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광주문학관' 개관을 축하하며
박관서(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시인)
입력 : 2023. 09. 18(월) 16:40
‘무등산은 광주의 진산으로, 광주는 전라도의 큰 고을이다. 이 산에 성을 쌓았더니 백성들이 그 덕으로 편안하게 살며 즐거이 노래를 불렀다.(無等山 光州之鎭山. 州在全羅道巨邑. 城此山 民束負以安樂而歌之)’라는 ‘고려사악지’에 기록된 고대가요 ‘무등산가’(無等山歌)의 기록이 드디어 쉬이 변하지도 감춰지지도 않을 문화기반시설이라는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

며칠 후면 광주문학관이 개관한다. 필자 역시 지역문단의 말석에서나마 문인으로서의 활동을 하고 있음과 더불어 광주문학관 건립 초기부터 지난한 과정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터라 더욱 감회가 깊다.

광주문학관 건립은 단순한 지역문학의 거점공간이 아니라, 명실공히 광주정신은 물론 전라도문학의 중심적 내용이 담겨있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시민들이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 실현의 장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그러다 보니 광주문학이란 무엇인가로부터 그동안 제대로 쓰인 적이 없었던 광주문학사의 기술로까지 이어져서 이를 정리하는 일에 매진하기도 했다. 고려시대 김황원, 전녹생, 탁광무와 같은 한시인으로부터 1980년대까지 활동한 주요작가들의 기초자료를 조사함은 물론, 광주문학 약사를 통해 광주 신창동 유적인 청동방울과 현악기, 북 등의 유물을 매개로 마한시대의 집단가무와 노래, 사설 등을 광주문학의 시원으로 추정했다.

그렇듯이 광주문학관은 무엇보다도 5·18광주민중항쟁의 정신과 내용을 시민들에게 배양함과 아울러 항상 새로움으로 일신하는 문학의 정신과 태도를 매개로 당대를 넘어서서 미래로 이어지는 정신적 가치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선뜻 우리 곁으로 다가선 미래사회에 걸맞은 삶의 가치와 문화적 패턴을 선도하는 문학의 역할과 기능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도록 해야 한다.

여기다 좀 더 구체적인 주문으로는 흔히 말하듯이 박제화되고 관료화된 공공기관이나 공간으로서의 문학관이 아니라, 문학인과 시민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서로 어울려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은 물론 내실 있는 운영체계를 구현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광주문학관 건립과정에서 콘텐츠 연구를 위해 전국의 주요문학관 현장답사를 해봤으나 사실 이처럼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를 구축한 사례가 별로 많지 않았었다는 점에서 이는 시급한 요소라고 하겠다.

어느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공동체의 정신과 또한 개개인의 정체성은 오랜 역사와 문화에서 배태되기 마련이다. 찾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서적이나 문헌에 있었던 위의 ‘무등산가’와 같은 역사와 문화를 언제나 찾아가서 쉽게 접하고 이해하며, 더구나 문학작품으로 쉬이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이자 콘텐츠로서의 광주문학관은 그러므로 우리 정신과 정체성을 구현하는 것일 터이다.

오래전에 조상들이 무등산에 큰 성을 쌓았던 것처럼 이제는 광주문학관을 지어서 우리들이 그 덕으로 행복하게 살며 즐거이 노래를 불렀으면 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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