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연구원은 시·도 거수기가 아니다
여균수 주필
입력 : 2023. 03. 20(월) 18:11
[사설] 분리와 통합을 반복해온 광주전남연구원을 놓고 민선 8기 들어서 다시 분리 주장으로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지난 16일 광주시와 전남도가 제각각 가진 연구원 효율화 공청회에서도 기존 시·도의 입장과 찬반 의견을 확인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오히려 지역민 의견을 듣는다는 이번 공청회가 연구원 분리를 위한 도식적인 행정 수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도는 분리 필요성만 주장할 뿐 현 연구원이 처한 한계, 연구원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나 비교 데이터는 물론이고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내놓지 않았다.

그저 시·도간 이해 상충 정책에 대한 대안제시의 한계나 농어업 분야 연구물 감소 등을 지적하며 시·도의 정책을 학술적인 방법으로 정당화시키는 ‘종속 연구원’ 만들기에만 관심을 뒀다.

시·도의 분리 주장은 연구원이 자신들의 이해대로 연구 성과물을 내주지 않는다는 불만에서 비롯된다. 이는 그러나 연구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연구원은 시·도 행정기관의 입맛에 맞는 연구물을 뽑아내는 거수기가 아니다. 연구원은 다양한 연구 분석을 통해 지역발전의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학자적 양심을 걸고 바로 잡도록 비판하는 곳이다. 이게 가능할 때라야 비로소 지역발전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

연구원 분리는 연구기관 본래의 역할을 축소하는 일이요, 기능을 제한시키는 일이다.

그동안 연구원 통합과 분리의 이면에는 늘 새로운 자치단체장들의 정치적 입장이 강하게 작용했다. 현안 해법을 제시해야 할 지역 최대 싱크탱크가 4년마다 바뀌는 정치적 입김에 휘둘려서야 어디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연구원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특히 일부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시·도의 눈치를 보느라 연구 자체를 포기했던 지난 관행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학자적 양심으로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과거 분리된 연구원을 통합했던 것은 각자 연구원에서 따로 연구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너지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뿌리인 광주·전남 상생정신도 한몫을 했다.

연구원 분리는 광역화와 통합의 시대를 역행하는 잘못된 선택이다. 지금은 소속 연구원들이 보다 독립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줄 때이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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