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이 우리사회에 ‘문화의 힘’이 되도록
강동희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 사무국장
입력 : 2025. 07. 27(일)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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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희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 사무국장
‘문화’라든가 ‘철학’이라는 두 단어는 ARS 전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고객님 사랑합니다’라는 말처럼 진실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모호성이 있다. 그렇지만 ‘안전문화’라는 말을 꼭 써야겠다.

백범 김구 선생이 일찍이 ‘문화의 힘’이라는 수필에서 ‘우리나라가 오직 한 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입니다’고 언급했듯이 우리나라가 안전에 관한한 국민 누구나 생활속에 체화돼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조건반사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해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고도의 위험사회로 진입한 것은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때부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주 오래전의 일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건물은 더욱 높아지고 교통과 통신은 더욱 빨라지고 더욱 정교해졌다. 오늘날의 위험은 매우 복잡하고 대량화·고도화 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위험을 권장하는 사회가 됐음을 의미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행하는 중대재해 발생 속보는 하루도 빠지는 날이 없다.

전국적으로 산업현장에서의 중대재해(사고사망재해)는 매일 2~3건씩 발생한다. 그런 결과 사고사망 만인율은 유감스럽게도 OECD국가 전체를 통틀어 우리나라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사고사망 만인률은 위험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약 1만9850명이라고 보고했다. 나라의 경제 규모나 기술수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는 한류 현상만 보면 선진국 대열에 있다고 자부하지만, 산업재해 통계는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간의 생명을 ‘초개(草芥)’로 여기는 사회풍조 때문은 아닐까?

안전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 처벌법, 그 외에 대한민국의 무수히 많은 법령들이 하나같이 국민의 생명보호와 안전을 지향한다. 헌법 제34조6항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며, 산업안전보건법 제4조는 정부의 책무로 ‘산업재해예방 지원 및 지도’의 책무를 진다고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경험을 해왔듯이 법으로 산업재해를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산업재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말고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할까?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풍조와 더불어 안전보건에 대한 생각과 실천을 위해서는 안전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문화’가 돼야 한다.

안전이 문화로 형성되는 것은 급선회하듯 단번에 도달할 수는 없다. 사람이 변하고 기술이 변하고 산업여건 등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겠으나 그와 평행하게 놓아야 할 것은 산업재해 예방정책이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정책 하나로써 고용노동부에서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업종을 안전, 화학, 보건, 서비스, 건설 5개 분야로 나눠 안전보건에 관한 기술지원을 하고 있는데, 안전보건에 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소규모사업장에 대해 직능별로 전문성이 있는 민간기관을 통해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기술지원 사업을 10년 넘게 시행해 오고 있다.

정부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정책을 수행할 책무가 있다. 안전보건기술지원 사업은 국가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에 대하여 과세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사업이 과세사업이고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면, 정부의 책무로서 산업재해예방 정책에 반한다. 다시 말해 고용노동부에서 이 사업을 직영이 아닌 민간에 위탁하므로 과세사업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산업재해예방을 위해 민간위탁사업자는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고 정부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안전보건문화’ 담론은 산업재해를 줄여 우리 산업현장, 우리사회가 산업재해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정부와 민간기관이 10년이 넘는 세월을 넘어오면서 뿌린 씨앗이고, 이제 갓 싹을 틔운 떡잎이다. 이렇게 선하고 옳은 일에 과세라는 족쇄로 발을 걸어서는 안된다.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이재명 정부는 그 어느 때의 정부보다도 산업재해예방,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어두운 곳에 등불을 비춰 밝혀 주리라 믿는다. 직능별 민간위탁사업자들이 각자 내실 있게 제 몫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에 해당 사업이 면세임을 천명하고, 적극적인 정책으로 지원하고 양성해야 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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