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기다리며
윤익 미술문화기획자
입력 : 2023. 02. 02(목) 18:22
윤익 미술문화기획자
[문화산책] 월드비엔날레포럼(World Biennial Forum)을 주관하는 독립비영리기구 ‘비엔날레재단’(Biennial Foundation)에 등록된 국제비엔날레는 169개이다. 등록되지 않은 세계무대의 크고 작은 비엔날레와 어느 정도 진행되다가 소멸한 비엔날레까지 생각하면 오늘날 국제비엔날레는 다소 과도한 수량이라고 평가된다. 현재 한국의 경우 5개의 비엔날레가 등록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비엔날레라는 명칭으로 개최된 전시가 이 5개에 한정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러한 비엔날레가 진행되는 상황에는 정치, 사회, 문화적인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식적으로 국제비엔날레의 규모를 진행하는 행사가 16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광주, 부산, 대전, 대구, 공주, 청주, 창원, 목포, 강릉, 경기, 제주 등 국토 전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대전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강원국제비엔날레 등 9개가 개최되고 있다. 한편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청주공예비엔날레,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국제타이포그래피비엔날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제주비엔날레 등 7개를 더하면 16개가 된다. 지역의 다양한 소규모의 비엔날레와 스스로 소멸한 비엔날레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1995년 광주시는 국내 최초사례로 국제비엔날레를 개최하였다. 전통과 현대성이 공존하는 진정한 문화도시로서 기능을 위하여 서구중심의 제국주의적 문화패러다임에 질문을 던지며 21세기를 선도하는 건강한 시대정신의 담론을 생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다른 성과로서, 광주비엔날레는 5·18 민주항쟁의 상처를 문화예술로 치유하고 역사의 맥락 위에 올려 세우는 문화적 실험의 장이 되었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가 내세운 주제인 ‘경계를 넘어’는 세계화와 지정학적 경계의 재편, 지역의 정체성과 보편성, 유목주의와 디아스포라 등 시대적 이슈에 미래적 가치를 제안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광주비엔날레는 전쟁, 기아, 폭력, 인권, 평화, 냉전, 이주, 난민과 같은 과제에 대해 지속해서 세계인들과 공감하는 국제적인 미술문화행사가 되었다.

비엔날레의 또 다른 당위성에는 지역발전과 관광산업 그리고 도시재생과 같은 도시발전의 현안사업을 견인하는 경제적 과업의 성과와 비례하는 명분이 존재한다. 이탈리아의 베니스비엔날레나 독일의 카셀도쿠멘타와 뮌스터조각프로젝트와 같은 세계적인 국제비엔날레들은 도시를 방문하는 수많은 방문객을 유혹하고 도시를 알리는 긍정적 효과를 거둔다는 성과에 착안한 내용이다. 국제미술비엔날레는 특화된 문화공간으로서 도시경쟁력의 중요한 인프라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생 비엔날레들은 해당 지역의 지리적 특성이나 전통적 문화유산에 비엔날레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전략을 실행하였다. 예를 들어 충청권의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청주의 공예비엔날레, 대전의 과학비엔날레, 대구의 사진비엔날레, 창원의 국제조각비엔날레, 전남의 수묵비엔날레 등은 전통적이며 종합적인 비엔날레가 아닌 특정 장르를 내세운 전문 비엔날레의 탄생과 발전을 가능케 하였다.

문화계 일반에서는 글로벌리즘의 병폐를 지적하며 막대한 예산과 인력의 소모라는 비난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며 국내외 지역 간의 문화적 교류와 홍보의 장으로서 생산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성과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의 개막이 65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4월7일부터 7월9일까지 개최되며,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하여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예술공간 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의 다양한 공간이 국내외 방문자들을 맞이할 것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듯 잃어버렸던 일상의 소중함과 문화예술의 향유가 2023년에 진행되는 광주비엔날레를 기점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오기를 기대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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