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문화와 예술이 주는 사회적 가치
박지현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가
입력 : 2023. 11. 22(수) 19:13
박지현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가
[기고] 최근 문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도시환경 조성과 시민의 문화적 삶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문화로 달성하려는 움직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실험적인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에 접근하고자 하는 여러 시도 역시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는 지속 가능성과 문화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을 하는 도시로, 타이베이 현대미술관은 2021년 9월 ‘지속가능한 미술관:미술과 환경(Sustainable Museum: Art and Environment)’이라는 전시를 선보였다. 부산현대미술관과 협업한 이 전시는 환경 위기에 대한 의식이 커가는 시기에 자본 집약적 전시 방식과 제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이고자 해외 작품을 운송하고 설치하는데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몇몇 작품의 현지 전시 모습을 온라인 생중계했다. 2022년 국립대만박물관에서는 ‘지속 가능한 새해 저녁식사:인류세의 저녁식사(Sustainable New Year’s Dinner Tables:Dinning in the Anthropocene)’ 전시가 진행됐다. 새해 저녁식사인 만큼 육류와 해산물로 풍성하게 차려진 식단을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대만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려는 전시였다.

이러한 시도는 국내에서도 계속된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커먼즈필드 춘천은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문화공간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 춘천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문화적 실험과 프로젝트로 가득한 공간이다. 태백시에 필요한 공공미술이 무엇일지 시민이 직접 연구 끝에 헌 옷을 활용한 자원순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노년기 마을주민들의 문화예술프로그램을 발전시키기 위한 작은 연구를 시작하기도 했다. 협의체를 구성해 강원랜드를 플라스틱 프리 호텔로 만들고자 하는 프로젝트 역시 이곳에서 탄생했다. 도시의 문제를 문화적 방법으로 풀어나가려는 다양한 시도가 인상 깊은데, 특히 ‘소소한 동네연구’라는 시민주도형 프로젝트명에서 내가 살아가는 이 지역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의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광주에서도 문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한창이다. ‘지속가능 문화실험’ 프로젝트는 새롭고 낯선 방법으로 문화와 예술이 지닌 사회적 가치를 지역사회에 널리 퍼뜨리기 위해 시작됐다. 그 첫 번째는 업사이클 악기를 소개하며 쓰레기의 다양한 소재와 아이디어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하는 공연이다. 연주를 듣는 순간 쓸모없던 쓰레기인 버려진 장난감과 농약 분무기통에 새 이름과 새로운 소리를 찾아 준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공연 중 실험적이라는 평을 받을만한 순간은 피아노 현 위에 다양한 쓰레기를 집어넣은 채 즉흥연주를 선보이는 ‘쓰레기 프리페어드 피아노’ 연주였다. 다양한 소재의 쓰레기로 인해 긁는 소리, 굴러가는 소리, 튕기는 소리, 두드리는 소리 등 한 대의 피아노에서 이렇게 복합적인 소리의 연주가 가능하다는 게 놀랍고 신선했다. 기후위기를 이토록 새로운 방법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니.

두 번째는 여러 모양과 맛, 향을 가진 우리 토종쌀의 존재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함께 토종쌀 젤라또를 만들어보며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갈 때 건강한 사회가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프로그램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워크숍 자리에서 멧돼지찰, 한양조, 조 총 3가지 토종쌀 젤라또를 맛볼 수 있었다. 한 참여자는 ‘추수의 계절 가을에 토종쌀로 만든 젤라또를 맛보니 농업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실감된다’고 평을 남겼다. 자취를 감춘 토종벼를 복원하고자 하는 소농들에게 토종쌀 젤라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이처럼 예술은 버려진 쓰레기를 또 다른 삶으로 재탄생 시키며 사회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문화적 활동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는 과정에선 잊혀진 가치를 다시 알리며 크고 작은 연결고리를 형성해 나갈 수 있다. 문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려는 시도가 계속될수록 시민의 문화적 삶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고 문화도시로서의 광주 역시 지속 가능할 것이다. 광주공동체가 문화와 예술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를 확산해 나가며, 새로운 정책과 실험을 환영하는 도시가 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문화·예술인의 자유로운 놀이와 실험이 광주 전역에 지속 적으로 퍼지기를 바란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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