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34년 발자취를 가진 예술의거리 ‘무등갤러리’
이맹자 광주 동구 무등갤러리 관장
입력 : 2025. 12. 10(수)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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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자 광주 동구 무등갤러리 관장
필자가 30여년 그림 작업 활동을 하면서 너무나 익숙하게 드나들던 광주 ‘예술의 거리’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 자리에서 든든하게 예술가들을 반겨주는 따듯한 고향 노포의 느낌이 돼줬다.

2년 전 예술의 거리 한가운데 자리 잡은 무등갤러리 관장의 기회가 주어지면서 작가나 관람객의 시각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이곳의 깊은 역사와 예술 공간적 역할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본다.

현재 예술의 거리는 호남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예향 광주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조성됐다.

서울의 종로구 인사동과 같이 지역의 예술 문화가 집약될 수 있는 특색 있는 곳으로 다수의 갤러리를 비롯해, 미술 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화방과 고미술품 판매장, 회화 및 공예 작품을 직접 매매 할 수 있는 화랑, 소극장 등이 빼곡히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1991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지역 예술인들의 든든한 창작 파트너이자 시민의 문화 쉼터로 자리해 온 34년의 무등갤러리는 동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공공갤러리이다.

개관 초기 ‘무등예술관’으로 출발해 현재 ‘무등갤러리’라는 이름으로 거듭나기까지 그동안 1500회 이상의 전시를 개최해 오면서, 단순한 발표의 장을 넘어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문화적 경험을 나누는 지역 예술 생태계의 기반을 다지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넬슨 만델라는 “예술은 소수가 즐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이는 특정 계층만을 위한 전시장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즉 ‘생활 문화’로 스며들 듯 자리해야만 진정한 지역 문화로 뿌리내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2020~2022년 팬데믹 시기에도 전시 중단이 아닌 ‘안전한 문화 향유’ 방안을 모색하여 연간 45여회 이상의 전시를 이어온 것은 예술인과 시민들에게 문화적 일상의 회복을 이끄는데 그 의미가 크다.

무등갤러리는 해마다 140일 이상(전체 운영 일수의 40% 이상)을 다양한 무료 전시 및 기획전시 후원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연 1회 이상의 특별기획전과 전시지원 공모를 통해 10팀의 창작자들에게 기획전시를 지원하고 있다.

비수기 등 전시 미계획 동안은 사회약자 및 5월 민주화 정신을 기리는 공공적 전시 등을 유치함으로 매주 새로운 전시들로 연중 관람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0월 광주의 대표 축제인 추억의 충장축제 기간에는 무등갤러리에서 특별 기획한 ‘제12회 무등아트페스티벌 판매전’에 126명의 작가가 참여해 약 400점의 예술 작품을 선보였다.

단순히 보는 것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합리적인 가격(균일가 각 40만원)으로 작품을 소장 할 기회를 제공하여 100여점이 판매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특별 전시 기간에 무등갤러리를 처음 방문한 한 시민은 생애에 처음으로 미술작품을 구입해 보며 설렜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또, 해를 거듭하며 예술품에 대한 새로운 관심으로 다시 찾아오는 젊은 컬렉터들을 만나면서 예술 문화에 대한 저변확대에 잔잔하게 일조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단순히 유료 대관 운영에 머물지 않고 신진, 중견 작가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시민 누구나 무료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술의 거리를 제대로 즐기려 한다면 느린 걸음이 필요하다.

동명동 카페거리 일대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하여 5·18민주광장과 충장로, 금남로 그리고 대인시장까지 특히 주말에는 개미 장터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그야말로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지역의 면모를 맛볼 수 있다.

이제 올해의 끝자락, 무등갤러리는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도 전시지원 기획 공모를 오는 15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10팀에 대해서는 무료 대관과 도록 제작을 지원한다. 나이와 분야를 불문한 많은 작가의 참신한 기획전시의 도전을 기다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예술의 거리 아침을 여는 무등갤러리는 시민들이 예술을 향유하고 기억하는 일상이 지속되는 곳, 그리고 새로운 창작의 터전으로 지역 예술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적 기반으로 꾸준히 다져 나가야겠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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