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공연장 '라이브 클럽'
박성언 음악감독
입력 : 2023. 03. 09(목) 18:21
박성언 음악감독
[문화산책] 꿈이라고 해야 할까. 어릴 때부터 누군가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몇 가지로 정리되었다. 기타리스트, 뮤지션, 라디오DJ, 내 녹음실을 갖는 것, 라이브 클럽을 갖는 것, 그리고 요즘은 여기에 특별한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하여튼 운이 좋게도 이중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었고 언젠가 전남대학교 후문 건너편에 작은 라이브 클럽을 오픈하고 나름 열심히 운영했던 기억이 있다. 여건상 매일 라이브는 불가능했고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라이브를 진행하였다. 사실 운영은 적자였지만 많은 뮤지션들이 오가며 공연하는 것 자체로 행복했던 시절이다. 개런티를 담아 준비해 둔 봉투를 공연이 끝나고 건네어 줄 때는 항상 10~20만원 정도 더 넣어서 주게 될 정도로 뮤지션들의 연주와 열정은 멋졌다. 봉투를 건네면서도 항상 적은 금액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재정난에 클럽을 정리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더 오래 운영하지 못한 것이 뮤지션들에게 미안하다.

현재 광주에도 많지는 않지만 좋은 라이브 클럽들이 존재한다. 나도 잠시나마 클럽을 운영해 본 사람으로서 이 클럽들이 고맙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적자를 보는지 어느 정도 이윤이 남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돈벌이가 너무 잘 되어서 클럽을 운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들 음악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기에 이 클럽문화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뉴욕에 갔을 때 그리니치빌리지의 오래된 클럽들과, 새로 생겨난 클럽 등 여러 클럽을 가보았다. 항상 모든 클럽이 어느 정도의 관객이 확보가 되고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에 많은 부러움을 느꼈다. 드럼 심벌이 귀 옆에까지 와있는 조그마한 공연장에서 심벌 바로 옆에서 다소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 사람은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었다. 장바구니 비슷한 걸 들고 재즈 음악을 듣는 동네 사람들, 일부러 잼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뮤지션들, 모두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대만으로 여행을 갔을 때도 길 가다 음악소리에 이끌려 들어간 클럽에서 여성 보컬과 남성 기타리스트 한 명의 공연에 열심히 박수를 쳤더니 공연이 끝나고 우리 테이블로 뮤지션들이 직접 찾아와 서로의 음악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행복도 있었다.

한참 서울에서 활동할 때에는 홍대 클럽에서 연주하는 유명한 테너색소폰 연주자와 친분이 생겨 그분의 공연을 보러 갔을 때 관객이 나 혼자였던 적도 있었다. 그 팀은 나 한 명을 관객으로 놓고도 최선을 다했고 최고의 연주를 보여주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은 나 혼자였고 모든 연주자들의 연주와 솔로에 혼자 박수를 쳐야 하는 부담도 있었지만 그 덕에 공연이 끝나고 그 연주자들의 뒤풀이에 초대되는 영광도 누릴 수 있었다. 클럽은 이렇듯 작은 공연장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뮤지션의 노래와 연주를 가까이에서 보고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다. 반면 대형공연장에서 유명한 뮤지션의 공연을 보고 나서 그들을 직접 만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 않는가….

뮤지션과 관객이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클럽의 형태는 어쩌면 쇼 비즈니스와 다른 여타의 장치들이 제외된 가장 원초적인 음악의 전달 공간일 것이다. 특히 대중음악의 영역에서는 그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관객을 바로 앞에서 만나고 연주하는 클럽연주를 소화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실력이 뒷받침되는 뮤지션들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나는 클럽에서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한없이 멋지게 느껴진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큰 무대에서 연주하게 될 때 부끄러워지기까지 한다. 혹시나 나는 예술이 아닌 예술을 빙자한 상업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젠가 들었던 라디오 방송에서 음악평론가 한분이 음악에 진정 미쳐있는 사람이 있고 미친 척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가끔 나의 맘속에서 나의 성찰을 돕는다.

광주의 라이브클럽은 참 소중하다. 수도권보다 음악 시장이 더 작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이런 클럽들이 유지되고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관객’이다. 많은 관객이 클럽을 찾아주면 좋겠지만 최소한의 관객이라도 지속적으로 클럽에 관심을 가져 준다면 그 클럽은 계속해서 공연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에도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뮤지션들이 많다. 이 뮤지션들을 눈앞에서 가까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고 뮤지션들 또한 관객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어 한다.

규모는 작아도 큰 울림으로 많은 뮤지션들의 꿈과 열정을 품어주는 라이브클럽. 나와 가장 가까이에서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오래 남아 주기를 바라며 이번 주말도 라이브 클럽 앞을 서성인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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