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지키기 ‘총력’…동남아 허브항만으로 개발
[위기의 광양컨테이너항 해법은 없는가] ③동남아 환적화물 유치로 선회한 가오슝항
중국 환적화물 감소로 세계 3위→18위 ‘추락’
지난해 949만TEU…8년 새 110만TEU 감소
초대형 선박 기항·스마트항만 개발 등 온힘
중국 환적화물 감소로 세계 3위→18위 ‘추락’
지난해 949만TEU…8년 새 110만TEU 감소
초대형 선박 기항·스마트항만 개발 등 온힘
입력 : 2023. 09. 20(수) 16:04

타이완 제1의 컨테이너항인 가오슝항

가오슝항의 전경

가오슝항의 컨테이너 부두

관광객들을 위해 지난 2020년 건립한 가오슝항의 여객선터미널

가오슝항 컨테이너부두 하역장
△타이완 최대 컨테이너항
가오슝항은 우리나라의 부산항처럼 타이완 최남단에 위치한 타이완 제1의 컨테이너항이다. 타이완에는 가오슝항 외에도 지룽항, 타이페이항, 타이중항 등 3개 컨테이너항만이 더 있다. 그런데도 가오슝항의 컨테이너 화물 처리량은 전체 화물의 65%에 달한다. 지난 2007년 1027만TEU를 처리해 처음으로 1000만TEU 시대를 열었으며 2014년 1059만TEU, 2018년 1045만TEU, 2019년 1043만TEU를 처리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경기가 침체 되면서 2020년 962만TEU, 2022년 949만TEU로 감소했다. 올해도 1000만TEU는 상회하지 못하고 950만TEU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때 세계 3위 컨테이너항
가오슝항은 2001년만 해도 물동량 754만TEU를 처리,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3위 컨테이너항의 위용을 자랑했다. 1990년대 급성장한 타이완 경제와 남중국의 환적항 기능 역할로 가오슝항의 물동량은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다. 가오슝항에 수출 가공구, 임해공업단지가 들어서고 중국 철강사들의 신설 및 확장사업 등이 이뤄지면서 대량으로 화물이 생겨 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국내 내수 경제도 좋아 경제 성장률이 5.72%에 달하는 등 수출입 물동량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소폭이지만 환적화물도 늘어났다.
가오슝항의 물동량 추이를 보면 2001년 754만TEU, 2002년 849만TEU, 2003년 884만TEU, 2004년 971만TEU, 2005년 947만TEU, 2006년 977만TEU, 2007년 1026만TEU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7년 동안 연평균 39만TEU가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개혁개방정책으로 상하이·선전·닝보·칭다오·광저우·텐진·샤먼항 등 중국의 연안항들이 2000년대 초부터 급속하게 부상하기 시작해 가오슝항의 경쟁항만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지리적 위치와 항만조건 등이 유사한 이들 항만과의 경쟁은 인력, 생산비용, 미-중 무역정책 등의 영향으로 어려워지고 환적 기능 역할도 갈수록 힘들게 됐다.
이 때문에 물동량이 정체되기 시작한 가오슝항은 2012년 말레이시아 포트 클랑항에 밀리고 2020년에는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항에도 밀려나 지금은 세계 18위 항으로 추락했다.
△중국 대신 동남아 환적화물 유치
지금처럼 중국을 운항하는 컨테이너선들이 직기항을 하지 않을 때인 1970~1980년대 까지만 해도 가오슝항의 환적화물은 대부분 중국의 화물이 차지했다. 하지만 1990년 이후 중국의 상하이, 선전 등지에 대규모항만이 건설,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환적화물이 점차 줄어 들기 시작해 지난해 가오슝항의 중국 환적 화물은 겨우 51만TEU에 불과했다. 이것도 대부분 가오슝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샤먼항에서 온 화물이 29만TEU이고 나머지 22만TEU는 다른 중국지역에서 온 화물들이다. 이같은 중국 환적화물은 전체 가오슝항 환적화물의 12% 정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그나마 51만TEU의 중국 환적화물도 타이완 국적 해운사인 에버그린, 양밍, 완하이, TS라인이 중국 연안항까지 운항하면서 자사 수익증대를 위해 가져온 화물이 전부다. 이런 화물을 제외하면 사실상 중국의 환적화물은 거의 사라진 셈이다. 중국 환적 화물이 자국항만을 이용하고 있어서다.
가오슝항의 지난해 환적화물은 총 424만TEU로 총 물동량(949만TEU)의 44.6%를 차지하고 있다.
가오슝항은 더이상 중국의 환적화물 유치가 어렵다고 보고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으로 방향을 선회했으며 이들 화물로 환적화물을 충당하고 있다.
△동남아 허브항만으로 개발
TIPC(타이완항무공사)는 중국의 환적화물 유치가 사실상 어렵게 되자 가오슝항을 컨테이너 허브 항만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모선이 가오슝항에 기항 할 수 있도록 컨테이너 부두 개발, 터미널 이전 및 재배치, 부두 진입로 준설 등 항만 인프라와 운영시설 보완, 인센티브 지급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오슝항 제7컨테이너터미널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지난 2019년부터 오는 2024년 12월까지 2만4000TEU급 선박이 기항할 수 있는 5선석 부두(길이 2415m, 수심 18m. 처리능력 450만TEU))를 건설 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50% 정도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51㏊의 면적에 매립공사를 실시, 컨테이너 야적장과 운영 관리동, 32개 보조건물 등 터미널 운영을 위한 기반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터미널을 연간 650만TEU를 처리하는 자동화부두로 활용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동남아지역 환적항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한 항만 시설과 인프라를 갖춰 동남아 허브항만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올해 처음 완전자동화부두 운영
가오슝항은 지금까지 양밍 해운사 터미널 등에서 반자동화터미널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7단계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처음으로 에버그린 마린이 완전자동화터미널(2개 선석)을 건설, 운영에 들어갔다. 내년까지 7단계 컨테이너터미널에 계획 중인 자동화 터미널을 모두 완성 시킬 예정이다. 가오슝항은 선박의 운항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이를 보고 완전자동화를 점차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완전자동화부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부두를 건설하면서 완전자동화 부두 설계를 반영해놓고 있다.
상하이 양산항이나 칭다오 등 대부분의 선진 자동화 항만에서도 100% 완전자동화부두를 운영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능형 물류·관광 휴양항 추진
국제상업항인 가오슝항은 지리적 여건상 더 이상의 물동량을 창출하는 메가허브포트(Mega Hub Port)로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타이완 국제항 종합개발계획’을 통해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추진되는 ‘종합개발계획’을 통해 국제컨테이너 허브항, 지능형 물류 및 무역항, 여객 및 관광 휴양항 등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스마트 항만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하고 컨테이너 운송, 컨테이너 야적장 운영, 선박 항해, 물류산업 등의 측면에서 디지털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시켜 항만의 효율성을 향상 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가오슝시와 함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환경보호 측면에서 스마트 하버(Habor)를 개발, 가오슝스마트시티를 구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가오슝시가 추진하는 ‘아시아 신만구(Asian New Bay Area) 2.0프로젝트’에 참여해 관광, 레저, 레크레이션을 개발해 관광객이 찾아오는 항구로 면모를 일신시켜 나갈 예정이다.
왕친중 타이완 항무공사 가오슝 항무분공사 총경리는 “환적화물의 집하를 위해서는 비싼 가격보다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실어나르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동남아지역 화물이 가오슝항으로 집하되도록 하고 초대형 선박 기항과 저탄소 스마트항만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김귀진 기자 lkkjin@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