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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짝사랑하는 기분…성장 느낄 때 가장 즐겁죠"
[남도예술인]‘신인 발레리나상’ 수상한 발레리나 강민지
제28회 한국발레협회상 선정…시립발레단 2018년 입단
‘돈키호테’·‘지젤’·‘호두까기 인형’ 등 작품서 주역 활약
기억 남은 작품 ‘지젤’…드라마발레 도전 의사도 밝혀

2024. 01.04. 18:18:22

강민지 발레리나는 “10년쯤 후에는 발레를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광주시립발레단은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13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기획공연을 선보이며 전국 유수의 발레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데 이어 정기공연 ‘DIVINE’과 ‘지젤’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왔다.

그중 매 작품마다 주역을 훌륭히 소화하며 주목받고 있는 이가 강민지 수석무용수다. 그는 지난 12월 열린 제28회 한국발레협회상 시상식에서 ‘신인 발레리나상’(Rising star ballerina Awards)을 수상하는 기쁨을 안았다. 이 상은 우리나라 발레의 미래를 열어갈 발레인에게 수여되는 것으로 의미가 깊다. 지난 한 해 누구보다 바쁘고 보람찬 시간을 보냈을 강 무용수를 광주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연습을 마치고 발레복을 입은 채 인터뷰에 바로 임했다. 신인 발레리나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전혀 기대하지 않아서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와닿지 않고 덤덤했다”고 답했다.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도 별 감흥을 못 느끼고 있다가 시상식에서 이름이 호명되니까 그제야 실감이 났어요. 이제 시립발레단에 입단한지 햇수로 6년이 됐는데요. 초심을 잃지 않고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2023년 광주시립발레단의 정기공연 ‘DIVINE’ 무대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강 무용수는 지난 2018년 광주시립발레단에 입단했으며, 여러 작품의 솔리스트 역할을 맡아 기반을 다진 후 2021년 수석 단원으로 승격했다.

그는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은 무대로 망설임 없이 ‘지젤’을 언급했다.

“무대를 준비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지젤처럼 연기를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여자 무용수 역할이 클래식 발레 작품 중 흔하지 않거든요. 발레리나라면 한번쯤 꼭 꿈꾸는 작품이죠. 저 역시 그랬기에 꿈이 실현된 것처럼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낭만발레의 대표작인 ‘지젤’은 죽음을 초월한 진실한 사랑을 주제로 한 고전 명작이다. 주인공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애절한 파드되와 순백의 튀튀를 입은 윌리들의 황홀한 발레블랑으로 유명하다.

특히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순수한 처녀 지젤이 배신감에 고통 받다 죽음에 이르는 상반된 연기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주역의 연기가 중요한 작품이다.

강 무용수는 무대를 준비하며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연기 경험이라면 대학에서 수업을 받아본 게 다였다. 주변에 연기를 하는 친구들에게 전화해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며 궁금한 점을 묻고 받아 적는 등 캐릭터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직접 작품을 준비하면서 연습하고 생각한 거리를 꼼꼼히 적은 수첩을 손수 펼쳐 보여줬다.

“정말 해보고 싶은 작품이라서였는지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지젤 무대에 선 순간과 그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역할에 깊이 이입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죠. 어머니가 매 공연 때마다 와서 관람하시는데 이번에 제 연기를 보고 정말 좋아하셨어요. 여러모로 감사하고 기억에 남는 무대였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주재만 안무가의 컨템포러리 발레 ‘DIVINE’ 역시 새로운 경험이자 도전이었다. 본래 클래식보다 모던 발레를 선호했던 그에게 많은 걸 가르쳐준 작품이었다.

“모던 작품은 더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저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평소 좋아해왔죠. 클래식 발레의 매력은 시립발레단에 들어와 알게 된 것 같아요. ‘DIVINE’을 준비하면서는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주 안무가님은 무용수 각자만의 장점을 더 극대화시켜주는 분이셨죠.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을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주셨어요.”

‘제13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작품 ‘돈키호테’의 키트리 역을 맡은 모습.
강 무용수는 지난 2014년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에 입학한 이후 꾸준히 도전하며 무용수로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6년 제14회 한국발레콩쿨 대학 일반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이듬해 제18회 한음무용콩쿠르에서 전체 우수상을 수상했다. 같은해 제6회 한국프로발레협회콩쿠르에서 대학 일반부 금상을, 2017년 한국문예총 장관상 국제 콩쿠르에서 대학 일반부 은상 등을 거머쥐었다.

2020년 시립발레단의 정기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역으로 전막 발레 첫 주역을 맡았고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이라 모든 게 어렵고 서툴기만 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무대 위에서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전에는 제 연기하기에만 바빴는데 요즘은 동료들과 더 호흡하고 소통하며 무대에 서게 됐죠. 혼자가 아니라 같이 춤을 춘다는 생각을 합니다. 주역을 맡을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할이지만 함께하는 무용수들과 같이 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저 스스로 이입이 잘되고 작품 완성도도 높아지죠.”

‘제28회 한국발레협회상’ 시상식에서 신인 발레리나상을 수상한 강 발레리나.(가운데)
그는 발레를 짝사랑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요즘 발레가 더 재밌는 이유는 계속 더 나아갈 수 있음을 느껴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은 ‘로미오 줄리엣’과 같은 드라마발레다. 현실적이면서 무용수에게 더 많은 연기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연기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이 남았다는 말로 읽혔다.

목표를 이뤘을 때보다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는 강 무용수. 넉넉지 않던 형편에도 발레의 꿈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주위 사람들 덕분이라고 한다. 광주시립발레단에 들어오기까지 스스로조차 자신을 믿지 못하던 때 그를 믿어주고 응원해준 이들이 많았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홍정민 선생님은 저보다 더 저를 믿어주신 분들이세요.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발레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남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베풀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곤 해요. 10년 쯤 후에는 저도 발레를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죠.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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