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광주 도심 곳곳 ‘추모 행렬’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전일빌딩·송정역사에 분향소 설치…시민들 ‘발길’
유가족 "진상 규명·재발 방지 요구 멈추지 말아야"
입력 : 2025. 12. 22(월)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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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한 주 앞둔 22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참배하고 있다. 유족들은 지난 19일부터 ‘진실과 연대의 버스’를 타고 전국 참사 현장을 돌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1주기 당일인 오는 29일에는 무안국제공항에서 공식 추모식을 열 계획이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참사는 기억될 때 비로소 반복되지 않는다.”

22일 오전 10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시간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제단 위에는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라고 적힌 신위 앞을 가득 메운 국화꽃이 차분히 놓였고, 분향소 안은 낮은 숨소리와 묵념의 침묵으로 가득 찼다.

분향소 한쪽 벽면에는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등 시민들의 추모 문구가 이어졌다. 광주시자원봉사센터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시민들은 차례로 방명록에 이름과 추모의 글을 남긴 뒤, 국화를 올리고 고개를 숙여 희생자들을 기렸다.

짧은 묵념이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힌 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분향을 마친 시민들은 포스트잇에 ‘사고 원인이 조속히 밝혀지길 바랍니다’, ‘유가족의 슬픔이 하루빨리 치유되길 바랍니다’ 등의 메시지로 벽면을 채웠다.

남형일씨(46·남구 월산동)는 “지인이 제주항공 참사로 세상을 떠난 뒤 전일빌딩과 5·18민주광장에 분향소가 마련될 때마다 찾아왔다”며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 유가족협의회 10여 명도 분향소를 찾았다. 분향소에 들어선 순간, 유가족들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제단 앞에 국화를 올린 뒤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묵념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1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상처를 덮지 못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유가족 김용관씨는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투명하게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대로다”면서 “안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같은 참사는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광주송정역에서도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역사 2층 광장에 위치한 디지털 분향소에서는 ‘12·29 여객기 참사 1년의 기록’ 영상이 상영됐고, 온라인 추모 메시지와 전자 방명록이 함께 운영됐다.

전자칠판 앞에 선 시민들은 ‘유가족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와 기업의 책임’이라는 문장을 곱씹었다.

박춘신씨(60·여·광산구 송정동)는 “유가족의 아픔을 덜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며 “이런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계속 기억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일빌딩245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오는 29일까지 운영되며,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시민 누구나 헌화와 묵념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무안국제공항 착륙 과정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로컬라이저를 들이받고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엄재용 인턴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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