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무사안일이 부른 여객선 사고
임영진 사회부 차장
입력 : 2025. 11. 25(화)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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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전남 신안군 족도 해상에서 승객과 선원 267명이 탑승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원인은 인재로 확인됐다.

안전 절차를 무시한 항해사와 조타수, 한 번도 조타실에 올라가지 않은 선장. 이처럼 선원들의 무사안일한 태도로 봤을 때 사고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목포해경은 일등 항해사 A씨(40대)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씨(40대)를 중과실치상 혐의로 긴급 구속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좁은 수로 통과 시 필수적인 수동 조종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자동항법장치를 유지했다. 최초 진술에서는 “조타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휴대전화로 포털 사이트 뉴스를 확인하다 조타 타이밍을 놓쳤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선박은 시속 40~45㎞(약 22노트)로 항해 중이었고, 변침 지점을 지나 불과 2~3분 만에 무인도와 충돌했다. B씨도 항해 보조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사고 확대를 방조했다.

총괄 책임자인 C선장(60대)은 사고 당시 조종 현장을 떠나 있었고, 출항 이후 3시간 30분 동안 조타실에 올라가지 않았다. 심지어 2024년 2월28일 취항한 퀸제누비아2호에 승선해 직접 지휘를 해야 하는 사고해역을 1000여 차례 지나면서 한 번도 조타실에 나온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목포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관리 허점도 사고를 키웠다. 당시 관제사 1명만 근무하며 총 8척의 선박을 동시에 관제했지만, 사고는 신고 접수 후에야 확인됐다. 관제사는 항로이탈을 알리는 알람을 직접 끈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좌초가 아니다. 편의와 습관이 안전보다 우선되는 순간, 국민 생명은 위험에 처해 진다는 경고다. 여객선 안전절차 준수, 현장감시 강화, 선원 및 선장의 윤리적 책임, 관제시스템 보강 등 실효적 안전관리 없이는 반복되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

국민의 생명을 싣는 선박에서 안전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휴대전화보다 조타, 편의보다 규정 준수가 먼저여야 한다. 이번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로, 우리 모두가 뼈저리게 새겨야 할 교훈으로 남았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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