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예찬(梅花 禮讚)
윤익 미술문화기획자
입력 : 2023. 03. 16(목) 18:12
윤익 미술문화기획자
[문화산책] 어느덧 3월이 되어 매화(梅花) 축제가 열리고 탐매객과 관광객의 수효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전국에서 호남을 찾아오며 매화 마을로 유명한 섬진강 인근 백운산 자락에 매화꽃이 만발하여, 비로소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지난 몇 년간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의 일상은 어렵고 고립됐었다. 이제 마스크를 벗고 싱그러운 봄바람과 꽃내음을 맡으며 내리쬐는 봄볕을 즐기는 행복이 다가온 것이다. 매화는 강추위가 몰아친 뒤 날씨가 풀리면서 꽃을 피워내 꽃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하는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사군자의 선두에 자리한 매화를 만나러 수많은 사람이 찾아든다. 탐매는 매화를 탐하러 길을 나서는 여행을 뜻한다. 차갑고 긴 혹독한 겨울을 묵묵히 견디며 단아하고 도도하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매화는 옛 선비들에게 외모와 정신을 닮고 싶은 군자임이 틀림없다.

예로부터 매화는 난초, 국화, 대나무와 더불어 4군자(梅蘭菊竹)의 하나로 유명하다. 매화나무, 일지춘(一枝春), 군자향(君子香)이라고도 불린다. 오랜 시간 관상용으로 재배되어 그 품종이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흰 꽃이 피며, 분홍과 붉은 꽃이 피는 종류도 있다. 꽃잎은 5개이며, 이보다 많은 겹꽃이 피는 종류도 있다. 매화는 버릴 것이 없다고 하며 뿌리는 매근, 가지는 매지, 잎은 매엽, 씨는 매인이라 하고, 예로부터 약용하며 관상용, 식용으로 이용한다. 약효의 핵심인 열매는 식용 또는 약용하는데 식용 방법은 매우 다양하며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거나 술을 담가 사용한다. 매실주는 열매가 완전히 익기 전에 따서 담근다. 열매를 말려서 쓸 때 황색으로 익기 전에 따서 소금에 절였다가 햇볕에 말린 것을 백매(白梅), 소금에 절이지 않고 볏짚을 태워 연기를 쐬면서 말린 것을 오매(烏梅)라 하여 과거에도 민간요법의 약으로 썼다.

매화는 용기와 고결을 뜻하고 대나무는 곧은 지조를 뜻하고 국화는 장수를, 난은 우정과 고아(高雅)를, 대는 곧은 지조를 상징한다고 전해온다. 조선 시대 성리학에서 언급하는 이상적 인간형인 군자의 성정을 닮아 사군자의 하나로 불리어 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징성으로 인하여 옛 선비들은 매화의 시를 읊고 매화를 그리기를 즐겼으며 매화문이 새겨진 문방을 사용하고 뜰에는 매화를 심어 군자의 덕성을 배우고자 노력하며 자신과 동일시하여 청빈한 한사(寒士)의 상징으로 삼았다.

전국의 수많은 매화나무 가운데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특별한 보존관리를 받는 매화나무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4대 매화’로 인정받는 ‘순천 선암사 선암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구례 화엄사 들매’, ‘강릉 오죽헌 율곡매’가 그 주인공이다. 기후가 온화하고 일조량이 많은 이유로 자랑스럽게도 전라남도 매화가 3개나 포함되어있다.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알리는 문화재청은 14일 “이들 매화는 기후변화로 인해 예년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지난달 말부터 개화를 시작해 이번 주말인 18일쯤 4대 매화가 모두 절정을 이뤄 매화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유례 드문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광주시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 지역에도 호남5매(湖南五梅)가 알려져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백양사의 ‘고불매’는 담홍색 꽃이 피어 뛰어난 자태와 기품을 지녔으며, 전남대의 ‘대명매’는 부드러운 연분홍빛의 겹꽃을 가진 겹홍매로 자태가 당당하고, 강하지 않은 은은한 향기가 매혹적이다. 이와 더불어 400년 역사의 가사문학과 함께한 백매와 홍매로 이루어진 담양 지곡리의 ‘계당매’가 자리하며, 수령 110년의 국내에서 가장 큰 수양매의 일종으로 용트림을 하는 형상이 인상적인 소록도의 ‘수양매’와 선암사의 ‘선암매’가 있다.

순천 선암사에는 대웅전을 지나 종정원 돌담을 따라 걸으면 수령 350~600년에 이르는 매화 30여 그루가 자리한다. 기나긴 세월을 간직하는 고목의 숲에서 진하고 매혹적인 향기가 넘실거린다. 이처럼 2007년 천연기념물 488호로 지정된 ‘선암매’의 아름다움은 절경에 이른다. 시간이 허락되면 월등면 계월리의 순천 향매실마을을 추천해 본다. 국내 최대의 매화농장으로 고향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는 마을 길을 따라 언덕으로 이어지는 꽃동산은 국내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매화단지의 감상을 제공한다. 긴 겨울, 움츠리고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달래며 옛 선인들이 매화를 사랑하며 닮고자 했던 정신을 되새기는 탐매행의 시간을 가져보자.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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