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주 동구다움’이 있는 고향사랑기부제
이곤희 광주 동구 기획예산실장
입력 : 2026. 01. 18(일)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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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곤희 광주 동구 기획예산실장
#1. 지난해 여름, 발달장애 청소년들로 구성된 E.T(East Tigers) 야구단 선수들을 삼겹살집에서 만났다. 필자에게 본인이 이 야구부 주장이라고 소개하며 자부심 가득한 눈을 빛내고 있던 대학생이 기억난다. E.T 야구단이 동구와 인연을 맺은 건 2023년부터다. 그동안 후원을 받았던 기업의 후원이 끊겨 해체 위기가 있었으나, 동구가 추진하는 고향사랑기금사업(지정기부)으로 연습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지난해 5월 경기도 김포시에서 열린 ‘제3회 이만수배 발달장애인 야구대회’에 첫 출전해 전국 우승을 하는 영예를 안았다.
#2. 광주 동구 불로동에 위치한 유기견 입양센터 ‘피스멍멍’을 찾은 한 가족이 입양 결정 전 유기견과 친해지기 과정을 수행 중이었다. ‘피스멍멍’은 단순한 반려견 입양센터가 아니라 생명과의 공존을 위한 정책의 실마리를 주는 시설이다. 광주시 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강아지를 이곳 ‘피스멍멍’에 데려와 입양을 연계하고 입양 전후 교육도 함께 하고 있다. 시 센터에서 보호 중인 동물의 ‘안락사 제로(0)’를 목표로 하고 있어 이 목표에 호응 하듯이 전국에서 문의와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3. 충장로 4가에 위치한 광주극장은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단관 예술극장이다. 지난해 개관 90주년을 맞은 광주극장은 시설 노후화 등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광주극장을 사랑하는 사람과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명맥을 지켜오고 있었다. 그러나 고향사랑기금사업을 통해 노후 영사기를 최신식 4K 영사기로 교체하고 음향시설, 스크린을 전면 교체하면서 관람객들은 어둠 속에서 더 또렷한 빛을 만나게 됐다. 올해로 개관 91주년을 맞은 광주극장은 이제 ‘한 도시의 기억을 보관’하는 장소로 새롭게 다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위와 같은 사례들이 서로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가치 있는 사업이 시민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시스템과 결합될 때 지역이 안고 있던 절실한 문제들은 실행 가능한 해답으로 전환된다. 행정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그 마음이 제대로 닿도록 길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광주 동구 고향사랑기부제는 바로 그 길을 넓히고 튼튼히 해 왔다. 그 결과는 광주 동구가 모은 고향사랑기부금이 증명했다. 2024년에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기부금 1위인 약 24억원을 모금했고, 지난해는 목표액인 50억원을 훨씬 웃돈 64억800만원을 모아 지난 3년간 누적 기부액만 97억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 성과는 단순한 기부액을 넘어, 기부자가 ‘어디에 쓰이느냐’를 고민하며 선택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T 야구단, 피스멍멍, 광주극장처럼 기부 목적과 대상이 구체화되면서 고향사랑기부는 막연한 ‘좋은 일’을 넘어 ‘보이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됐다. 이뿐 아니라 기부금은 답례품을 매개로 지역 생산자·소상공인·일자리로 연결되고 있다. 동구의 답례품 참여 업체는 2024년 41개 업체·94개 품목에서 2025년 70개 업체·147개 품목으로 늘었다. 제도 시행 초기부터 민간 플랫폼(위기브)을 비롯한 사회단체, 답례품 제공 소상공인과의 협력도 모금 확대에 큰 힘이 됐다.
앞으로 동구는 로컬의 가치를 스토리로 엮어 답례품을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생산자의 손길과 동네의 시간이 담긴 결과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상품 소개 콘텐츠 고도화, 사진과 설명 개선, 묶음 구성 등으로 ‘동구다움’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자 한다.
기부자가 광주 동구를 재방문하며 ‘제2의 고향’으로 느낄 수 있도록 경험을 확장시켜 지속 가능한 시민 참여 기반의 지역발전 제도로 자리매김시키려 한다. 우리는 지정기부를 통해 기부금이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되도록 변화의 목적지를 분명히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함께 뛰어온 지자체 관계자, 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2026년에도 힘찬 응원을 전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