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여서 자랑거리 많다…‘광주 매력’ 알리는데 최적"
[포커스 이사람] '양림골목비엔날레' 이선 전시감독
기후위기 주제로 예술에 투영 공동체 상생 방안이 키워드
광주비엔날레 연계전·파빌리온 프로젝트와 시너지 기대
"모두 같은 마음 중요…양림동 가치 담아내는 것이 관건"
입력 : 2023. 03. 19(일) 18:02
이선 전시감독
이선 전시감독(오른쪽)과 이다영 10년후그라운드 매니저의 회의 모습
광주에는 광주비엔날레가 있다는 것, 전국민이 알겠지만 그런데 광주비엔날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이 주축이 돼 예술을 근간으로 한 마을축제인 ‘양림골목비엔날레’도 있다. ‘양림골목비엔날레’는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돼 있는 양림동 상권에 예술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축제로 대면형 페스티벌이 아닌 ‘거리두기형 문화생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언택트 시즌(2020.9.25∼12.31)과 컨텍트 시즌(2021.3.3∼5.9)으로 나눠 처음 열렸다. 양림동에 거주, 활동하는 예술인과 문화기획자들의 협의체인 ‘양림미술관거리협의체’가 주최·주관하는 행사로, 올해 제2회를 맞았다. 2회를 맞아 첫 회에 없었던 전시감독제를 도입, 더 체계적인 미술문화 진작을 꾀할 전망이다. 전시감독을 맡아 기획전 및 오픈스튜디오 구성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선(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씨를 최근 이강하미술관에서 만나 ‘양림골목비엔날레’의 전시행사 구성에 대해 미리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먼저 이 전시감독은 광주비엔날레와의 차이부터 언급했다.

“광주비엔날레는 거대담론을 현대미술로 설명하는 만큼 양림골목비엔날레와는 그 행간이 다르죠. 양림동 자체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행사라 할 수 있어요. 근대역사문화마을로서 높은 건물이 없고, 골목도 살아 있잖아요. 이곳에서 기후위기의 시대인 만큼 이를 예술에 투영해볼까 합니다. 양림동이라는 마을 안에서 이뤄지는 전시회이자 축제이니까 예술적으로 같이 공동체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키워드로 잡고 있어요.”

전시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할 책임을 맡은 이 전시감독이 기후위기를 전시 핵심 테마로 설정한 이면에는 이상 기온 현상으로 전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 속 지역 역시 물 부족으로 인한 제한급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아울러 골목비엔날레가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 맞서 열렸던 안티비엔날레를 각인시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대립적 행사라기보다는 각기 특성을 바탕으로 공존하기를 희망했다.

“광주비엔날레와 같이 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인류의 고민을 담아내지만 우리는 마을이 예술관이라고 보면 되죠. 예술가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투영할 거예요. 광주비엔날레 관람객들이 양림동에서 와서 광주 고유의 풍경과 정취를 느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제1회 양림골목비엔날레’ 개막식 모습
‘제1회 양림골목비엔날레’ 아트마켓 모습
광주비엔날레 관람객들이 이강하미술관 등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보는 중간 중간에 기획전시를 관람하게 될 것이라는 이 감독은 지자체 등 관으로부터 예산을 대폭 지원받아 하는 전시가 아니라 민간이 여는 비엔날레 행사인 만큼 한계가 노출될 수밖에 없겠다는 우려에 대한 입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전시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양림동 유휴공간을 활용해 전시를 꾸미는 한편, 한희원 최순임 한부철 이조흠 최석현 등 거주 작가 8명의 작업실을 개방해 오픈스튜디오로 꾸밀 예정이다.

자발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는 게 골목비엔날레의 포인트라고 밝힌 이 감독은 주민이나 예술가, 상인 모두 장소나 공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골목비엔날레를 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골목비엔날레가 너무 평범하고 일상적이어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일상성을 모토로 우리 동네 광주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소개되고 공감하며 공유되는 것이 크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따라서 기획전시 역시 골목비엔날레라는 애초 취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획전시는 작가 20명이 참여하고 양림동 유휴 공간 네 군데에서 진행된다. 전시 참여작가는 공모로 선출된 작가들로 굳이 양림동의 작가들로 한정하지 않고 문호를 개방했다.

‘제1회 양림골목비엔날레’ 주제전시로 마련된 최순임 작가 전시 모습
“온라인으로 골목비엔날레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전시도 있지만 정보도 드리구요. 첫 골목비엔날레 때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에 집중했었죠. 올해는 양림동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나 동명동처럼 빨리 돌아가지는 않지만 노스탤지어(nostalgia) 같은 공간인 이 양림동에 작가들만이 아니라 함께 하는 전시를 구축할 겁니다.”

이처럼 기획전시 문호를 개방한데는 참여한 다양한 작가들이 양림동의 매력을 느껴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울러 골목비엔날레가 성과나 보여주기식의 행사가 아니라 양림동의 가치를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작가는 작업을 선보여주면 되는 것이고, 상인은 자기가 만든 것을 팔면 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는 게 더 가치가 있을 듯해요. 그러면 동력이 생길 거예요. 우리는 자생적으로 행사를 해나가니까 수장이 바뀌어 어떠한 정책이 변한다 해도 많이 바뀌지 않고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겠죠.”

특히 자생적으로 꾸려나가는 만큼 누군가에게 성과를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데다 각자 고유의 마인드로 마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 소중하고, 솔직히 마음이 편하다는 내색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는 시각이다.

마지막으로 ‘골목비엔날레가 잘될 것 같은가’라고 묻자 ‘행복하게 축제를 즐겼으면 한다’고 답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제1회 양림골목비엔날레’때 양림동 일대 점포에서 열린 전시 모습
‘제1회 양림골목비엔날레’ 안내 플래카드 및 실제 점포 전시가 구현된 공간
“18명의 광주활동가나 문화인사, 오월어머니회 등 모두 도와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비엔날레 기간 동안 양림동을 찾은 상인과 주민, 예술가를 망라한 참여자 모두 행복하게 축제를 즐길 것으로 확신하구요. 또 광주의 매력을 알리는데 골목비엔날레가 최적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저는 동네이니까 자랑거리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양림골목비엔날레’는 비교적 활성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마을주민자치회와 함께 기획자, 예술가, 주민, 상인이 모여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어보자는 취지지만 마을축제 성격이 강한 만큼 주민들이 주도, 점차 2년마다 진행하는 행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예술가들이 주축이 되는 국제 파트 및 상인과 주민이 함께 하는 파트 등 두 파트로 구성돼 진행된다.

올해 골목비엔날레는 4월14일부터 6월25일까지 양림동 일대에서 열린다. ‘2023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기간(4.7~7.9)과 겹치는 만큼 광주비엔날레도 보고, 전시 기간 동안 이이남 스튜디오(스위스관)와 이강하미술관(캐나다관), 10년후그라운드(폴란드관), 양림미술관(프랑스관) 등 양림동에 소재하는 미술공간에서 작가들의 플랫폼 역할을 할 ‘파빌리온 프로젝트’(광주시내 총 9개관)까지 함께 진행되는 만큼 이 행사들이 연계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고선주 기자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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