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지역
특집
인물
오피니언
정치
자치
경제
사회
문화

몸 너머의 노래와 꽃 ‘시화’
박노식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출간

2024. 03.14. 18:31:56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박노식 시인이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삶창 刊)를 최근 펴냈다.

이번 시집은 ‘몸’의 서정을 다루면서도 몸 너머의 노래와 꽃을 총 4부에 걸쳐 이야기한다.

시집에서는 가슴이 먼저 울어버린다는 것은 모두 시(詩)와 같다고 말한다. 시인은 사물과 함께 ‘울음’에 동참하면서 마침내 시를 꽃피운다.

시인이 이렇게 사물의 ‘울음’에 감응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가슴에 이미 울음이 당도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표제작에서부터 드러난다.

‘눈 그친 후의 햇살은 마른 나뭇가지를 분질러 놓는다/때로 눈부심은 상처를 남기고/산새는 그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거나 종종거리지만/시린 몸이 노래가 될 때까지 겨울나무는 견딘다/하지만 그가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은 가슴이 먼저 울어버리기 때문이다’(‘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전문)

시인은 햇살에 가지가 부러진 겨울나무가 ‘노래가 될 때까지’ 견디는 것은 나무의 ‘가슴이 먼저 울어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삶에는 상처가 도처에 그리고 아무 때나 있고, 비바람이나 폭설이 상처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눈부심’이 상처를 남긴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눈부심은 광학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그전에 내린 ‘눈’까지 포함하는 생(生)의 서사를 가리킨다. 시인에게 생은 결국 ‘눈부심’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환희’이거나 달관이 이뤄낸 무갈등의 세계가 아니다. 도리어 ‘시린 몸’이면서 그것을 초월하려는 몸짓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울음’은 그 몸짓의 다른 이름이고, 시인이 가 닿고 싶은 초월의 자리는 ‘노래’이며, 어떤 시편들에서는 ‘꽃’으로 표현된다.

박노식 시인
작품 속에서 울음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시인은 ‘그 봄날에 울어본 이는 설움의 극치를 아는 사람/어찌하여 잠 못 드는 밤에 별들마저 숨어버리는지/새들은 소리를 잃고 바다는 파도를 잃었네/(중략)/누가 저 암울한 유리 벽을 깨부수고/올바른 우리의 숨소리를 바로 살릴 수 있을까’(‘그 봄날을 잊지 말아요’ 중)라고 읊는다. 여기서 울음은 단지 자기 감상이나 삶을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설움 때문에 발생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고명철 문학평론가(광운대 교수)는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은 어느 것 하나 가릴 것 없이 시인이 버텨내고 있는 시작(詩作)의 내공이 고루 스며들어 있다”며 “시인의 시적 매혹은 예의 시 세계에 바탕을 두는 바, 대중가수 김광석의 음악에 대한 경의를 나타내는 시적 재현은 그가 성취하고자 하는 시적 감응력의 비의성”이라고 평했다.

박노식 시인은 광주 출생으로 조선대 국문과를 졸업, ‘유심’ 신인상을 수상,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과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전남 화순 한천면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건강/의료

비엔날레

기사 목록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