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성수기인데"…광주 일용직 일감 씨 말랐다
공사현장 인력수요 감소…굴삭기 고숙련공도 허탕
하청에 재하청…불경기에 노동자 돈 떼이기 일쑤
입력 : 2025. 07. 13(일) 18:05
2일 오전 6시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인력사무소.
“건설현장은 봄·여름이 성수기인데 이렇게 일감이 없었던 적은 처음입니다.”

경기불황과 건설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지역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6시 광주 광산구 신촌동 한 인력사무소.

이른 시간이지만 일감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선 노동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굴삭기 자격증을 보유한 고숙련공 김상수씨(57)도 인력사무소를 찾았다.

10년 넘게 굴삭기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오전 8시까지 일감을 기다렸지만, 결국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

그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현장에 나갔는데, 지금은 한 달에 한 번도 어렵다”며 “몸이 힘든 것보다 일이 없다는 게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광주 서구 내방동의 한 인력사무소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름방학 기간에 용돈을 벌려는 대학생과 50대 이상의 생계형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노동자들이 모였지만 무거운 침묵과 불안감이 가득했다.

김경수씨(23)는 방학을 맞아 본가인 광주에 내려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매일 인력사무소를 찾고 있다.

그는 “매일 나와도 일자리를 잡는 날보다 헛걸음하는 날이 더 많다”며 “전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일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평일 내내 나와도 힘들다. 너무 일자리가 없어 야간에 택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력사무소 역시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다.

건설현장은 보통 겨울철에 일감이 없다가 봄·여름철에 늘어나는데 올해는 6월인데도 계속 ‘비수기’ 상태다.

5년 전에는 하루 평균 30~50명이 몰렸지만 올해는 10명도 안 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 현장에 나가는 사람은 그 절반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인력사무소와 노동자들이 돈을 떼이는 경우도 빈번하다.

하청의 재하청이 이어지는 건설현장의 특성상 일용직 노동자와 인력사무소가 떼인 돈은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에 달한다.

이러한 여파로 이날 오전에 방문한 인력사무소 10곳 중 5곳은 아예 문을 열지 않았거나 폐업 상태였다. 서구 쌍촌역, 광산구 소촌동, 북구 용봉동 등에 위치한 인력사무소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30년째 인력사무소를 운영 중인 A씨(68)는 “5년 전만 해도 하루평균 대기자가 30~40명에 달했는데 지금은 그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정기적으로 인력을 요청하는 건설현장도 많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해당 사무소에 연락 온 업체는 단 1곳뿐이었고, 10명의 대기자 중 일자리를 얻은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양홍민 기자 yhb9792@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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