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출간한 배우 박중훈 "옛일 떠올라 눈물도…선물같은 책"
자전적 에세이 ‘후회하지마’ 출간…"후회되는 일 너무 많지만 감사한 삶"
"글 쓰다 밤 꼬박 새우고 대낮까지도 집필…필력보단 진심으로 썼죠"
입력 : 2025. 11. 04(화)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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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중훈 에세이 ‘후회하지마’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사유와공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연합뉴스
“제가 20대 때 ‘야, 남자로 태어나서 후회는 없는 거야, 반성만 있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후회되는 게 너무너무 많아요. 책 제목은 ‘후회하지 않으려고 살았으나 너무 후회되는 일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스무 살에 영화배우가 돼서 40년간 4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박중훈은 자전적 에세이 ‘후회하지마’의 제목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4일 서울 정동 1920 아트센터에서 만난 박중훈은 욱하는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했던 시절과,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되는 두 가지 일로 꼽았다.

그는 “20대 때는 피가 펄펄 끓어서 아주 거칠었고 욱했다”면서 “시비가 걸려 와도 좀 삭이고, 그러려니 하고 못 본 척도 해야 하는데 한 마디도 안 지고, 일일이 다 응징하고 다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나고 생각하니 너무 부끄럽고, 감정의 수위 조절을 잘 못했다는 게 가장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어린 시절의 자녀와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도 후회로 남는다고 한다.

박중훈은 “제 아이가 세 살 때인가 네 살 때, 촬영하러 나가는데 ‘아빠, 우리 집에 또 놀러 오세요’라고 하더라”면서 “더군다나 재일교포인 엄마랑만 주로 얘기하다 보니 그때까지 한국어가 서툴러서 일본어로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내의 통역으로 그 말을 들었는데, 바빴을 때였더라도 가족들과 조금 더 함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후회하지마’는 7~9월 집필 작업을 거쳐 지난달 29일 출간됐다.

그는 “글을 쓰다가 새벽 5~6시까지 밤을 새우는 정도가 아니고, 낮 열두 시까지 쓴 적도 있다”면서 “쓰다 보면 ‘내가 이랬구나’ 하면서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혹한의 산기슭과 베트남 촬영 현장에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더위에 시달렸던 때 등 힘들었던 순간이 떠올라서였다.

박중훈은 “촬영이 너무 힘들어서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면서 “책에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정도의 몇 글자로 적었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이라고 떠올렸다.

60대를 맞이하면서 지나온 삶을 글쓰기를 통해 돌아보는 작업은 스스로를 쓰다듬는 듯한 일이었다고 한다.

배우 박중훈 에세이 ‘후회하지마’ 표지[사유와공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박중훈은 “제가 사실 자신감이 없고, 책망과 자책을 많이 하면서 자신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편”이라면서 “책을 쓰다 보니 ‘힘들게 노력해온 나 자신이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저 자신한테 선물을 준 것 같다”면서 “책 쓰기 전보다 자존감이 좀 올라가고, 밝아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영화 ‘철수와 만수’(1988)와 ‘투캅스’(1993),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라디오 스타’(2006) 등 대표작에 모두 함께 출연한 안성기에 대한 애틋함도 드러냈다.

박중훈은 “안성기 선배 건강이 아주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라면서 “얼굴을 뵌 지는 1년이 넘었고, 통화나 문자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안돼서 가족분들께 근황을 여쭤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선배이자 스승이고, 친한 친구이면서 아버지 같은 분인데, 말은 덤덤하게 하고 있지만 굉장히 많이 슬프다”고 털어놨다.

책에는 어린 시절과 배우 초년생 시절, 잘 된 영화 이야기와 함께 1994년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 수감됐던 이야기 등 과오도 함께 담겼다.

박중훈은 “추악한 부분까지 낱낱이 꺼낼 필요는 없겠지만, 잘했던 일이든 못 했던 일이든 다 제가 했던 일이기 때문에 잘 회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책을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무릎을 꿇고 하루에 천번씩 세상에 절을 해도 시원찮은 감사한 인생이라는 거예요. 필력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정말 진심으로 썼다는 겁니다”

연합뉴스@yna.co.kr
 “책을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무릎을 꿇고 하루에 천번씩 세상에 절을 해도 시원찮은 감사한 인생이라는 거예요. 필력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정말 진심으로 썼다는 겁니다”  연합뉴스@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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