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무대…관객 앞에 보여줄 준비됐죠"
[남도예술인] 바리톤 조재경
하노버 국립음대 최고점 졸업…린츠 국제성악콩쿠르 우승
‘평창국제음악제’ 협연 대구 오페라하우스 ‘마술피리’ 호평
호신대·전남대 출강…11월15일 융복합음악극 ‘오방’ 앞둬
하노버 국립음대 최고점 졸업…린츠 국제성악콩쿠르 우승
‘평창국제음악제’ 협연 대구 오페라하우스 ‘마술피리’ 호평
호신대·전남대 출강…11월15일 융복합음악극 ‘오방’ 앞둬
입력 : 2023. 10. 26(목) 18:00

바리톤 조재경씨는 “아직 젊기에 앞으로 도전할 것이 많이 남았다”면서 “다양한 역할로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어려서부터 남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했다. 선생님이 시키면 빼지 않고 나서던 학생이 그였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가요에 심취해 교내 노래자랑에 나가 자주 상을 타기도 했다.
그렇게 유쾌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됐을 무렵 처음으로 진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일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은 단 하나, 노래였다. 실용음악으로 대학을 가서 좋아하는 노래를 배우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불 보듯 뻔했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떠오른 것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성악이었다.
성악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아버지는 극구 반대했다. 아버지의 불호령 같은 호통소리를 지금도 기억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의 편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게 생겼다고 말하는 아들을 신기하고 기특하게 바라봤다.
어머니는 아버지 몰래 교회에 그를 데리고 가 지휘자 선생님에게 테스트를 받게 했다.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담임선생님과 상담 후 경남예고로 레슨을 받으러 다니며 성악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는 광주 출신 바리톤 조재경씨가 처음 성악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다. 시간이 흘러 호남신학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입학, 석사 과정과 최고 연주자과정을 실기 최고점으로 졸업하게 된다.
그는 유학시절 세계 여러 콩쿠르에 나가 무대 경험을 쌓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5 린츠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다. 14개국 800여명이 참가한 콩쿠르에서 결선에 진출한 13명에 선발돼 1등 수상과 함께 8000유로의 상금을 받았다. 이 수상을 계기로 대회에 나갈 때마다 입상하게 됐다고 한다.
“린츠 콩쿠르 이전에는 대회에 나가면 항상 1차에서 떨어지곤 했습니다. 우승한 후부터는 신기하게도 대회에 나가면 거의 상을 탔던 것 같습니다. 첫 우승이기도 하고 이 콩쿠르 이후 제 삶이 많이 달라졌기에 의미가 클 수밖에 없죠.”
그는 세계 유수의 성악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태리 리카트르 잔도나이 국제 콩쿠르 3위, 오스트리아 페루치오 탈리아비니 국제 콩쿠르 4위, 스페인 비냐스 국제 콩쿠르 모차르트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 데뷔, 독일 바베어크성 오페라 페스티벌, 린츠 부르크너 하우스, 독일 게라 국립 극장, 독일 에어푸르트 극장, 알텐베어크 극장 등에서 다양한 작품의 주·조역으로 출연하며 국제무대에서의 경험을 쌓아나갔다.
그는 이처럼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관객들을 만나 노래해왔다. 하나의 무대에 서기까지 사각형의 작은 연습실 안에서 같은 곡을 수없이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연습한 시간이 있었다.
그러한 노력은 이국 먼 땅에서 점차 인정받았다. 독일 국영 방송인 NDR에서 Hugo Wolf의 가곡으로 음원을 녹음했고, 메이저급 클래식 레이블인 NAXOS사에서 오페라 ‘Le due Duchesse’ 음반을 녹음했다. 특히 이 작품은 도니체티의 스승으로 알려진 요한 시모네 마이어가 작곡한 곡으로, 당시 독일에서 한번도 연주된 적이 없어 더욱 뜻깊은 작업이었다.
귀국 이후 국내 무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국립오페라단과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콜라보 프로젝트 ‘라보엠’에서 바리톤 주역 마르첼로 역, ‘카르멘’의 에스카미요 역에 바리톤 고성현 교수와 더블 캐스팅으로 발탁돼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아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 ‘잔니스키키’, ‘사랑의 묘약’ 등에서 연기했다.
뿐만 아니라 2019년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에 초청돼 세계적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연주하며 예술가곡 연주자로서 역량을 드러냈다.
지난해 2월 귀국 후 첫 무대였던 대구 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는 파파게노 역을 맡아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국내 유일의 오페라하우스에서 귀국 후 첫 무대를 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마술피리’의 파파게노 역을 맡게 된 것은 제게 굉장한 행운이었죠. 마술피리는 징슈필이라는 장르로 다른 오페라와는 달리 대사가 많이 나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대사 부분을 한국말로 번역해 부르는 편인데 대구 공연에서는 대사도 독일어로 해서 마치 현지 극장에서 공연하는 특별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가 꼽는 가장 자신 있는 배역은 오페라 ‘라보엠’의 마르첼로 역이다. 실제 가장 많이 맡아본 역할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작품이라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배역으로는 오페라 ‘리골레토’의 리골레토 역을 꼽는다. 오페라를 시작하던 때부터 간절히 원한 배역이었다고 한다.
“리골레토가 자식이 있는 역할이다 보니 결혼해 아이를 갖고 나서 해야 조금 더 진정성 있는 노래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는 현재 호남신학대와 전남대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을 위해 힘쓰는 한편, 다양한 무대에서 공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는 11월15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리는 융복합음악극 광주의 아버지 최흥종 ‘오방’ 무대에 설 예정이다.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는 그는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저는 아직 젊기에 앞으로 도전할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채로운 무대를 통해 공부하면서 더 많은 역할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렇게 유쾌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됐을 무렵 처음으로 진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일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은 단 하나, 노래였다. 실용음악으로 대학을 가서 좋아하는 노래를 배우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불 보듯 뻔했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떠오른 것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성악이었다.
성악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아버지는 극구 반대했다. 아버지의 불호령 같은 호통소리를 지금도 기억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의 편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게 생겼다고 말하는 아들을 신기하고 기특하게 바라봤다.
어머니는 아버지 몰래 교회에 그를 데리고 가 지휘자 선생님에게 테스트를 받게 했다.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담임선생님과 상담 후 경남예고로 레슨을 받으러 다니며 성악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는 광주 출신 바리톤 조재경씨가 처음 성악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다. 시간이 흘러 호남신학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입학, 석사 과정과 최고 연주자과정을 실기 최고점으로 졸업하게 된다.
그는 유학시절 세계 여러 콩쿠르에 나가 무대 경험을 쌓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5 린츠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다. 14개국 800여명이 참가한 콩쿠르에서 결선에 진출한 13명에 선발돼 1등 수상과 함께 8000유로의 상금을 받았다. 이 수상을 계기로 대회에 나갈 때마다 입상하게 됐다고 한다.

