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지역
특집
인물
오피니언
정치
자치
경제
사회
문화

유년과 5·18…미디어로 기억과 시간의 재구성
이이남, 명화 소재 탈피 작가 자신 이야기 형상화
2014년 이후 가장 크게 전시 진행…작가와 대화도

2022. 12.01. 22:35:19

‘책 읽는 소녀’

고전명화를 최첨단 IT로 구현해온 지역 대표 미디어아티스트인 이이남 작가가 작품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 ‘박연폭포’나 ‘묵죽도’, ‘별이 빛나는 밤에’, ‘모나리자’ 등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옛 대가들의 유명 회화 작품을 미디어로 제작해 선보이는 데 주력을 해왔으나 이번에는 자신의 삶의 시간과 기억들을 미디어에 담아내는 전시를 마련했다. 기존 작품 대상이 명화들이었다면 이번 작품의 대상은 작가 자신인 셈이다.

작품에 대거 변화를 가한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전시가 1일 개막, 오는 2023년 4월30일까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Gwangju Media Art Platform) 제1, 2, 4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출품작은 ‘책읽는 소녀’, ‘80년 5월 18일 날씨 맑음’, ‘기억의 뿌리’, ‘사라져가는 시간을 붙잡다’, ‘책 읽어주는 소녀’, ‘어머니의 자장가’, ‘달력의 그림자’, ‘뿌리들의 일어섬’, ‘뿌라-론다니니 피에타’ 등 영상과 설치 20여 점.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유년시절 죽음에 관한 생각을 망라해 담양 봉산면 한 소재의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어났던 5·18광주민중항쟁에의 단상 등 기억과 시간을 재구성한 작품들이 출품돼 관람객들을 만난다.

‘80년 5월 18일 날씨 맑음’
특히 고전 회화의 축적된 시간성을 동시대적인 미디어아트 기술에 접목, 과거와 현재의 감성이 혼재하는 흥미로운 시공간을 제시해오던 패턴을 탈피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예술적 영역 안으로 끌어들여 재해석, 작품화하고 있다. 전체 전시 콘셉트는 흘러가는 시간과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아 그 안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에서 시작되며, ‘빛’을 비춰 영원과 진리를 탐구하는 상징적 구조를 만드는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유년시절에 학교에 가면 교정에 자리한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쳐 반공교육 상징으로 전국 교정에 있었던 이승복 동상이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함께 있었던 책 읽는 소녀상에 대한 기억들이 오랜 시간 그와 공존였다. 그러면서 유년 시절 무의식 속 죽음에 대한 공포의 잔상들을 끄집어냈다. 유년 시절 매장문화가 주류여서 시골 같은 곳에는 상여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것 또한 작가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매개로 작용했다는 술회다. 이 모든 성장과 과정 이후의 시간들을 뿌리의 시각이라는 바탕 위에서 정신과 예술적 근원으로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달력의 그림자’
1층 전시장은 작가가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에 관한 근원적 물음으로부터 작품이 출발한다. 과거와 현재적 삶의 경계를 하나의 문을 설치해 그것을 통해 관람객들이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작품 ‘80년 5월 18일 날씨 맑음’은 쪽문이 실제 설치돼 있다. 그 쪽문을 통해 작품 속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작가는 1980년 5월,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가상의 문으로 설명했다. 작품 직전에 횃불이 타오르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 ‘기억의 뿌리’를 먼저 접하도록 했다. 그 작품을 막 지나치면 ‘80년 5월 18일 날씨 맑음’의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접했던 5·18을 상징화하기 위해 앤틱(전통적인 혹은 복고적인 고물)한 선풍기 42대를 설치해 놓았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를 총소리나 헬기 소리로 치환시켜 오월 그날을 복기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책 읽는 소녀’는 몽유도원도를 통해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를 물으면서 정신과 육체의 근원 및 시간성을 되새길 수 있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방식의 작품으로 읽힌다.

‘뿌라-론다니니 피에타’
이어 ‘볏단 뒤에 숨은 소년’은 죽음에 대한 이미지를 빛과 그림자로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의 자장가’는 천정에 선풍기 하나를 매달아 바람이 누워있는 아이 방향으로 향하게 해놓았으며 모빌 같은 그림이 달려있는데 거기에는 검은 헬리콥터가 그려져 있어 오월의 헬기 사격을 상기시킨다.

관람객 참여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작품 ‘쓰고 버리는 편지’는 관람객들이 편지를 써서 책상 아래로 버리게끔 해놓았다. 관람객 누구나 쓰고 버리면 된다. 의재가 조충도를 보고 남종산수화가 그에 못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도한 ‘달력의 그림자’는 의재 허백련의 산수도에 있는 인물을 입체 미니어처 조형물로 제작, 작품을 향해 응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작품은 풍경이 주체와 대상이 따로가 아닌,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 ‘책 읽는 소녀’와 헷갈리기 쉬운 ‘책 읽어주는 소녀’는 옛 전남도청이나 전일빌딩, 헬기, 폭탄 등 오월의 기억들을 모두 모아 영상으로 제작했다. 관람객들이 앉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의자를 설치, 관람에 편의를 도모할 수 있도록 꾀했다.

‘책 읽어주는 소녀’
작가는 이번 전시에 앞서 사우디(‘한-사우디아라비아 수교 60주년 기념 초대전 11.18∼12.31)와 네덜란드 등 전시와 관련해 11월 중순부터 12일 간 체류, 성경 속 사우디의 시내산을 방문했고, 네덜란드에 방문했을 당시에는 암스테르담 소재 고흐 뮤지엄의 윌리엄 관장(고흐 증손자)을 면담했다. 이 작가는 윌리엄 관장이 4월 초 전시 관람차 방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윌리엄 관장은 이 작가의 전시 관람 외에도 ‘2023 광주비엔날레’ 전시 관람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추후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 진행하기로 했다.

개막식은 2일 오후 2시.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건강/의료

비엔날레

기사 목록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