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이어도
백승현 대동문화재단 미디어본부장
입력 : 2023. 02. 23(목) 18:49

백승현 대동문화문화재단 미디어본부장
[문화산책] 광주 청년들은 건장하고, 예쁘고, 무엇보다 스펙이 빵빵하다. 또랑또랑한 말씨로 일터를 소개하러 나온 나에게 당당하게 묻는다.
“혹시 이 일 경험 사업으로 채용한 청년 중에 사업이 끝난 후 연계 고용한 직원도 있나요?”
지자체 청사 안에서 구직 청년과 일터 직원이 만나는 날이다. 청년들은 부스 안에 앉아 있는 일터 직원에게 이것저것 열심히 묻고는 다른 부스로 옮겨간다.
이 사업으로 일자리 매칭이 된 청년들은 스스로 고른 일터에서 일을 경험해볼 수 있다. 그 기간은 5개월이고 그 기간 동안 청년들의 월급은 지자체가 책임진다. 5개월이 지난 다음에도 연계 고용할 수 있는지는 일터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그동안 저희 단체에서는 1년에 2번, 4명의 청년들을 뽑아 일을 해왔는데, 5년 동안 2명이 연속 고용됐습니다. 연속 고용된 경우라도 1년을 채워 일하다가 다들 그만두었네요. 저희 같은 단체의 사정이 그렇습니다.”
청년 470여 명을 모집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기업, 단체 등 5개 유형의 참여 사업장을 모집하고 심사를 거쳐 350여 개의 일터를 선정했다. 참여를 원하는 청년들이 사업장과 직접 대면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일터 부스를 만들어 행사를 진행했다.
350개의 일터 상담 직원 중에서 청년들에게 연계 고용에 대해 물었을 때 자신 있게 가능하다고 말한 비율은 어느 정도였을까? 청년들의 일자리 요구에 긍정적이고 확실한 답변을 할 수 없는 지금의 지역적 한계는 어떻게 타계해나갈 수 있을까? 또랑또랑한 광주 청년들의 눈빛을 바라보며 그런 걱정부터 앞섰다.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정책을 다양하게 세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양질의 일자리는 지역에 없고 청년들은 지역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이 엄연한 현실. ‘일을 위해서 서울로, 삶을 위해서 서울 밖으로’라는 부제를 단 다큐멘터리가 지금 이 시대의 청년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누는 말일 것이다.
청년이 정책을 만들어나가고, 지원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일자리와 주거?교육?문화복지의 수준을 확장시켜도, 청년들에게는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역을 떠나는 비율이 매년 늘어나는 것이다.
더구나 문화예술 산업의 생산 소비 시장과 유통 시스템 안에서 지역 청년들은 지역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청년 일자리의 성장판은 닫혀 있다. 지역 소멸 위기는 지금 당장의 우리 사회 핵심 의제다.
“문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오로지 다양한 문화 분야의 일을 경험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런 기회마저 많이 가질 수 없는 광주 청년들에게 해줄 말이 없습니다.” 이렇게 일터 소개 설문지에 적고 청사를 빠져나왔다.
며칠 후면 봄과 함께 새롭게 문화 일자리를 찾아온 청년이 내 자리 앞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매로 나를 바라볼 것이다. 몇 번 반복되어온 일이다. 그 눈매에 대고 선배 직장인으로 그들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활주로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양력이 비행기의 중량보다 커야 한다. 날개의 구조가 일정하다면 양력은 추진력과 활주로를 달리는 거리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륙하기 위해서는 일정 속도 이상이어야 하고 이를 절대 속도라고 한다. 일정 거리와 시간 이상을 질주해야 비행기가 이륙해야 하는데 이것을 절대 거리와 절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 일자리 정책의 성공이라는 것을 비행기의 이륙에 비유한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절대 수준의 강도는 정책의 방향과 강도이다. 절대 시간은 청년 일자리 정책이 실현되는 일정 시간이다. 이 양력이 확보되고 나서 정책은 전력 질주해야 한다. 전력 질주하더라고 이륙할 수 있는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
문화 일자리라면 지역 문화의 활주로가 변하지 않고서는 정책은 추락한다. 청년 문화 예술 일자리 정책에 지속적인 투자와 절대적인 시간과 응원이 필요한 이유다.
성공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한다. 실패한 사람들의 95%는 처음부터 무언가 잘못되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성공의 고지 바로 눈앞에서 포기다. 에디슨과 함께 축음기 발명에 도전한 사람들이 에디슨의 성공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조금만 노력했더라면 내가 먼저 발명을 했을 텐데….”
청년 정책을 펼치고 있는 지자체도, 취업에 성공하고 싶은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231번째 이력서 만에 취업에 성공한 청년의 눈물겨운 이야기도 흔하다.
