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패스트패션의 확산, 순환의 공백
김유빈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책임활동가
입력 : 2025. 06. 29(일) 18:24

김유빈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책임활동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열고 ‘입을 옷이 없다’라는 고민을 한다.
하지만 옷장에는 반팔부터 외투까지 빼곡하다. 유행이 지났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딱히 손이 가지 않는 옷들이 대부분이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가성비 좋은 새 옷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빠른 배송 덕분에 고민할 시간도 없이 소비는 완료되고, 새 옷은 생각보다 빨리 질려 다시 빼곡한 옷장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소비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면서, 이 소비가 단순한 개인의 습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패스트 패션은 우리가 입고 벗는 일상의 이면에서 막대한 환경적 영향을 만들어 낸다.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은 섬유 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1㎏의 면화를 생산하는 데 약 4300ℓ의 물이 소요되며, 섬유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8%를 차지한다. 또 합성 섬유로 만든 의류를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섬유는 전 세계 해양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약 9%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이 2017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의류의 평균 사용 횟수는 약 36% 감소했으며, 입을 수 있는 옷을 버림으로써 소비자는 매년 약 4600억달러의 가치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의 탐사기획 ‘헌 옷 추적기: 수거함에 버린 옷의 행방’을 보면 수거된 헌 옷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재활용되지 않고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으로 판매되지만, 상당수는 재활용되지 못한 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재활용 의류 수거함은 ‘재활용’이라는 단어로 시민의 선의를 이용해 소비의 책임을 가볍게 보이게 만들지만, 실질적으로 그 구조는 순환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광주시는 주택가 주변에 1275개의 재활용 의류 수거함(2023년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수거함은 쓰레기 무단 투기장처럼 방치돼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동구, 서구, 북구 일대에서는 수거함 주변에 의류 외 쓰레기가 쌓여 악취를 유발하기도 하며, 수거 주체도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광주의 의류 수거함 상당수는 사기업이 운영하는 수익형 구조로, 수거된 헌 옷은 대부분 해외로 판매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실정이다.
이제는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이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화된 소비 문화와 불완전한 순환 시스템의 반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패스트 패션의 편리한 이면에는 막대한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지역사회에서도 실질적인 재활용과 순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광주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의류 수거 시스템의 실효성을 재검토하고, 공공 주도 혹은 시민 협력을 통한 순환 기반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
의류 순환 구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거함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이 어떻게 순환되는지를 투명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또 생산 단계에서의 과잉 생산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시즌 별로 판매되지 않은 의류 재고를 값싸게 처분하고, 남은 제품을 소각하는 구조적 문제는 회수 단계가 아니라 생산 단계에서의 조치가 필요하다. 의류 순환 구조의 ‘입구’를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의류 순환은 단순히 수거함 앞에서 끝나지 않는다. 옷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소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소비 경로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때 비로소 순환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옷장에는 반팔부터 외투까지 빼곡하다. 유행이 지났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딱히 손이 가지 않는 옷들이 대부분이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가성비 좋은 새 옷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빠른 배송 덕분에 고민할 시간도 없이 소비는 완료되고, 새 옷은 생각보다 빨리 질려 다시 빼곡한 옷장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소비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면서, 이 소비가 단순한 개인의 습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패스트 패션은 우리가 입고 벗는 일상의 이면에서 막대한 환경적 영향을 만들어 낸다.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은 섬유 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1㎏의 면화를 생산하는 데 약 4300ℓ의 물이 소요되며, 섬유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8%를 차지한다. 또 합성 섬유로 만든 의류를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섬유는 전 세계 해양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약 9%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이 2017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의류의 평균 사용 횟수는 약 36% 감소했으며, 입을 수 있는 옷을 버림으로써 소비자는 매년 약 4600억달러의 가치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의 탐사기획 ‘헌 옷 추적기: 수거함에 버린 옷의 행방’을 보면 수거된 헌 옷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재활용되지 않고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으로 판매되지만, 상당수는 재활용되지 못한 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재활용 의류 수거함은 ‘재활용’이라는 단어로 시민의 선의를 이용해 소비의 책임을 가볍게 보이게 만들지만, 실질적으로 그 구조는 순환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광주시는 주택가 주변에 1275개의 재활용 의류 수거함(2023년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수거함은 쓰레기 무단 투기장처럼 방치돼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동구, 서구, 북구 일대에서는 수거함 주변에 의류 외 쓰레기가 쌓여 악취를 유발하기도 하며, 수거 주체도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광주의 의류 수거함 상당수는 사기업이 운영하는 수익형 구조로, 수거된 헌 옷은 대부분 해외로 판매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실정이다.
이제는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이 단순한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화된 소비 문화와 불완전한 순환 시스템의 반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패스트 패션의 편리한 이면에는 막대한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지역사회에서도 실질적인 재활용과 순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광주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의류 수거 시스템의 실효성을 재검토하고, 공공 주도 혹은 시민 협력을 통한 순환 기반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
의류 순환 구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거함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이 어떻게 순환되는지를 투명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또 생산 단계에서의 과잉 생산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시즌 별로 판매되지 않은 의류 재고를 값싸게 처분하고, 남은 제품을 소각하는 구조적 문제는 회수 단계가 아니라 생산 단계에서의 조치가 필요하다. 의류 순환 구조의 ‘입구’를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의류 순환은 단순히 수거함 앞에서 끝나지 않는다. 옷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소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소비 경로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때 비로소 순환이 현실이 될 수 있다.
광남일보@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