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예산 삭감은 미래를 삭감하는 것
박형주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장
입력 : 2023. 10. 17(화)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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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장
[특별기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전국 초·중·고등학생 8426명을 대상으로 ‘청소년이 행복한 지역사회 지표’(2019)를 조사 발표한 적이 있다. 지표는 주관적 웰빙, 관계, 건강, 교육, 안전, 참여, 활동, 경제, 환경 등 총 9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이 중 참여와 활동 영역의 전반적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참여권리 보장은 6.51점, 청소년활동 여건은 6.97점이었다. 이는 청소년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 청소년의 실질적 참여를 보다 더 보장하고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최근 청소년 정책을 총괄하는 여성가족부가 이와는 정반대 행보를 보여 논란이다. 올해 본예산 기준 청소년활동 예산 38억2500만원과 청소년정책참여 예산 26억3000만원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하고, 각 시도 지자체에 관련 사업 지원 중단을 통보한 것이다. 개별 지자체가 지방비를 적극 확보해 운영하라고는 하나, 국비 매칭 사업 특성상 국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 지방비 예산 수립의 근거가 사라지게 되고 그에 따라 지방비 예산조차 삭감돼 청소년정책 실행의 지속성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삭감 예산에 포함된 사업을 살펴보면 청소년이 다양한 재능과 끼를 발산하는 동아리활동(125만원씩 2500개 지원), 문화예술 역량을 발휘해 축제의 장을 직접 기획 운영하는 청소년어울림마당(126개소),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결정 및 공공 청소년시설 운영에 직접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청소년참여위원회(233개소)와 청소년운영위원회(100만원씩 331개소 지원) 등이다. 하나같이 청소년 활동과 참여의 핵심 사업으로 그간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지만 소중하게 쓰였다.

여성가족부는 예산 삭감의 이유로 일부 청소년동아리 운영단체의 비용 관련 증빙자료 미제출과 재정사업 자율 평가에서 받은 미흡한 평가 결과를 들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기획재정부 보조사업평가단의 ‘국가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활동 지원사업은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고, 학업 외 다양한 관심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전인적 발달에 기여할 수 있어 국가보조의 필요와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 때문에 여성가족부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이는 무작정 예산 삭감이자 무논리 사업 폐지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올해 초 정부는 향후 5년간 청소년정책의 목표와 전략을 담은 ‘제7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청소년활동 활성화와 청소년의 참여 및 권리 보장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 6월에는 여성가족부 장관의 약속 2호 ‘청소년을 위한 더 넓은 학교를 만들겠습니다’를 발표하며 ‘코로나19로 위축된 청소년활동을 활성화하고 청소년이 더 나은 미래는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모순되게도 그나마 있던 예산마저 삭감하고 지원을 종료하겠단다. 청소년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 기회를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청소년활동진흥법 제5조에 따르면 국가는 청소년이 다양한 청소년활동에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실현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지원할 의무가 있다. 청소년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여야 한다.

그런데 법에서 정한 청소년활동 진흥과 지원의 의무도 저버린 정부의 처사에 청소년계는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좀처럼 집단행동을 하지 않던 청소년계가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광주를 시작으로 여러 지역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 150여개 청소년 기관 및 단체가 모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오는 28일에는 서울 보신각 일대에서 ‘청소년예산 삭감 철회 촉구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청소년은 오늘의 주인이자 내일의 희망이다. 그런 청소년 인구가 해마다 감소해 800만명 아래로 줄었다. 단 한 명의 청소년도 놓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청소년 개개인의 역량 제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런데 청소년 수가 줄었다고 자원 배분 역시 줄이려고 하는 것은 미래에 가중치를 두지 않는 무책임하고 비전 없는 정책이다. 청소년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미래를 삭감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지금이라도 청소년 예산을 복원시켜 주무 부처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
광남일보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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