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초대석] 임태근 (유)차오름피앤디
GIS 기술 역량 ‘독보적’…학술용역 전문기업 우뚝
<지리정보시스템>
연 공공기관 15~20건 수주
창업 6년만에 매출 25억 달성
‘우문현답’ 현장조사로 돌파
‘협상에 의한 계약’ 주력
입력 : 2024. 10. 13(일) 17:19
임태근 (유)차오름피앤디 대표이사가 기업의 태동부터 지역의 사업 여건, 향후 사업 계획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최기남 기자
국내 공공사업의 대부분은 ‘학술연구용역’을 거쳐 시행된다.

각 지역이 가진 특색을 최대한 유지하고 보호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과학적 기술 기반의 학술 연구용역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사업의 개발계획부터 운영 등 해당 사업이 미치는 영향을 각 단계별로 분석, 단점은 최대한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노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작용한다.

지난 2019년 설립, 전남을 주무대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학술 연구용역 전문기업 임태근 (유)차오름피앤디 대표이사를 만나 기업의 태동부터 지역의 여건, 향후 사업 계획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차오름피앤디는 과학적 근거와 독보적 기술력, 분석능력을 바탕으로 지역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좇는 지역 대표 학술 연구용역 전문기업이다.

올해로 설립 6년차인 차오름피앤디의 지난해 총매출은 25억원 상당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학술연구용역을 통해 얻은 수익이다.

학술연구용역은 학문 분야의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에 관한 연구용역 및 이에 준하는 용역으로 학술·연구·조사·검사·평가·개발 등 지적활동을 통해 공공·민간 정책이나 시책의 자문에 제공되는 용역활동을 말한다. 쉽게 말해 본 사업 진행에 앞서 해당 사업 추진의 타당성, 수반되는 예산, 주변 환경, 미치는 영향 등을 예측·분석해 보고서 형태로 작성하는 것이다.

비교적 짧은 업력에 비해 이처럼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임태근 차오름피앤디 대표(55)의 숨은 공력이 존재한다.

임태근 대표와 학술연구용역 간 인연의 시작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전남대학교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임 대표는 동 대학원에서 석유, 가스자원, 지하수 등 지하자원 탐사와 지질상태, 지하구조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지리정보시스템(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에는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GIS는 지구상의 모든 위치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 저장, 분석 및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지도상에 다양한 정보를 결합해 보여준다. 그동안의 지리는 공간적 범위 내에서 한정적 자료만을 이용해 파악했지만, GIS는 인간생활 영역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정보를 통합 관리,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임태근 (유)차오름피앤디 대표이사가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임 대표는 향후 GIS 적용 범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했고, 이를 활용해 땅꺼짐 현상을 분석, 원인을 찾아내는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교 강단에서 활약했다. 자신이 졸업했던 전남대에서 건설지구환경과학부 외래교수를 비롯해 조선이공대학 토목공학과 외래교수 등을 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다.

또 송원대에서는 수익사업을 전적으로 도맡는 송원홈센터에서 관리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교 일을 모두 정리한 임 대표는 2012년 국토정보기술단에 입사, 인생의 또 한번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이곳에서의 주된 업무는 지방자치단체나 농어촌공사가 위탁한 학술연구용역이었다. 그렇게 8년간 밤낮없이 일하며 부사장에 이어 사장에까지 오른 임 대표는 과도한 업무 범위 등으로 인해 결국 번아웃이 오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차오름피앤디의 창업 배경이다.

임 대표는 “편안하고 안락한 삶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며 “대학전공을 바탕으로 습득한 GIS 기술과 사회 진출 후 부단히 익힌 학술연구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업체명도 직접 작명했다.

‘차오름’은 제주도의 명소 오름에서 차용했다. 넘치지 않을 만큼 조금씩 환경이 만들어지면 끝까지 차오르게 되고 결국 폭발한다는 순우리말이다. 학술연구용역의 성격처럼 연구의 결과물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해당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

차오름피앤디에는 모두 36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인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특급기술자로 구성됐다. 토목, 조경, 행정 등 특정 분야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인력들이다.

급변하는 최신기술, 트렌드, 업계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전략사업본부, 지역개발본부, 마케팅사업본부, 엔지니어링본부, 기업부설연구소 등 전 부서가 유기적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차오름피앤디는 설립 첫 해 학술연구용역, 소프트웨어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사업디자인 전문회사, 초경량비행장치(드론) 사업용 등록을 받았고, 2021년에는 측량업, 건설기술용역업, 안전진단용역업에 이어 한국기업데이터가 선정하는 우수기업 인증(T5)도 획득했다.

