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기 하강기에 지역금융 대출 더 조여"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분석 보고서]
1%p 하락 시 시중은행보다 0.3~0.4%p 추가 감소
자금조달 비용 높고 특정 제조업비중 집중된 영향
"자본·유동성 완충장치 강화 등 정책적 보완 필요"
입력 : 2025. 12. 23(화)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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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기업 매출이 감소할 경우, 지역 금융기관의 대출 축소 속도가 전국 단위 금융기관보다 빠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는 23일 임현준 전남대학교 교수와 윤창석 조사역이 공동 연구한 ‘기업의 매출충격에 대한 지역금융 반응의 이질성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는 기업과 금융기관 간 결합 대출자료를 활용, 기업 매출 변동이 금융기관의 대출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역 기업들의 매출증가율이 1%p 하락하면 지방은행의 대출은 시중은행 대출액보다 평균 0.3~0.4%p 추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금융기관일수록 기업 실적 악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대출을 조기에 축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권역별로 보면 광주·전남권과 대구·경북권의 대출 민감도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해당 지역 금융기관의 규모가 영세하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기관의 재무 여건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자산 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낮으며 부실채권비율이 높은 금융기관일수록 기업 매출 감소 시 대출 축소 폭이 컸다. 자본 여력과 유동성 완충 능력이 부족한 지역 금융기관이 경기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역 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지역금융이 지역 기업과의 관계금융을 통해 경기 침체기에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른 결과다. 연구진은 지역 금융기관이 높은 자금조달 비용과 자본 규제 부담, 특정 지역·산업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구조로 인해 경기 하강기에 더욱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지역금융의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자본 및 유동성 완충장치 강화, 자금조달 구조 다변화, 금융기관 특성을 반영한 차등적 규제·감독 체계 마련, 공공부문 예치금의 지역 금융기관 배분 구조 개선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임현준 교수는 “지역금융이 경기 하강기마다 신용 공급을 줄이는 구조가 반복되면 지역 기업과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며 “지역 금융의 충격 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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