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와 음악 (고통과 창작)
박성언 음악감독
입력 : 2025. 05. 08(목) 18:10
박성언 음악감독
[문화산책]내가 가끔 특정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에 주변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나의 현재 상태로의 답변은 ‘보람과 영감을 느끼고 싶어서요’ 정도 되겠다.

바야흐로 AI의 시대이다. 문화와 예술에서 AI를 사용하는 건 이제 보편적이다. 내 주변의 음악인들 중에서도 AI를 활용하여 음악을 작곡했는데 꽤나 그럴듯하다고 자랑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 데모 음원을 가지고 정식 편곡작업이나 녹음작업을 의뢰하는 분들도 더러 계신다. 그리고 AI로 작곡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작곡가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시는 선배님도 계셨다.

우리에게는 타이타닉으로 유명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AI로 영화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절약된 비용과 시간을 창의적인 또 다른 작업에 사용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나 또한 음악 외의 몇몇 작업을 할 때 잠시 AI를 활용해 본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특히 공연 관련 포스터 만드는 작업을 할 때 AI를 사용했었는데 나처럼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웹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적어도 디자인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아주 용의 했다. 내가 AI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전문가에게 부탁하거나 연필로 스케치를 그려서 전문가에게 넘겨줬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AI가 아직은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정확히 부응하고 어쩌면 더 나아가서 또 다른 창의적인 표현을 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라고도 말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AI로 노래 만들기, AI로 포스터 디자인하기’ 등등 여러 콘텐츠들이 온라인상에 쏟아진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SNS에 프로필 사진을 실제 사진보다 지브리풍으로 올리는 것을 보면서 그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실감한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영화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을 탄생시킨 역사적인 곳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곳을 탄생시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지난 2023년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AI가 만든 애니메이션에 대해 “생명 그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고 “이런 걸 보고 흥미롭게 여길 수는 없다. 이걸 만든 사람은 고통이 뭔지 전혀 모른다. 정말 역겹다. 나는 이 기술을 내 작업과 결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에서 고통이라는 단어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창작자의 고통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예술의 형태를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는 용도로 활용하려고 했을 때 AI는 상당히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가령 예를 들어보자. 내가 작곡을 할 때 나는 나의 내면에 있는 영감과 경험과 감각을 사용하게 된다. 그런 과정과 시간을 통해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각을 깨우고 그것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설사 이런 과정이 없이 AI를 통해 순식간에 만들어낸 음악이 결과적으로 똑같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창작의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과 기쁨과 희열과 보람과 영감은 나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다.

나는 뮤지션 이전에 인간이다. 훌륭한 결과물을 빨리 만들어 내야 하는 사업가가 아니고 나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단 한 번뿐인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은 인간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술이 나에게 주는 답은 무궁무진하고 아름답다. 누구나 AI를 통해 예술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예술가들이 많은 고뇌와 고통을 동반하며 치열하게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고 얻어내는 보람과 영감의 영역을 아직까지는 AI에게 선물 받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예술가의 삶은 보여주려고 발버둥치는 삶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삶일 것이다. 왠지 오늘은 AI의 유혹을 뿌리치고 창작의 고통과 친구가 되어보고 싶어진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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