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너지 수익 공유로 지방소멸 극복
강병국 전 무안군의원
입력 : 2026. 02. 25(수)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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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국 전 무안군의원
지방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전남의 시·군 곳곳에서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자리를 무거운 정적만이 채우고 있으며, 청년들은 일자리와 인프라를 찾아 수도권으로의 이주를 강요받고 있다. 인구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지역 산업은 활력을 잃어가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전남·광주 행정통합 논의는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두 지자체가 하나가 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 메가시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은 지방균형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타당하다. 하지만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행정구역을 물리적으로 합치고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떠나간 청년들이 돌아오고 지역의 활력이 마법처럼 되살아날 것인가?

과거의 통합 사례들을 돌이켜 볼 때, 외형적인 ‘그릇의 변화’만으로는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합이라는 형식 아래 무엇을 채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 즉 주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구체적인 설계도다. 필자는 그 해답을 전남의 독보적 강점인 신재생 에너지를 지역의 ‘공유자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모든 시민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의 실현에서 찾고자 한다.

전남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메카이자 기회의 땅이다. 해상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로서 전남이 보유한 신재생 에너지 잠재량은 국가 전체의 에너지 자립을 견인할 만큼 막대하다. 그동안 에너지는 단순히 중앙정부나 거대 자본의 비즈니스 영역으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전남의 바람과 햇빛은 특정 기업의 수익원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의 자산이다.

이미 신안군에서 시행 중인 ‘햇빛연금’ 사례는 에너지 수익이 어떻게 주민의 기본소득으로 전환돼 인구 유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해냈다. 행정통합은 이러한 ‘에너지 배당’의 규모와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다. 전남의 무한한 에너지가 광주의 첨단 산업단지와 전남에 구축될 AI 데이터센터로 흐르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으로 발생하는 수익이 시·도민에게 직접 환원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주장하는 ‘에너지 수익 공유 기반의 기본사회’다. 이는 단순히 새로이 주장되는 정책이 아니라,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가 지향하는 ‘대전환의 시대’에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이기도 하다. 광주의 기술력과 자본, 전남의 자원이 결합해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시·도민의 ‘기본소득’으로 연결할 때 통합의 시너지는 비로소 완성된다.

행정통합 이후에도 전남의 경제적 근간은 여전히 농업, 관광, 제조업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산업들이 지속 가능하려면 종사자들의 정주 여건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농업은 국가의 식량 주권을 책임지는 공익적 산업이다. 따라서 농어민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단순한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식량 안보와 생태계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관광과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에게도 주거, 교육, 의료 등 ‘기본 서비스’를 지자체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에너지 수익으로 확보된 재원은 이러한 기본권 보장의 튼튼한 재정적 토대가 될 것이다. 전남이 더 이상 노동력과 자원만 제공하는 배후지가 아니라, 에너지 자립을 기반으로 누구나 품격 있는 삶을 영위하는 ‘기본사회의 전초기지’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행정학적 관점에서 지방행정 체제 개편의 성패는 주민들이 느끼는 ‘효능감’에 달려 있다. 단순한 행정 효율성 증대만으로는 주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전남·광주 행정통합의 첫걸음은 주민들이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과 특별법 제정을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필자는 기초의회 현장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며, 행정의 궁극적 목적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주민의 소소한 행복과 안전한 일상을 지탱하는 데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통합 논의가 광역 지자체 간의 권력 배분이라는 ‘위로부터의 시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 소멸 위기 지역의 주민들이 통합을 통해 어떤 직접적인 배당을 받는지, 에너지 수익이 나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체감할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약속’이 병행돼야 한다.

이제 행정통합을 단순한 구역 개편을 넘어, 대한민국이 직면한 저출생, 양극화,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거대한 국가적 실험장으로 바라봐야 한다. 전남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기본사회의 기틀을 닦고, 이를 통해 지역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전남·광주 행정통합이 실현될 때, 우리 지역은 소외된 변방이 아닌 에너지 자립과 보편적 기본권이 실현되는 대한민국 미래 모델의 선도자가 될 것이다. 통합의 심장은 ‘기본사회’에 있으며, 그 혈관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뜨겁게 흐를 것이다. 도민의 삶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로서의 행정통합, 그리고 그 안에서 누리는 품격 있는 삶. 우리가 꿈꾸는 전남의 새로운 길은 이미 에너지 수익 공유라는 혁신적 발상에서 시작되고 있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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