자료 30매, 합계 75매로 구성돼 있다.
1951년 처음으로 ‘인민문학’ 발표 당시에는 제1부와 제2부로 나뉘어 있었다. 이번에 발견된 원고가 ‘종장’이자 ‘제3부’로 표기돼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땅밑의 사람들’은 하나오카 사건을 배경으로 조선인·중국인 노동자들의 징용 피해와 저항, 그리고 민중 간 연대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리얼리즘 소설이다. 일본제국주의 지배 아래 동아시아 노동자들의 현실과 그 속에서 싹튼 연대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동안 작가 마쓰다는 조선인·중국인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의 마음을 새긴 작품에서 다수의 중국인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온 폭압적 장면을 소설 마지막 장면으로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굴로, 6년이 지난 1951년 희생자들의 위령제 장면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고, 비극적 사건의 기록을 넘어 추모와 성찰의 서사로 작품을 완결짓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선명히 드러냈다는 얘기다.
새로 발굴된 관련 자료에는 마쓰다 작가 이외 3자의 것도 있으나, 창작 메모의 필적은 마쓰다 본인의 것임이 확인됐다. 종장이 왜 생전에 발표되지 않았는지, 정확히 언제 쓰였는지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규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김정훈 교수는 “‘땅밑의 사람들’은 작가가 제국주의 가해의 역사를 양심적으로 성찰하고 직시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며 “이번 종장 발굴은 완결이 아니라 그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자료가 나온 것으로, 이국 노동자들의 영혼을 달래는 마쓰다 도키코의 심경이 담겨 주목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원고의 정밀 분석과 학술 보완 작업을 통해 작품을 재평가하고 국내외에 소개할 계획이다. 5·18 광주에서 싹튼 한일 학술 교류가 동아시아 기억과 연대의 문제를 다시 조명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소식은 ‘마쓰다 도키코 회’가 새로운 체제를 갖춰 재출발하면서 발행한 ‘마쓰다 도키코 뉴스’ 제1호(회보)에 발굴 경위와 구체적 내용이 상세히 소개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내용을 에자키 준 마쓰다 도키코 대표가 최근 김정훈 교수(전남과학대)에게 직접 보내오면서, 종장 발굴 소식이 국내에 처음 알려지게 된 것.
종장 발굴의 직접적인 계기는 오쿠무라 하나코 야마가타대학교 특임 연구원의 집요한 자료 조사였다. 오쿠무라 연구원은 지난해 5월 광주에서 열린 마쓰다 도키코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한 일본의 유일한 청취자로, 문병란 시인 묘지 참배에도 동참했다.
그녀는 광주 심포지엄 참가 후 아키타 현립도서관과 마쓰다 도키코 문학 기념실을 꾸준히 방문하며 자료를 탐색해 오다가 기념실에서 마침내 ‘땅밑의 사람들 종장’ 원고를 발견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촬영 복사본을 에자키 준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쿠무라 연구원이 확인한 원고는 본문 45매와 창작 메모 등이다. 원고 표지에는 ‘땅밑의 사람들 종장’이라 적혀 있으며, 1951년 7월 1일 하나오카 광산 희생자 중국인 416위 위령제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 기존 작품이 1945년 7월 1일 봉기한 중국인 노동자들이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학살당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것과 달리 종장은 그로부터 6년 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희생자 추도와 전쟁 책임 문제를 더욱 분명한 언어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땅밑의 사람들’(범우사)을 2011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이는 김정훈 교수. 김 교수는 마쓰다 도키코 장녀를 비롯해 일본 현지인들과 교류하며 일본 동북 지방 사투리로 점철된 소설 문장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번역한 바 있다.
이후 한·일을 왕래하며 15주년 기념강연회에 초청받아 강연하고, 5년마다 열린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석하며 관련 번역서와 평론집을 출간하는 등 꾸준히 활동해 왔다.

범우사 간행 한글판 ‘땅밑의 사람들’(2011) 표지

일본 민중사 간행 ‘땅밑의 사람들’(1972) 표지.
1951년 처음으로 ‘인민문학’ 발표 당시에는 제1부와 제2부로 나뉘어 있었다. 이번에 발견된 원고가 ‘종장’이자 ‘제3부’로 표기돼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땅밑의 사람들’은 하나오카 사건을 배경으로 조선인·중국인 노동자들의 징용 피해와 저항, 그리고 민중 간 연대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리얼리즘 소설이다. 일본제국주의 지배 아래 동아시아 노동자들의 현실과 그 속에서 싹튼 연대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동안 작가 마쓰다는 조선인·중국인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의 마음을 새긴 작품에서 다수의 중국인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온 폭압적 장면을 소설 마지막 장면으로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굴로, 6년이 지난 1951년 희생자들의 위령제 장면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고, 비극적 사건의 기록을 넘어 추모와 성찰의 서사로 작품을 완결짓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선명히 드러냈다는 얘기다.
새로 발굴된 관련 자료에는 마쓰다 작가 이외 3자의 것도 있으나, 창작 메모의 필적은 마쓰다 본인의 것임이 확인됐다. 종장이 왜 생전에 발표되지 않았는지, 정확히 언제 쓰였는지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규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김정훈 교수는 “‘땅밑의 사람들’은 작가가 제국주의 가해의 역사를 양심적으로 성찰하고 직시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며 “이번 종장 발굴은 완결이 아니라 그 이후의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자료가 나온 것으로, 이국 노동자들의 영혼을 달래는 마쓰다 도키코의 심경이 담겨 주목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원고의 정밀 분석과 학술 보완 작업을 통해 작품을 재평가하고 국내외에 소개할 계획이다. 5·18 광주에서 싹튼 한일 학술 교류가 동아시아 기억과 연대의 문제를 다시 조명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