이처럼 야심차게 창업에 나섰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학술연구용역 분야의 특성 때문이다. 학술연구용역의 진입장벽은 의외로 낮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임태근 (유)차오름피앤디 대표이사가 학술연구용역 추진에 앞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세울 만한 기술력이 없더라도 학술연구용역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학술연구용역 의뢰를 받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적이 기준이 된다. 즉, 높은 기술력을 갖췄더라도 공공기관으로부터 용역 의뢰를 받는다는 게 애초에 불가능하다.

임 대표는 “현재 전남에만 150개 정도의 학술연구용역 업체가 존재하지만 일정 수준의 실적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수두룩 하다”며 “그렇게 좁히다 보면 현실적으로 10여개 업체만이 실질적으로 생존해 있다”고 설명했다.

차오름피앤디 역시 이 같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타 업체가 의뢰받은 용역을 도급받기도 했다. 하지만 인건비 등을 따졌을 때 오히려 마이너스일 때가 많았다. 결국 이 방법을 포기하고 지자체 출신의 공무원들을 영입, 수의계약 체결에 힘썼다.

또 다른 주력은 ‘협상에 의한 계약’이다.

이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명시된 것으로 계약이행의 전문성, 기술성, 창의성, 긴급성, 안전성 등의 이유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제안서를 제출받아 평가하는 방식이다.

대개 해당 사업 수행에 대한 발표(PPT)와 심사위원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차오름피앤디가 이 계약방식에 주력한 데는 임 대표가 2002년부터 갈고닦은 GIS 기술력이 뒷받침돼서다.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사업의 학술연구용역을 수주하면 예비계획 설립 이후 기본계획과 함께 지역역량강화사업을 수행한다. 필요에 따라 토목, 조경의 도면을 만드는 실시설계도 수행하고 감리까지 처리한다.

차오름피앤디는 사업의 토대가 되는 예비계획과 기본계획에 GIS를 적극 적용한다. 실제 해당 지역의 지도에 사업의 필요성과 향후 영향력 등을 수치화 해 높은 시인성과 신뢰도를 자랑한다.

강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확한 계획설립을 위해 무조건 현장으로 출동한다. 이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평소 지론으로 삼은 임 대표의 삶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임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용역 수행 대상지로 달려가 오랜 기간 주민들과 호흡하며 지형부터 문제점, 애로사항, 향후 미칠 영향력 등을 계산하고 이를 꼼꼼하게 보고서에 옮긴다.

그렇게 총 사업비 150억원 규모인 함평군 함평읍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을 비롯해 곡성군 곡성읍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보성군 소규모 주민편익사업(벌교지구), 덕진 군도 5호선 선형개량사업, 영암공영버스 차고지 설치공사, 영암 5일시장 주차환경개선사업, 벌교스포츠센터 개·보수공사 등 실시설계에 차오름피앤디의 손때가 묻었다.

또 신안군 진리항·하우리항·지원항 어촌뉴딜사업, 장성군 장성읍 청룡마을 마을 만들기 사업, 보성 득량만권역 다향울림촌 활성화 등 지역역량강화 용역에도 참여했다.

건설 분야에서는 영암군 노후교량 및 농어촌도로 확포장 공사 감리용역을 전담했다.

직접 현장을 돌며 주민의 의견을 수렴중인 임태근 (유)차오름피앤디 대표이사
평균적으로 매년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학술연구용역을 15~20건 가량 입찰받아 수행하고 있다.

사회 흐름에도 민감하게 대응한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등 환경문제 대응에 나서자 지자체의 자원순환시행계획 추진을 겨냥해 사업에 나섰고, 이는 적확했다.

자원순환시행계획은 ‘자원순환법’ 제 12조에 따라 5년마다 수립·시행하는 법정계획이다. 1차 계획은 2018~2022년 이뤄졌고, 향후 5년간(2023~2027년)의 제2차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임 대표는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자신의 학력을 토대로 6개 지자체의 용역을 따내는 성과를 이뤄냈다.

임태근 차오름피앤디 대표는 “‘우문현답’을 모토로 내걸고 각종 현장을 돌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주민들과 호흡하며 신뢰도 높은 연구용역보고서를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며 “앞으로는 그동안 수행해온 엔지니어링 쪽 토목, 조경설계에 이어 건축설계까지 범위를 넓혀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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