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음악대학 오케스트라와 프로 오케스트라
백홍승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입력 : 2018. 02. 08(목) 16:46
요즘이 한참 음악대학 입시철이다. 마침 광주시향에서도 얼마 후 신규 단원 오디션이 예정돼 있다 보니 이번에는 음악대학과 프로 오케스트라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해 적어보고자 한다.

최근 들어 한국 출신 솔리스트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쇼팽 콩쿠르 우승의 조성진을 필두로 세계 유수의 권위 있는 콩쿠르에서 끊임없이 낭보를 전해오며 우리를 기쁘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음악적 재능들이 있는 것은 확실 한 것 같다. 그런데 혼자 하는 것은 이렇게도 잘하는데 합주는 왜 못하는 것일까? 어떤 이는 잘 뭉치지 못하는 국민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자기비하적인 분석에 동의할 수 없다. 한국의 오케스트라가 못하는 진짜 이유를 툭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바로 음악 교육의 문제 때문이다. 단지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예술 고등학교나 음악대학에서의 기본기가 무시된 원칙 없는 오케스트라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많은 것일 뿐이고 언젠가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때때로 세계 정상급의 지휘자들이 아주 드물게 국내 지방 교향악단을 지휘할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한 결 같이 공연 후에 하는 말들은 합주의 기초가 안 돼 있다는 충고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자기 소리만 들을 줄 알아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악기 소리를 잘 들을 줄 알고 앙상블을 이루는 합주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정말 잘하기가 어려운 게 오케스트라 합주다. 이것은 프로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고나 음대시절에 배워서 사회에 나왔어야 하는 것이다. 프로 오케스트라는 당장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서 운영하는 조직이므로 단원들에게 합주를 교육 시켜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는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프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들이 한 번의 음악회를 위해서 오케스트라를 연습 시키는 일정은 3일, 길면 4일 정도다.

지휘자가 몇 주일, 몇 달씩 연습을 시키는 것은 예고나 음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합주 수업에서 하는 일이다. 그곳에서 어떤 곡인가를 연습하면서 리듬과 음정을 이야기하고 화음을 지적하고 표현력을 가르치는 합주 교육의 기본적인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광주시향에 입단한 젊은 신규 단원들의 경우를 보면 합주의 기본이 상당히 잘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단 할 정도면 기본적인 재능이나 실력이 갖춰진 재원들임에도 틀림없겠지만 음대 학창 시절에 몸에 밴 우수한 합주 교육을 자양분으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대표적인 프로 교향악단에 수도권 명문 음대 출신의 신규 단원들이 줄 지어 입단하는 것도 지역 오케스트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우리 고장의 음악대학을 졸업한 지역 인재들의 취업과 활동 영역이 급속히 위축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특별히 우리 지역 음대 오케스트라의 합주 수업을 맡고 있는 지휘자들의 진지한 현상 파악과 노력을 부탁드리고 싶다. 당연히 지역적인 한계와 부수적인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이해가 되지만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역 음대의 분발과 각성을 기대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음악을 공부시키는 학부형들의 희망이 유독 솔리스트 쪽에 치우치는 현상도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세상에서 자기 자녀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잘 알고 있다. 소위 잘나가는 솔리스트가 된다는 것은 말이 쉽지 사실은 그 준비과정에서부터 엄청난 고통과 인내를 수반하는 지난한 길이다. 솔리스트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야 당연히 그쪽으로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하겠지만 대다수 일반적인 음대 학생들의 실질적인 취업과 진로를 위한 합창과 합주 교육 등이 좀 더 체계적으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물론 음악대학의 교육 분야를 솔리스트 코스와 일반 음대 코스로 구분해 교육하는 것이 최선이긴 하겠지만 우리 지역 현실 등을 감안했을 때 거기까지 기대하는 것은 당장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프로 오케스트라가 화려한 꽃과 달콤한 과실이라면 지역의 음악대학뿐만 아니라 전국의 음악대학들은 대한민국 각 오케스트라들의 줄기나 뿌리와 같은 것이다. 한 달 후면 광주시향의 신규 단원 오디션이 진행된다. 광주시향의 미래를 위해서도 여러 음악대학에서 잘 훈련된 재능 있는 연주자들이 많이 응시해주기를 바란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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