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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연주가 기다려지는 연주자 되고 싶죠"
[남도예술인] 피아니스트 김민준
네 살 때 피아노 입문 유년시절 광주와 인연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 밟아
작곡가 탐구 ·후학 양성 활발 …3월 연주회도

2024. 01.18. 18:48:50

월간리뷰 초청 김민준 피아노 독주회

인터뷰 형식 토크쇼·연주 기획인 ‘아마블리 초대석’ 출연진들과 함께한 김 연주자.
네 살 때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하얀 건반 위에 작은 손을 올렸다. 부모님의 권유였다. 피아노 학원으로 바로 가지 않고 일대일 레슨을 시작하면서 그는 점점 더 피아노에 재미를 붙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피아노 선율에 매료된 그는 결국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피아니스트가 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광주에서 보낸 피아니스트 김민준씨의 이야기다.

그는 일찍 피아노에 입문해 10살에 나간 콩쿠르에서 또래 아이들과 경합을 벌이면서 자연스럽게 피아노 전공자의 길을 밟게 된다.

“외할아버지께서 목회를 하셨는데 초등학교 때 한 번씩 찾아뵈면 재롱잔치처럼 예배 반주를 하던 게 습관처럼 몸에 스며들었죠. 언제부터 두각을 나타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광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3학년 때 서울에서 열린 콩쿠르에 나간 게 시작인 것 같아요. 여러 콩쿠르들을 통해 학교 대표로 출전하면서 피아노의 길에 접어들게 됐죠.”

사실 그는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실기우수장학생으로 입학한 이후 해외 콩쿠르에 나갔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고 소회했다. 여러 번 고배를 마실 때마다 씁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출전을 결정한 리옹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앞두고 ‘정말 나는 이 콩쿠르에서도 입상 못하면 피아니스트를 안 하고 다른 길을 생각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한 콩쿠르에서 그는 2위와 청중상으로 2관왕에 올랐다. 그렇게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아마 모든 면에서 끝장을 보고 싶었나 봐요. 리옹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지원해주는 호스트패밀리가 있는데 거부하고 가성비 좋은 호텔에 머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콩쿠르 연주에 매달렸죠. 프랑스 리옹이라는 도시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였습니다. 2차 라운드 때에는 경연장으로 향하는데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무대에 서기 전 연습실에서 셔츠를 벗고 말리던 게 기억나네요.”

김 연주자가 ‘파리의 향기’라는 타이틀로 빛고을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연주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 연주자가 제자들과 함께한 모습.
이같은 경험을 토대로서울대 졸업과 함께 그는 프랑스 에피날 콩쿠르에서 5위에 올라 디플롬(세미파이널리스트)에 그쳤다. 파이널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프랑스 유학을 고민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피아니스트이자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교수인 릴리아 질베르스타인의 클래스에 한 자리가 비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국인 최초로 제자가 된다.

“프랑스로 유학 준비를 해볼까 하다 떠나게 된 빈에서의 유학은 순탄치만은 않았죠. 언어의 장벽은 물론이고, 한국 스타일과 유럽 스타일 연주, 또 그 사이에서 여러 어려움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지혜롭게 헤쳐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빈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과 최고연주자과정을 최고점으로 졸업한 그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던 2021년 귀국했다. 객석 거리두기와 공연장 인원수 제한으로 인해 당장 귀국연주회를 갖기가 어렵다고 판단, 실내악 반주자로 다양한 연주를 펼치며 내실을 기하다 하반기에 귀국연주회를 열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활발히 연주 활동을 벌였다. 라디오 연주를 포함해 KBS 한전 음악콩쿠르에 교수진으로 활동하며 기획 연주를 하고, 월간리뷰 음악잡지에서 초청 연주자로 독주회를 가졌다. 플루티스트 양미현, 첼리스트 강지영과 ‘아베크 트리오’(Avec Trio) 데뷔 무대를 갖기도 했다.

어릴 적 맺은 광주와의 인연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호주니어에 이어 유·스퀘어 영아티스트 콘서트의 앵콜무대를 꾸미고, 이후 금호아시아나 추모음악회에 김봄소리, 김민지와 브람스 트리오를 연주했다. 현재 연세대 박사과정을 밟아 서울과 경기도 등을 오가며 광주예고와 광주영재교육원 등에 출강하면서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학생들이 꿈에 다가설 수 있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무대에도 여러 번 섰다. 2021년에는 아마추어연주자들로 구성된 ACC시민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갖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를 연주했고, 지난해에는 ‘파리의 향기’라는 타이틀로 빛고을아트스페이스에서 첼리스트 윤소희, 바이올리니스트 김도연과 함께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김 연주자와 ‘아베크 트리오’ 구성원들.
피아니스트 김민준씨는 “제 연주를 녹음해뒀다가 3자의 시각으로 들으면서 연주를 평가해보곤 한다. 이런 노력이 밑거름이 돼 다음 연주가 기다려지는, 연주회장에 오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조명하는 무대를 선보여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첫 무대에서는 브람스의 곡들을 선보였고, 올해는 드뷔시와 슈베르트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작곡가를 주요 테마로 삼는 무대 외에도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악상이 떠오르는 대로 자유분방하게 작곡한 곡들을 들려주는 환타지 시리즈 및 피아노 독주에 의한 소나타 레퍼토리를 묶는 소나타 시리즈 등 여러 리사이틀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3월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피아노를 위한 12개의 연습곡’과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을 통해 드뷔시의 음악의 진수를 선사할 계획이고, 11월17일 금호아트홀에서는 판타지 시리즈 2탄으로 브람스와 쇼팽, 멘델스존의 곡들로 무대를 준비 중이다.

“작곡가를 탐구하는 무대 등 시리즈는 다채로운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는 게 매력이죠. 또 거기에는 김민준표 해석으로 수준 높은 작품 세계를 안겨주고 싶은 열망이 깃들어 있죠.”

그는 무대에서 연주자 스스로 만족할 만한 무대를 선보였는가도 중요하지만, ‘와~! 오늘 연주 좋았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도록 청자로 하여금 연주가 어떻게 들릴지 늘 생각하고 고민한다. 차별점으로는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달리 좀 더 ‘말랑말랑’한 소리를 내는 점을 꼽았다. 실내악이나 반주를 할 때에는 소리를 살짝 낮춰 솔리스트를 올려줄 수 있고, 여러가지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연주하는 등 플렉시블한 게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그는 다음 연주가 기다려지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서면서 본인의 연주에 만족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족하게 되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 연주를 녹음해뒀다가 3자의 시각으로 들으면서 연주를 평가해보곤 하죠. 이런 노력이 밑거름이 돼 다음 연주가 기다려지는, 연주회장에 오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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