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로 분한 사연 깊은 담양 나무들
심진숙 시인, 사진 시집 ‘Dam Dahm 1’
지수화풍 주제 ‘비구니 당산…’ 등 수록
입력 : 2023. 02. 16(목) 18:49
시집 ‘Dam Dahm 1_ The Story of Trees’(스토리북 刊) 표지
심진숙 시인
담양 출신 심진숙 시인이 담양의 나무 이야기를 엮은 사진 시집 ‘Dam Dahm 1_ The Story of Trees’(스토리북 刊)를 최근 펴냈다.

시인은 인문학과 나무의 고장으로 알려진 담양, 거기에 뿌리박은 나무들에 주목한다. 마을마다 사철 푸른 바람이 부는 대나무의 고장,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열어주는 아련한 길과 수백 년 사연 깊은 관방제림 등 계절 변화 속 나무의 신화를 시어에 투영한다. 여기에 김정한 프로듀서가 카메라 앵글에 담은 사진을 함께 시집에 실어 독자들과 공유한다.

총 3권으로 출간된 ‘Dam Dahm’의 첫 번째 사진 시집은 ‘나무는 오래도록 기억을 따랐다’와 ‘나무는 사람과 멀리 있지 않다’, ‘나무는 하늘이 쓰는 시(詩)다’ 등 3부로 구성됐다. ‘지수화풍’(知壽化風)이라는 주제로, 사람의 한 생, 사람의 삶 속에 들어와 있는 나무와 자연의 변화를 상기시킨다.

시인은 ‘나무의 기억 속에는 사람의 마을이 살고 있습니다/큰 나무 옆에서 나고 늙어가는 사람과 길 떠나 돌아오지 못한 이의 저문 마음도 보입니다/바람의 길이 마을에 닿으면 나무는 먼 신화를 불러들이고 하늘의 새와 물의 노래에 귀가 열리는 사람이 있습니다’(‘지수화풍’ 중)라거나 ‘바람이 내게 답했습니다 나는 나무라고/ 오백 년을 살아도 뿌리내린 자리 떠나지 못하는/그루터기 하나로 남을 때까지 떠날 수 없는/이곳이 나의 자리라고/ 서서 잠들어야 하는 밤들이 지나고/잠들지 못하는 바람의 이야기에도 귀가 열렸습니다/어느새 나는 마을의 당산이 되었습니다//한때는 내가 남몰래 우는 것이/ 바람에 떨어진 꽃잎 탓인 줄 알았습니다/ 아직도 별보다 먼 그리움에 잎새가 흔들리지만/ 이제는 바람처럼 큰 자유를 압니다’(‘비구니 당산 이야기’ 중)라고 ?는다.

시인은 “당산은 사람과 함께 했다. 사람의 생은 짧았고, 나무는 오랜 시간 너그럽게 다음 세대를 맞이했고, 그 다음 세대를 기다리며 살아왔다”며 “시절의 변화 속에서 사람의 기억에서 감춰진 오래된 나무의 신화를 시적 노래와 카메라의 시선으로 독자들과 사연을 나누는데 그 의미를 찾고자 했다”고 밝혔다.

심진숙 시인은 2007년 종합문예지 ‘시와산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반듯한 슬픔’과 ‘시네발난처럼’ 등을 펴냈다.

김정한 프로듀서는 영화 ‘Moon Palace July 69’ 비디오 디자인 수퍼바이저, 영화 ‘시인들의 창’ 프로듀서를 맡은 바 있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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