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광주일고, 갈등 딛고 ‘화해의 손’ 맞잡다
지역 비하·5·18 조롱 사과…"다시 반복 않겠다"
학생독립운동 기념탑·5·18민주묘지 함께 참배
입력 : 2026. 07. 06(월)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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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준 배재고등학교 학교장, 야구부 지도자·학생 선수, 학부모 등 68명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뒤 참배하고 있다.
이효준 배재고등학교 학교장, 야구부 지도자·학생 선수, 학부모 등 68명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효준 배재고등학교 학교장, 야구부 지도자·학생 선수, 학부모 등 68명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누문동 광주제일고 교내에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을 참배하고 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광주일고 전신인 광주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이 1929년 조선 여학생들을 희롱하던 일본인 학생들과 충돌한 것을 계기로 촉발된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독립운동 중 하나로 평가받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효준 배재고등학교 학교장, 야구부 지도자·학생 선수, 학부모 등 68명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뒤 참배하고 있다.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지역 비하와 5·18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키는 응원 구호로 물의를 빚은 서울 배재고가 광주제일고를 찾아 공식 사과하고 국립5·18민주묘지를 함께 참배하며 화해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광주일고는 상대 학교의 사과를 교육적 관용으로 받아들이며 화해의 손을 내밀었고, 양교 학생들은 학생독립운동 기념탑과 국립5·18민주묘지를 함께 찾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겼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사과를 넘어 역사와 공동체를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6일 광주제일고 강당에서 열린 공식 사과 행사에는 정근식 교육감을 비롯해 이효준, 배재고 야구부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 등 68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배재고 학생 대표는 “저희들이 광주에 오는 것 자체가 불편하셨을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상처를 드린 광주일고 선수들과 학부모, 광주시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통해 야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성과 태도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같은 선수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평생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권오영 감독은 “학생들의 지역 비하 응원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이라며 “학생들을 올바르게 지도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지도자인 저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이효준 교장도 “학생들의 일탈이 아니라 윤리의식과 역사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학교 차원의 진상조사와 징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계기관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일고는 비난보다 성찰과 화해를 선택했다.

광주일고 학생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도 다른 학교에 상처를 준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됐다”며 “상대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응원 문화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윤채 감독은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며 “다음에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나 더욱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자”고 화답했다.

이규연 교장은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라.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더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다음에 다시 만나 멋진 경기를 펼치는 것이 가장 좋은 사과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광주학생독립운동 당시 배재고 학생들도 함께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역사가 있다”며 “양교 모두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진 학교인 만큼 이번 일로 그 역사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과를 마친 양교 학생들은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을 함께 참배한 뒤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해 오월 영령을 추모했다.

참배에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김대중 광주특별시교육감이 함께했으며, 학생들은 헌화와 묵념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정근식 교육감은 “광주일고 학생과 광주시민,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부끄러움을 아는 것에서 진정한 배움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적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중 교육감은 “오늘 공동 참배는 단순한 사과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의 과정”이라며 “이번 일이 대한민국 학생들에게도 의미 있는 교훈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이번 일을 계기로 배재고와 농구·하키 등 다양한 스포츠 교류를 이어가며 화합의 장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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