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의 한계와 미래
배호남 초당대 교수·문학박사
입력 : 2020. 06. 29(월) 17:40
[광남시론]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대한민국의 방역체계가 전 세계의 모범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한국의 방역지침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삼고, G7 의장국인 미국은 이번 G7 의장단 회의에 대한민국을 초청하려 하며, 이번 세계보건기구 의장국 선정에 최초로 우리나라가 도전장을 내밀게 된 자신감도 이러한 우수한 방역체계와 모범적인 방역사례, 성숙한 국민의식 덕분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협이 우리의 실생활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치고 생활 속 방역으로 접어든 이후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지역감염 사례가 서서히 폭증의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불길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유흥업소나 집단시설을 중심으로 주로 수도권과 경기도에서 집단 감염 및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던 사이, 대전에서 대규모 감염이 현실화되었고, 이 대구를 기점으로 해서 남부 지역, 특히 비교적 청정지역으로 여겨졌던 광주와 호남권에도 코로나19 확산의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일, 거의 한 달 만에 광주에서 새로운 확진자가 나타났으며, 이 확진자는 대전의 집단감염을 통해 광주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확진자의 동선이 집중된 광주 북구는 초중교 휴교 및 지역 PC방에 대한 강력한 감염예방 등 신경이 잔뜩 곤두선 상태이며, 광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목포지역 6번 확진자는 아내인 7번, 손자인 8번 확진자에까지 감염이 확산됨으로써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지역사회 감염과 대규모 다중 이용시설로 인한 감염이 전국적으로 번져나갈 조짐이 보이자, 일각에서는 다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으며, 박원순 서울 시장은 서울의 1일 확진자가 5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 다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지역사회 감염이 다소 늘어났다고 해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식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방역, 이른바 K-방역의 방식은 전 국민의 희생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종의 총력전 태세를 요구해왔다. 개인주의적 일탈이 적고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우리의 국민성이 다른 나라와는 다른 K-방역의 성공 사례를 가져온 일등공신인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우리가 지금껏 선진국이라 생각해왔던 나라들의 방역 체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지금도 미국이 여전히 세계 1위의 코로나 감염 확산국인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과 유럽은 개인주의적 자유주의가 일상생활의 가장 큰 핵심가치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역을 위해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개인의 희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미국과 같은 나라는 대통령마저 공개석상에서 마스크 착용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쌓여온 그 나라 문화의 핵심가치에서 비롯된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K-방역의 한계 역시 여기에 있다. 개인에게 공공의 이익을 위한 불편과 희생을 요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준전시 체계에 버금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식으로 돌아가기에는 이미 우리 국민들이 많이 지쳐 있다.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식으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의 자유 및 권익을 침해하는 방식으로의 K-방역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제 포스트 코로나 사태 이후의 일상적 정상성에 대해 고민할 시기에 다다랐다.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 및 개인위생 철저와 같은 기본적인 방역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이러한 생활수칙의 변화와 더불어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바탕으로 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감행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초중고 학교의 등교와 대면수업을 미뤄달라는 학부모들의 국민청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들의 걱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공교육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언제까지나 미뤄둘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우리는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K-방역에도 미래가 열릴 것이다.

방역은 박멸이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창궐하는데, 우리나라만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 청청지역으로 남아 있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의료체계는 현재의 코로나19 사태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준비돼 있다. 병상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의료진이나 약품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중대본의 결정과 역할을 신뢰하고 따르면서, 우리의 K-방역은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하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나가는 수준으로 나아가야 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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