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로 간 ‘용과 여인’…"연필은 발상의 시작"
박소빈 초대개인전 11월2일까지 크로싱갤러리서
‘Heaven in love’·‘The New Myth’ 등 20점 출품
신라 고승 의상·당나라 여인 선묘 전설 정서적 투영
입력 : 2025. 09. 21(일)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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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박소빈 작가
대표작 중 하나인 ‘Heaven in love’
2011년 이후 14년 넘게 중국 북경을 필두로 미국 뉴욕 등을 넘나들며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가운데 ‘용(龍)과 여인’이라는 테마 작업과 연필드로잉으로 표상되는 박소빈 작가가 이번에는 상해로 무대를 옮겨 개인 초대전을 진행 중이다.

21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광주 출생 박소빈 작가에 따르면 ‘Silent Whispers:The Eighth Day’(‘사일런트 위스퍼즈:제8요일’)라는 주제로 지난 20일 개막, 오는 11월2일까지 상해 크로싱갤러리(Crossing Art gallery·대표 캐서린)에서 용과 여인을 통해 인간의 내면적 문제를 투영한 작품을 선보이는 초대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 박 작가는 대표작 ‘Heaven in love’와 ‘The New Myth’ 그리고 신작 등 20여점을 출품, 선보인다.

전시가 열리는 크로싱갤러리는 상해와 뉴욕 첼시에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내 전시와 협력 활동을 망라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등 인지도 있는 갤러리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서 고대신화를 동시대의 정심구조로 전환시키는데 주력한 작가는 여덟째 날에 대해 창세기의 7일 창조를 넘어 끝없는 순환과 재생의 상태로 돌입, 질서와 혼돈 사이에서 새롭게 태어난 에너지에 힘입은 여덟째날을 신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여성의 형상과 의지로 해석한다. 이 여덟째날의 핵심은 용과 여성의 결합이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용과 여인’, 그리고 ‘연필드로잉’으로 압축되는 그의 작업에서 용이라는 상징적 신화와 연필이라는 재료의 사용을 통해 동서양의 만남을 시도해온 박 작가의 이번 전시 역시 이런 작업 기조를 유지한다.

특히 그의 화폭의 단골 소재인 용과 여인은 고루하지 않은데 정통적이고, 정통적인 것 같은데 굉장히 현대적이기까지 했을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 현대미술 형식인 연필 작업이라는 독창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중 용은 동양적 사고를 표상하는 것이고, 연필 드로잉은 과거 한때 화단의 트렌드였다. 지금은 복고적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는 엄청난 공력이 요구되는 연필을 붓 대신 잡았다. 그러다보니 연필 껍질 조각들이 수없이 쌓인다. 쌓여있는 연필 껍질 조각들과 수십자루 연필에서 그의 작업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다.

또 용은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고, 광주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다’라는 명제에 가장 부합한 소재 중 하나이지만 이 용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과 접근이 그만의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화면을 구축할 수 있게 한 요인이다. 이 용과 여인은 그가 기법적으로 흔들리지않고 정체성을 굳건하게 정립해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박 작가는 부석사 무량수전과 선묘낭자의 전해져 내려오는 스토리를 첫 매개로 오늘에 이르게 됐다. 당나라 때 신라 시대 고승 의상과 그를 따르는 그곳의 한 여인인 선묘의 전설을 정서적으로 투영한 것이다. 의상이 신라로 돌아가려 할 때 선묘 역시 따라 가려 했으나 배에 오르지 못하면서 의상을 향한 애절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용으로 변해 의상의 길을 지켜주게 된다. 의상이 바다의 위험 뿐만 아니라 신라로 돌아와 온갖 무리로부터 방해를 받을 때도 선묘는 한결같이 의상을 보호한다. 선묘는 오늘날 사랑의 헌신을 상징하는 명사로 통한다. 이 스토리를 화면 안으로 끌어들여 자신만의 작업적 담론과 서사를 투영해 ‘용과 여인’이라는 화폭을 구축했다.

<@7>박 작가는 자신의 작업과 관련해 “연필은 나의 발상의 시작이며, 그 상상의 에너지다”라며 “시간이 정립된 나의 깊이 있는 세계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박소빈 작가는 지난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2024.1.10~3.24 ‘용의 신화, 무한한 사랑’ 주제)을 연데 이어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전시를 열었다. 또 북경 주중한국문화원 예운갤러리에서 광주시립미술관 때 선보인 작품들로 꾸며진 특별전(2024.6.20~8.31 ‘용의 신화, 무한한 사랑’ 주제)을 가졌고, 항저우 상의미술관 개관전은 1월부터 7월까지 연장전시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여수국제미술제’(9.1~30)에 연작 ‘THE DEEP DREAMS. LOVE 1 1~3’ ‘THE DEEP 3’ 등 6점을 출품해 선보이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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