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발위]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K-문학’ 새 지평 열 방안은 <1>프롤로그
문학정신 계승 내실과 세계화 노력…발전기회 삼아야
큰 경사지만 문학 활성화와 대중화 숙제 해결을
민주화 도시·비상계엄 극복 ‘해외 러브콜’ 가능
만능 키 아니지만 모처럼 주어진 기회 잡을 것
입력 : 2025. 05. 29(목) 19:04
프랑스 블루아시립도서관 1층 로비에서 설치된 한강의 초상(광주 주홍 작).
<1>프롤로그: 콘텐츠와 공감대 확장

<2>북 행사와 ‘한강’ 효과 극대화

<3>오월과의 접점…문학 100년 비전 찾기

<4>에필로그: 해외진출 모색…전문가 견해



2024년은 한국문학에 뜻깊은 해로 기록된다. 광주 출신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벨문학상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은 일대 사건이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동안 줄곧 침체됐다고 평가받아온 한국문학에는 큰 경사지만 반대로 이번을 계기로 문학의 활성화와 대중화라는 문단 전반의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우연인지는 모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 전남 신안이고, 한강의 고향이 광주이다 보니 한국 내 노벨문상 수상자는 모두 광주·전남 출신이고 호남 출신들이어서 자부심을 복돋우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문학의 한단계 업그레이드와 해외 각국 문학과 경쟁을 겨룰 수 있는 구체적 토대 마련에 대한 현실적 접근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은 물론이고 지역문학의 중흥기를 위한 대안들은 무엇이고, 미래문학을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를 조목 조목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단발적 시도들은 많으나 타깃형 문학 행사는 눈에 띄는 것이 많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문학 안에서 ‘소년이 온다’ 등 한강의 작품을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 축적과 일정 공감대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한국문학의 체질 자체를 바꿔 탄탄한 근육을 키웠다고는 볼 수 없다. 우선 모든 문학 행사에서 한강에 대한 검색이나 언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한강이 키워드로 올라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그것이 한국문학의 침체를 탈피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해법을 찾은 것과는 별개다. 그리고 한강 루트 등 그의 소설 속에서 언급된 공간을 하나로 묶어 답사코스를 만들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안전하게 걷고 초록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코스의 확보 뿐만 아니라 그만큼 의미있는 서사가 깃들어 있어야 한다는 반응이다. 그냥 자로 선을 긋는 모양이 돼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에 부합하는 루트가 될 수 없다는데 공감을 표한다.

프랑스 블루아시립도서관 1층 로비에 설치된 한강 작가의 초상과 그의 저서들.
2025년 주홍 화가가 그린 한강 초상과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 훨씬 전인 2012년 3·4월호 대동문화 겉표지에 실린 한강.
예향 광주 더 나아가 문향 광주에 걸맞는 행사와 프로그램 등을 개설하거나 신설해 운영하느냐가 그 어떤 것보다 우선돼야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고향이라며 내용없는 자화자찬만 늘어놓는 등 일회적 행사만이 주류가 될 경우 한강 효과는 ‘빚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행사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개설하며 ‘소년이 온다’ 속 공간을 하나로 잇는 둘레길 등 보다는 근본적으로 한강의 문학정신을 이어받으면서 안으로는 문학적 내실을, 겉으로는 더욱 글로벌하게 한국문학과 광주문학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주문한다.

이런 가운데 광주의 인지도에 대한 변화 추이가 읽힌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선정 이후 두달여만에 비상계엄이 발발하면서 1980년 신군부의 비상계엄을 통해 통탄할만한 아픔을 겪은 광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 블루아 등 유럽에서 변화의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블루아시는 예술단체 ‘그리프’(GRIF)와 함께 비상계엄이 자행됐을 때만 해도 광주에 대한 관심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지만 탄핵에 이은 조기대선 등 한국의 민주주의 질서가 하나 둘 순탄하게 복원 과정을 거치자 이미 45년 전 비상계엄을 경험했던 광주에 더욱 주목하면서 전시와 문학, 민속, 5·18항쟁 기록사진, 차(茶) 시연 등을 한데 묶은 ‘한국의 혼: 광주 아리랑’전(05.20∼06. 18)을 기획, 블루아시민들에게 펼칠 수 있었다. 더욱이 이 전시에는 5·18항쟁 당시의 기록사진들 다수와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강의 국내외서 출간된 작품 및 그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씨의 시화 작품이 더해져 한국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광주가 배출했다는 자긍심을 한껏 과시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한강의 국내외서 출간된 작품은 도서관 1층 전시장 입구에 마련돼 도서관을 드나드는 현지 이용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20일 오후 열린 개막식에는 블루아시를 중심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크리스토프 드그웰 블루아 광역커뮤니티 의장이 분주한 일정 속 직접 참여해 작품을 일일이 돌아봤을뿐만 아니라 광주 차인들이 참여한 차 시연회도 함께 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표명했다.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개막식에는 100여명의 블루아 시민 등등이 참여해 호응을 얻었다.

프랑스 블루아시립도서관 1층 로비에 설치된 한강 작가의 초상과 그의 저서들을 소개하는 특별 부스.
현지 예술단체 그리프와 짝을 이뤘던 광주의 예술단체 국제시각문화예술협회는 브라씨유의 비에유 홀에서 ‘광주의 예술, 한국의 빛’(05.10∼21)전만을 열려 했으나 판이 키워져 블루아시립도서관에서 이 행사를 열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에서 한강의 도서 판매는 7∼8만권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을만큼 노벨문학상 수상 효과는 그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그 파급효과를 광주는 지속 연장해가야 할 의무가 있는 셈이다.

또 해외사례 외에 광주도심에서는 방문자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먹고 사는 문제에 노벨문학상 수상이 영향을 미친다. 전통시장인 대인시장 내 A식당. 이곳은 대인시장 내 횟집 등이 아니라 남도 한정식을 맛보기 위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노밸문학상 수상 선정 이후 타지사람들이 ‘소년이 온다’ 등 한강의 작품을 읽고 소설 배경이 된 공간들을 답사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가 물어물어 들르는 곳으로, 손님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얼마전에는 모 정당 대표 부인이 출소 후 찾아 더 널리 회자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배출은 도시 인지도 향상은 물론 도심경제 진작 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노벨문학상 수상 효과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배출이 만능 키는 아니지만 광주문학 뿐만 아니라 광주 문화예술 전반이 이번을 계기로 활성화를 꾀하는 등 또 다른 기회들을 선점해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데 예술계 안팎에서 입을 모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선주·송태영·김다경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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