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명화에 ‘디지털 기운생동’ 결합…미래 산수 제시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씨 강원서 개인전
18일부터 원주 랜드마크인 빙하미술관서
AI와 인터랙티브 기술 결합된 몰입형 전시
입력 : 2026. 04. 15(수)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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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생동 87마리 새’
‘미래가 된 산수’
전남 담양 출생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씨가 강원도에서 전시를 마련한다.

15일 이이남스튜디오에 따르면 이이남 작가는 18일부터 10월 25일까지 6개월여 간 강원도 원주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빙하미술관(Glacier Museum of Art)에서 개인전을 ‘재생중인 기억’(On Repeat: Memory)이라는 주제로 갖는다.

고전 회화와 첨단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작가의 최신작과 대표작들을 총망라할 이번 개인전은 정지된 화면 속에 잠재돼 있던 고전의 시간을 디지털 매체로 깨워낸다는 복안이다.

전시의 포문을 열 ‘기운생동 87마리 새’는 명대 화가 변문진의 ‘삼우백금도’를 바탕으로, 새들이 공간 전체로 날아오르고 흩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단순히 이미지를 움직이는 것을 넘어 동양 미학의 핵심인 ‘기운생동’(氣韻生動)을 현대적 감각으로 극대화했다는 평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작업들이 눈길을 끈다. ‘황묘농접도’에서는 고양이의 미세한 털 떨림과 시선을 AI로 생성하여 찰나의 생명력을 불어넣었으며, ‘맹호도’에서는 호랑이가 현대 문명의 소음(헬리콥터 소리)을 낯설게 응시하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풍자를 선보인다.

또 전시장 곳곳에는 시공간의 층위를 중첩시킨 파격적인 시도들이 엿보인다. ‘인왕제색도-사계’는 겸재 정선의 산수에 춘하추동의 흐름을 부여해 시간의 순환을 보여주며, ‘신-단발령망금강’은 고전 산수 속에 현대 도시 문명을 중첩시켜 오늘날의 ‘도시산수도’를 제시하고,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고흐 자화상’은 스틸미러와 아크릴미러를 활용해 관람객의 얼굴이 명화 속에 투영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특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여섯대의 빔프로젝터와 아크릴 거울, 안개 등이 어우러진 몰입형 설치 공간 ‘미래가 된 산수’가 꼽힌다. 관람자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주체를 넘어 레이저와 빛이 만들어내는 산수의 공간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이미지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의 DNA와 디지털 데이터가 얽혀 형성되는 미래의 새로운 생명 구조를 시각화했다.

전시가 열리는 빙하미술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공간 위에 부유하는 빙하를 형상화한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 외벽은 빛에 따라 매 순간 변하며 신비로움을 더한다. 공중에 설치된 V자형 보행 통로를 따라 360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하는 이 작가의 작품들은 마치 관람객이 시공간을 여행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아셀아트컴퍼니(대표 김수현)가 기획을 맡아 전통적 가치를 동시대적 시각 언어로 풀어내는 전략적인 큐레이팅을 선보인다. 전시 종료 후에도 빙하 카페에서는 AI 기술로 재편집된 미디어아트가 상영돼 관람객의 일상까지 예술적 경험을 확장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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