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그리고 전통문화예술
김홍석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입력 : 2023. 02. 08(수) 19:12
김홍석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아침세평] 농경을 생업으로 삼았던 전통사회에서는 절기에 맞춰 풍농을 기원하는 의례를 지냈다.

선조들은 의례들을 같은 시기에 반복적으로 지내면서 세시의례, 세시풍속, 농경의례라고 불렀다. 세시풍속은 명절과 24절기를 포함하고, 의례와 놀이 등 다양한 내용을 담으며 풍농을 예측하거나 기원했다.

지난 3년 동안 지역민들이 코로나19의 대유행을 겪으면서 세시풍속 행사도 뜸했다. 우리는 한동안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생활을 지속했지만, 계묘년을 맞아 드디어 부분적으로나마 실내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마스크 없이 맞이한 첫 번째 큰 명절은 정월대보름으로 일요일에 날씨도 화창했다. 각 구마다 지역민들이 정월대보름 맞이 풍물놀이와 전래놀이 등 대동 한마당 무대를 펼치면서 소원성취와 건강을 기원했다.

어릴적 시골에서 성장했던 나는 대보름이 오기 한 달 전부터 동네 친구들과 깡통에 구멍을 뚫고 소나무의 송진이 가득 맺힌 관솔을 모으는데 전력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이를 깡통 돌리기라하였지만 후일 이 용어의 표준말은 쥐불놀이라고 불리임을 알게됐다.

깡통을 돌기고 볕집을 태우고 집집마다 방문해서 오곡밥을 모아 구들방에 앉아 우정을 다졌던 그 시절의 동네 친구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남구의 고싸움놀이는 테마파크에서 ‘정월대보름 함께 놀아보자 제40회 고싸움놀이 축제’가 달집태우기, 우리소리한마당, 칠석농악단과 고싸움놀이 등이 진행됐다.

광주공원 내에서는 419 풍물단의 ‘정월대보름 풍물놀이’, 광산구 광산농악전수교육관에서는 ‘무형문화재와 함께하는 산정동 지실마을 대보름굿’이 열렸다.

광주시 무형문화재 광산농악보존회가 문굿-당산굿-샘굿-마당밟이-판굿으로 광산구 일대를 울렸다.

북구 용연마을회관 앞에서는 무진농악단, 용연농악단, 전통문화예술단 굴림이 연합하여 정월대보름 굿을 신명나게 펼쳤다. 전통문화예술의 보존 및 전승기관으로 동구에 위치한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도 여기에 한몫을 더했다.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인 입추를 맞이해 솟을대문에 입춘첩도 붙였다. 곧 계묘년의 봄이 시작되니 지역마다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라면서 정월 대보름 행사를 준비했다.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 정월대보름 행사의 주제는 ‘대보름, 항꾼에 노세’였다.

시민들이 함께 전시와 체험ㆍ나눔, 계묘년 대보름 굿들을 즐기면서 한해의 소원성취와 무탈하기를 기원하고자 하는 온 마음을 담아 정성껏 준비했고 보름날 펼쳐졌다.

솟을대문 앞의 쥐불놀이 하는 아이들 군상과 방아찧는 토끼, 입석당 주변의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가족, 새인당 앞의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 비는 아이들의 모습 등 전통문화관 곳곳에 정월대보름의 세시놀이와 상징물 전시로 많은 시민들과 함께했다.

광주시 무형문화재 탱화장 송광무가 그린 세화 작품들이 서석당을 채웠고, 탱화장께서 직접 세화를 그려서 계묘년 새해의 좋은 기운을 시민들과 나눴다. 너덜마당에서는 복조리꾼이 대보름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과 전래놀이를 하면서 복조리를 나눴다.

이어 황해도 배뱅이굿보존회가 진행한 마당밟이와 비나리, 그리고 황해도 배뱅이굿 전후편으로 지역민들은 화합하고 타 지역 무형문화재를 향유하면서 전통예술이해의 폭을 넓혔다.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전통문화관은 정월대보름 행사를 시작으로 절기에 따른 세시풍속을 주말동안 전하고자 준비 중이다.

매달의 절기에 부합하면서 이해하기 쉽고 재미난 스토리를 구상해 시민들이 즐겁게 접할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전할 예정이다.

3월에는 경칩무대, 4월 무대는 오동이 꽃피기 시작하고, 무지개가 나타나는 청명과 곡우, 5월 무대는 청개구리가 울고 지렁이가 나오는 입하와 소만, 6월 무대는 사슴의 뿔이 떨어지고, 매미가 울기 시작하는 망종과 하지, 7월 무대는 흙이 습하고 더워지며 큰비가 때로 내리는 소서와 대서, 8월 무대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벼가 익는 입추와 처서, 9월 무대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돌아가는 백로와 춘분, 10월 무대는 국화가 노랗게 꽃피고, 초목이 누렇게 낙엽지는 한로와 상강, 11월 무대는 물이 얼기 시작하고 땅이 얼기 시작하는 입동과 소설, 12월 무대는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붉은 팥죽을 먹으며 액운을 맞는 동지 등을 펼쳐질 계획이다.

절기의 변화를 스토리로 엮고, 지역에 전하는 다양한 전통문화를 더하여 체험으로 구성하여 지역민들에게 제공할 것이다.

이로써 지역민들은 절기와 전통문화예술의 관계성을 깊이 이해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전통문화의 전승과 현대에 맞는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2023년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은 지역에 전하는 전통문화를 계절과 현 시대에 맞춰 새롭게 만들고 전파하는 법고창신을 실천하면 지역 전통문화예술이 지역민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거라 무등산과 전통문화관을 찾는 시민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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