그렇게 혹독한 겨울을 날갯짓하다 봄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들의 첫 비행을 보고 싶은 계절이다. ‘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이어도 또 새로운 싹을 틔운다.’는 경구는 퇴계 이황도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다.
“혹시 이 일 경험 사업으로 채용한 청년 중에 사업이 끝난 후 연계 고용한 직원도 있나요?”
지자체 청사 안에서 구직 청년과 일터 직원이 만나는 날이다. 청년들은 부스 안에 앉아 있는 일터 직원에게 이것저것 열심히 묻고는 다른 부스로 옮겨간다.
이 사업으로 일자리 매칭이 된 청년들은 스스로 고른 일터에서 일을 경험해볼 수 있다. 그 기간은 5개월이고 그 기간 동안 청년들의 월급은 지자체가 책임진다. 5개월이 지난 다음에도 연계 고용할 수 있는지는 일터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그동안 저희 단체에서는 1년에 2번, 4명의 청년들을 뽑아 일을 해왔는데, 5년 동안 2명이 연속 고용됐습니다. 연속 고용된 경우라도 1년을 채워 일하다가 다들 그만두었네요. 저희 같은 단체의 사정이 그렇습니다.”
청년 470여 명을 모집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기업, 단체 등 5개 유형의 참여 사업장을 모집하고 심사를 거쳐 350여 개의 일터를 선정했다. 참여를 원하는 청년들이 사업장과 직접 대면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일터 부스를 만들어 행사를 진행했다.
350개의 일터 상담 직원 중에서 청년들에게 연계 고용에 대해 물었을 때 자신 있게 가능하다고 말한 비율은 어느 정도였을까? 청년들의 일자리 요구에 긍정적이고 확실한 답변을 할 수 없는 지금의 지역적 한계는 어떻게 타계해나갈 수 있을까? 또랑또랑한 광주 청년들의 눈빛을 바라보며 그런 걱정부터 앞섰다.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정책을 다양하게 세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양질의 일자리는 지역에 없고 청년들은 지역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이 엄연한 현실. ‘일을 위해서 서울로, 삶을 위해서 서울 밖으로’라는 부제를 단 다큐멘터리가 지금 이 시대의 청년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누는 말일 것이다.
청년이 정책을 만들어나가고, 지원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일자리와 주거?교육?문화복지의 수준을 확장시켜도, 청년들에게는 미래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역을 떠나는 비율이 매년 늘어나는 것이다.
더구나 문화예술 산업의 생산 소비 시장과 유통 시스템 안에서 지역 청년들은 지역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청년 일자리의 성장판은 닫혀 있다. 지역 소멸 위기는 지금 당장의 우리 사회 핵심 의제다.
“문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오로지 다양한 문화 분야의 일을 경험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런 기회마저 많이 가질 수 없는 광주 청년들에게 해줄 말이 없습니다.” 이렇게 일터 소개 설문지에 적고 청사를 빠져나왔다.
며칠 후면 봄과 함께 새롭게 문화 일자리를 찾아온 청년이 내 자리 앞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매로 나를 바라볼 것이다. 몇 번 반복되어온 일이다. 그 눈매에 대고 선배 직장인으로 그들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활주로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양력이 비행기의 중량보다 커야 한다. 날개의 구조가 일정하다면 양력은 추진력과 활주로를 달리는 거리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륙하기 위해서는 일정 속도 이상이어야 하고 이를 절대 속도라고 한다. 일정 거리와 시간 이상을 질주해야 비행기가 이륙해야 하는데 이것을 절대 거리와 절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 일자리 정책의 성공이라는 것을 비행기의 이륙에 비유한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절대 수준의 강도는 정책의 방향과 강도이다. 절대 시간은 청년 일자리 정책이 실현되는 일정 시간이다. 이 양력이 확보되고 나서 정책은 전력 질주해야 한다. 전력 질주하더라고 이륙할 수 있는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
문화 일자리라면 지역 문화의 활주로가 변하지 않고서는 정책은 추락한다. 청년 문화 예술 일자리 정책에 지속적인 투자와 절대적인 시간과 응원이 필요한 이유다.
성공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한다. 실패한 사람들의 95%는 처음부터 무언가 잘못되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성공의 고지 바로 눈앞에서 포기다. 에디슨과 함께 축음기 발명에 도전한 사람들이 에디슨의 성공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조금만 노력했더라면 내가 먼저 발명을 했을 텐데….”
청년 정책을 펼치고 있는 지자체도, 취업에 성공하고 싶은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231번째 이력서 만에 취업에 성공한 청년의 눈물겨운 이야기도 흔하다.
그렇게 혹독한 겨울을 날갯짓하다 봄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들의 첫 비행을 보고 싶은 계절이다. ‘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이어도 또 새로운 싹을 틔운다.’는 경구는 퇴계 이황도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다.
광남일보@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