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인 ‘한반도 두 개 국가론’
박찬용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정치학 박사
입력 : 2024. 10. 15(화) 09:31
박찬용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정치학 박사
[광남시론]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당중앙 전원회의에서 처음으로 ‘한반도의 교전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제시하며 대남정책 전환을 지시한 후, 대남 일군 행사에서 6·15공동선언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본부등 통일관련단체 및 기구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어서 금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이 다시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제시하며 통일방안전환을 선언했고 이를 북한헌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등의 남북대화 협상창구들을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통일만 되면 배부르게 먹고 잘살 수 있다고 주민들을 세뇌해 오다 갑자기 정책을 180도 바꿔 통일을 부정했으니 북한내부의 민심이반이 심각할 것이다. 김정은은 조부 김일성과 선친 김정일의 통일흔적까지 지우며 흥선대원군 이래 새로운 쇄국정치로 유턴하는 것을 보면 역사적인 퇴행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편, 얼마전 지난 정부의 요직을 역임한 통일운동가의 ‘두 개 국가론’ 주장으로 한국에서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 관료는 지난달 9월19일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행사에서 두 국가론에 대해 “통일하지 맙시다.” “통일을 꼭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북한과 남한에서 ‘두 개 국가론’에 대해 논란이 일자 탈북민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3만4,000명의 탈북민과 1,000만 이산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으며, 현직 서울시장도 SNS에 ‘종북(從北)으로 알았더니 충북(忠北)인가‘라는 글을 통해 통일운동가의 주장이 북한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일침했다.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가세하여 갑자기 툭 던진 설익은 발상이며 김대중 대통령이라면 김 위원장을 설득할지언정 동조하지 않았을 것 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대한민국 국회에서 동북아평화공존포럼의 토론회가 있었다. 여기에서 각 정당의 의원들과 전직 통일부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북한과 한국은 헌법상 하나의 나라이며 두 개 나라로 보면 우리의 영토조항부터 달라져야 하며 한반도 평화통일원칙에 어긋난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다시 말해 북한이 주장하는 ‘두 개 국가론’에 동의할 수 없으며 조국의 평화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라는 헌법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여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두 개 국가론의 허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두개 국가론’은 북한이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제인 잠정적 특수 관계론과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이중성을 부정한 것으로, 핵을 보유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며 남한으로부터 오는 자본주의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한국과 결별하는 것이 외교적 자율성 확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조적으로 지난 8월 우리정부의 ‘8·15통일독트린’은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로 이어지는 단계적 통일대신 헌법에 입각한 자유의 확산과 국토회복을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흡수통일을 공식화 한 것 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남과 북이 추상적인 공존통일방안 보다는 실질적인 자유민주통일에 의한 흡수통일과 영토평정의 정면대결 시대로 접어들었다. 향후 정부는남·북과 미·중 4자회담을 개최하고, 1992년 한·중수교모델을 적용하여 북·미수교, 북·일국교정상화, 남·북기본조약체결등을 통한 한반도통일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남북 두개 국가론’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 56%가 이런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최근 조사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9월말 남북 두 국가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한 결과 공감한다 36.3%, 공감하지 않는다 56.0%로 응답했다. 모름 응답율은 7.7% 나왔다. 북한과 국내일각에서도 남북 두국가론이 나오고 있지만 과반이 넘는 국민들은 여전히 남북을 하나로 보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국 7개 권역 모두에서 ‘공감하지 않는다. 응답율이 높게 나왔으나 연령대와 이념성향, 지지정당 별로는 약간의 차이가 보인다. 특히 18·29세는 공감한다. 49.2%, 공감하지 않는다. 46.4%로 남과 북이 별개의 길을 가야한다’는 현실론에 무게를 실었다. 진보층과 조국혁신당 지지층에서도 두 개의 국가론에 공감한다는 응답률이 다소 높게 나왔다.

필자는 지난 30여년 전부터 줄기차게 한반도 통일운동에 매진해 왔다. 당장 실현되지 않더라도 통일이라는 전략적 목표는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 통일을 부정하면 평화가 오기는커녕 이 땅의 영구분단을 고착화시키고 북한급변사태 발생시 중·러개입의 여지만 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과 전 정부의 통일운동가의 두 개 국가론은 시대착오적이고 역사 퇴행적이며 한민족임을 포기한 무책임한 발언으로 생각된다. 100년전 일제 강점기시절 우리 한민족의 화두가 ‘독립’이었다면 이 시대의 한민족의 화두는 ‘통일’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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