‘2015 린츠 국제성악콩쿠르’에서 노래하는 모습
그는 세계 유수의 성악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태리 리카트르 잔도나이 국제 콩쿠르 3위, 오스트리아 페루치오 탈리아비니 국제 콩쿠르 4위, 스페인 비냐스 국제 콩쿠르 모차르트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 데뷔, 독일 바베어크성 오페라 페스티벌, 린츠 부르크너 하우스, 독일 게라 국립 극장, 독일 에어푸르트 극장, 알텐베어크 극장 등에서 다양한 작품의 주·조역으로 출연하며 국제무대에서의 경험을 쌓아나갔다.
그는 이처럼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관객들을 만나 노래해왔다. 하나의 무대에 서기까지 사각형의 작은 연습실 안에서 같은 곡을 수없이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연습한 시간이 있었다.
그러한 노력은 이국 먼 땅에서 점차 인정받았다. 독일 국영 방송인 NDR에서 Hugo Wolf의 가곡으로 음원을 녹음했고, 메이저급 클래식 레이블인 NAXOS사에서 오페라 ‘Le due Duchesse’ 음반을 녹음했다. 특히 이 작품은 도니체티의 스승으로 알려진 요한 시모네 마이어가 작곡한 곡으로, 당시 독일에서 한번도 연주된 적이 없어 더욱 뜻깊은 작업이었다.
귀국 이후 국내 무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국립오페라단과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콜라보 프로젝트 ‘라보엠’에서 바리톤 주역 마르첼로 역, ‘카르멘’의 에스카미요 역에 바리톤 고성현 교수와 더블 캐스팅으로 발탁돼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아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 ‘잔니스키키’, ‘사랑의 묘약’ 등에서 연기했다.
뿐만 아니라 2019년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에 초청돼 세계적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연주하며 예술가곡 연주자로서 역량을 드러냈다.
지난해 2월 귀국 후 첫 무대였던 대구 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는 파파게노 역을 맡아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국내 유일의 오페라하우스에서 귀국 후 첫 무대를 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마술피리’의 파파게노 역을 맡게 된 것은 제게 굉장한 행운이었죠. 마술피리는 징슈필이라는 장르로 다른 오페라와는 달리 대사가 많이 나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대사 부분을 한국말로 번역해 부르는 편인데 대구 공연에서는 대사도 독일어로 해서 마치 현지 극장에서 공연하는 특별한 기분이 들었어요.”

광주시립오페라단 콘서트 오페라 ‘사랑의 묘약’ 공연 모습

광주문화재단 ‘월요콘서트’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리골레토가 자식이 있는 역할이다 보니 결혼해 아이를 갖고 나서 해야 조금 더 진정성 있는 노래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는 현재 호남신학대와 전남대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을 위해 힘쓰는 한편, 다양한 무대에서 공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는 11월15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리는 융복합음악극 광주의 아버지 최흥종 ‘오방’ 무대에 설 예정이다.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는 그는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저는 아직 젊기에 앞으로 도전할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채로운 무대를 통해 공부하면서 더 많은 역할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