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 의사 없는 전남
주필
입력 : 2023. 10. 29(일) 17:01
전남지역 의대 신설이 또 성사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26일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을 발표했으나 지역 의대 신설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역 의대 신설을 지속적인 검토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전남 지역민에게 필요한 것은 의대 정원 확대보다 지역 의대 신설이다. 의사가 아무리 많아봤자 전남에서 근무하겠다는 의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개업한 의료인들이 지방보다 소득이 적은데도 굳이 수도권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국회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지역별 개업 의료인 연간 평균 소득은 수도권 3억3000만 원, 비수도권 3억53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남 의료인의 소득은 3억7900만 원으로 비수도권에서도 높은 수준에 속한다. 하지만 병·의원 사업장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전남의 인구 비율은 3.5%인데, 전남의 병·의원 점유율은 고작 2.2%에 불과하다. 전남에 병·의원이 얼마나 적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방 병·의원의 수입이 많은데도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은 경제적 보상이나 단순 의대 정원 확대로는 지방의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의사 구인난에 허덕이는 전남에 필요한 것은 의대 신설이다. 지역연고 의대 출신이라면 그나마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개업할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에 더해 전남도의회가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전남 의과대학 신설 및 지역의사제 도입 촉구 건의안’을 가결했다.

기존 의과대학 정원 확대만으로는 의사의 수도권 쏠림만 가속화할 뿐 지역 의료체계 구축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일하게 하는 의사제 도입을 병행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지역의사제는 헌법 상 의사의 거주이전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지만 국민의 생명권을 생각한다면 특별법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게 도의회의 생각이다.

사실 전남의 열악한 의료상황은 국민으로서 가질 수 있는 생명권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전남 인구 1000 명당 의사 수는 1.7명으로 OECD 국가 평균 3.7명, 대한민국 평균 2.5명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중증 응급환자 전원율은 9.7%로 전국 평균인 4.7%의 2배를 넘는다.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과 상급병원이 없어 매년 83만 명의 전남도민들이 다른 시도로 원정 진료를 떠나고, 이로 인한 의료비 유출은 연간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전남의 지방의료원과 의료취약지 응급의료기관은 최소한의 의료 인력조차 구하지 못해 필수 의료과가 속속 문을 닫고 있고, 공중보건의마저 감소해 전남 농어촌 지역의 공공의료와 필수의료체계가 거의 붕괴 된 상태이다.

전남은 고령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의료수요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전남의 노후 산업단지에서 산재가 빈발하고 있고, 섬이 많아 응급의료에 분초를 다퉈야 하는 특성도 갖고 있다.

지방 필수 의료 인력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대 설립이 시급하며, 지역의사제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로 지역 간 의료 불평등 해소를 위해 기존 국립의대를 활용하는 것보다는 국립의대를 신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번에 전남 의대 설립이 불발되면서 전남도는 국립의대 범도민추진위원회를 구성, 적극 대응키로 했다. 200만 도민들의 총의를 모아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의대 신설은 전남 지역민들의 숙원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를 보유하지 못한 전남에 의대를 신설하는 것은 국토균형 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당연한 조치이다. 전남도민도 국민이 누리는 의료서비스를 평등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

수익감소를 우려하는 기존 의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더 이상 전남 지역민의 진료 받을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전남에 의대를 신설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 27일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남지역 의과대학 신설을 건의했다고 한다. 정부는 조속히 전남 의대 신설에 대한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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